잠 못 이루는 밤에
며느님이 요새로 부쩍 수다스러워지는가 싶다. 딸년을 데리고,
“누굴 닮아서 요렇게 이뻐~?”라고 하루 종일 노래를 한다. 아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마!”라고 대답한다. 그러니까 아기는 저를 닮아서 요렇게 예쁘다는 소리겠다. 불 꺼진 방에 누워 홀로 싱긋 웃어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날 닮았다는 소리가 젤로 듣기 싫어요.”라며 자신을 ‘못난 사람’으로 격하(格下)시키더니…. 사람들이 아기를 보며 말하기를,
“정말 이뻐요.”
“인형 같아요.”하는 소리를 듣던 언제부터인가, 딸아이가 저를 닮아 예쁘게 태어났음을 은근슬쩍 과시한다.
그게 틀렸다는 게 아니다. 아기가 제 어미를 닮아 태어나는 건 당연지사(當然之事)다. 백옥 같은 피부며 여성스럽다 못해 정도를 지나친 가느다란 팔과 다리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어미를 빼어나게 닮지 않았는가 말이지. 요는 ‘나를 닮았다’는 말이 제일 듣기 싫다던 며느님이, 이제는 늘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되었다는 그 조화속이 궁금하다는 말씀이야. 이젠 아기가 엄마를 닮지 않았다고 하면 아마 싸우려고 덤빌 걸?!ㅋㅋㅋ.
이제는 할미나 고모를 닮아서 짧은 키가 되지 않기만을 바라는 건 우리 식구 모두의 기도거리다. 아니, 며느님과 시어미가 한 통속이 되는 가장 큰 공감대이기도 하다. 얼굴이 못 생긴 건 고치면 된다지만, 작은 키는 어쩌겠느냐는 말이지. 이왕에 어미를 닮았으면 키마저도 어미를 닮았으면 좋으련만. 왕방울 같은 눈이며 선호해 먹는 음식이 제 고모를 닮았으니, 내심 말은 못해도 할미는 걱정이 태산이다.
아가야~.
기왕에 어미를 닮아 태어났으면 키도 어미를 닮으렴^^
(며느님은 아기의 머리를 감기면서도 노래를 불러준다. 아가는 어미의 노래에 맞춰 손으로 춤을 춘다. 아마도 며느님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겠다. 그래서 이 모녀가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만드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도 표현력이 부족해서 글로도 제대로 표현을 하지 못하겠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