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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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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님은 왜?- 동상이몽(同床異夢)


BY 만석 2011-11-05

 

동상이몽(同床異夢)


시방은 점심 식사 중. 늘 그렇듯이 점심엔 식구가 셋 아니면 넷이다. 오늘은 나와 며느님과 막내 딸아이와 손녀 딸. 막내 딸아이가 말한다.

“작은 올케한테서 어제 전화가 왔어요. 뭐, 필요한 거 있냐구. 그래서 없다구 했어요.”

일본에 사는 제 남동생의 댁이 이틀 뒤의 입국 때, 필요한 게 있으면 챙겨 가겠다는 전화가 왔던 모양이다. 동석을 한 큰며느님께 눈치가 보인다.

‘에구구. 큰 며느님에게도 전화 한 통 했으면 좋으련만. 했으려나?’


막내 딸아이가 먼저 자리를 뜨고 이윽고 며느님이 입을 뗀다.

“어머니. 섭섭하지 않으세요? 아가씨가 필요한 게 없으면 어머니께 물어서 어머니 필요한 걸 말했으면 좋을 텐데요.”

“아, 나한테도 어제 영상통화하면서 묻더라. 근데, 나도 아무 것도 필요한 거 없다 했다.”

에구구. 딸년을 두둔하다가 그만 하지 않아야 할 말을 한 꼴이 됐다. 차라리 잠자코 있는 편이 좋지 않았겠는가.


“어머니. 저 섭섭해요. 밥 해 먹이고 힘든 건 전데. 동서는 왜 저한테는 안 물어봐요?”

그 말투에 섭섭한 마음보다는 어린양이 섞여있다. 이쁘다. 결코 질투나 시기를 담고 있지 않아서다. 이럴 땐 좀 어루만져 주어야만 하는 게야.

“그래? 그랬구나. 내, 혼내 줄게.”

“그냥 해 본 소리예요.”

“내, 그런 줄도 안다.”


그날 저녁에.

아래층의 작업실에 있는데 큰아들이 헐레벌떡 뛰어든다.

“엄마. 일본서 전화 왔는데 할 이야기 없으세요? 아빠는 애기 이름만 부르시고….”

워낙 말 수가 없는 양반이고 말주변머리가 없는 사람이니 그렇겠다. 덧문을 아들에게 닫으라고 이르고 이층으로 오른다. 아닌 게 아니라 영감은 손자 녀석 이름만 늘어지게 부르고 앉아있다. ‘멋대가리 없기는….’ 속으로 나무라며 내가 컴 앞에 앉는다.


내가 앉아도 마찬가지다. 매일 하는 영상통화이고, 이제 곧 만날 것이니 길게 이야기 할 거리가 변변치 않다. 작은며느님에게 묻는다.

“뭐 먹고 싶어? 해 놓을게.”

“오빠가 어머님이 해주시는 김밥이 먹고 싶대요.”

“알았어. 집에 도착하면 먹게 해 놓을게. 서울 날씨가 춥다. 애기 두툼한 옷 입혀라.”


컴을 끄고 일어서니 내 뒤에 큰아들과 큰 며느님이 진을 치고 섰다.

“어머님은 동서를 혼내지도 않으시네.”

얼라리~. 내가 제 아래 동서에게 혼내는 꼴을 보자고 지키고 섰던가보다. 큰아들과는 낮에 통화를 했을 터이고. 그래서 큰 아들이 급히 나를 부르러 뛰어내려오고 등 뒤에서 부부가 진을 치고 섰던 모양이다.

 

“얘. 혼을 내도 귀국이나 하고 집에나 들어와야 혼을 내지. 지금 서울 올 생각에 신이 나 있는데 초를 치면 안 되지. 차차 봐 가면서 혼도 내야지이~.”

항상 큰며느님은 어른이고 작은며느님은 어린아이로만 여기던 내 생각이 와르르 무너진다. 얼마나 어린 마음인가 말이다.

“니들 내가 작은며느님 혼내는 거 보려고 이러구 섰는 거야?”이럴 땐 큰소리로 웃어줘야 하는 법이다.

“하하하. 지금은 혼낼 분위기가 아니지이~. 오면 상황 봐 가면서 혼내마. 하하하.”


“아니예요. 엄마. 그냥 아빠가 다른 말씀도 없으셔서요.”

이건 아들의 변(辯)이다.

“그러지 마세요. 그러면 제가 속 좁은 사람이라는 게 보이지요.”

이건 큰며느님의 변(辯)이다.

으하하하~. 우리 며느님 이제 많이 컸네~. 시어미 갖고 놀 줄도 알고 말이야, 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