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이야기 1
명절.
여자들에겐 더 없이 힘이 드는 날이구먼. 손바닥에 수술을 한 시어미를 둔 내 며느리에겐 이 명절이 더 그렇겠지. 어차피 제 몫이라고 체념을 했을까. 일찌감치 선심(?)을 쓴다.
“어머니. 이번 명절은 제가 혼자서 해 볼까요?”
“…….”
그저 착한 사람이라고만 하기엔 이해하기가 쉽지않다. 아니다 소리를 원하나?
“쉬운 일이 아닌데.”
그러기로 작정을 하고 팔을 걷어붙인다. 이만하면 빠진 게 없냐며 메모지를 내민다.
“정말 혼자 할 수 있겠니?”
재차 물어도 해 보겠노라고 한다. 카드를 들려 보냈더니, 마트와 재래시장을 돌며 제법 알뜰한 장보기를 한 모양이다. 재래시장에서 쓴 현찰은 현찰로 채워준다. 마다하지만, 아직은 마음이 편치 않은 일이다.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지는 척 받아 챙긴다. 암. 그래야지.
“어머니. 두부만 잘라주세요.”
‘크크크. 그러면 그렇지. 혼자서 쉬울라구?’
두 모가 달라붙은 두부로 다섯 조각의 부침을 하고, 나머지로 세 탕을 덮자면 여간 머리를 쓰지 않고는 자칫 실수하기 일수지. 우선은 두부의 긴 길이의 끝을 1cm 두께로 두 번을 잘라내야 한다. 다시 남은 큰 덩어리를 세로로 여섯 조각을 내려면 먼저 이 등분을 하고, 각각의 조각으로 다시 삼등분을 해야 한다. 그걸 경험이 없는 애송이가 잘 해내기란 어려운 일이긴 해.
두부를 잘라놓으니,
“어머니. 적을 부칠 반죽만 좀……. 실수할까봐.”
그러면 그렇지. 제가 뭘 혼자 하겠다고. 반죽은 물을 너무 많이 써서 질어도 안 되고, 물이 부족해서 너무 걸어도 안 된다. 그걸 두려워하는 며느님이 차라리 귀엽다. 반죽을 끝내고 묻는다.
“또 뭘 하랴?”
“이젠 제가 다 해요.”
정말 혼자서 될까.
아무튼 용하다. 맏며느리는 하늘이 낸다더니 제 몫을 다하려는 노력이 신통하다. 내 맘 같아서는 제 남편을 좀 깨워도 좋으련만, 오히려 깰라 싶어서 몸놀림이 조심스럽다. 착하기는. 적을 부쳐서는, 일일도우미로 선발된(?) 시누이의 입에 넣어주고 고개를 돌려 말한다.
“어머니. 모양을 망쳐서 어차피 차례 상에 못 올려요.”그래서 제 시누이를 먹였다는 말이겠다. 차례 상에 올리기 전에 손을 댔다고 시어미가 닦달을 할라 싶은가 보다. 연상의 손아래 그 시누이는 내 딸인 것을. 그러고 보니 이 시어미는 ‘못된 시어미’임이 틀림이 없구먼. 내 딸이 아니었으면 며느님을 꾸짖으려 한남?
시누이와 머리를 맛 대고 무슨 이야기가 그리도 재미있을꼬. 보기에 좋다. 영감에게 며느리의 뜻을 전하니, 입이 귀에 걸린다.
“거참. ‘못 해요.’해도 별 수 없는데……. 신통하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그런데 부침개를 제법 모양을 내어 지져낸다. 에구~. 산적을 다 하누? 난 항상 혼자라서 산적 따위는 할 채도 못했거늘. 손이 많이 가질 않는가. 귀찮기로 말한다면 하던 일도 줄일 판인데.
식혜와 탕국이야 당연히 내 손이 갔지만 나물을 데쳐놓고 두 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드는 것 같다. 에구~. 내일 아침 차례는 제 시간에 올리기 힘들겠는 걸. 딸년은 며느님과 달리 책임감이 덜 한가. 제기접시를 오늘 중으로 잠자리에 들기 전에 마른행주질까지를 끝내라고 일렀더니,
“엄마. 내 일은 다 했어요.”한다. 그렇다고 며느리가 아직인데, 너 먼저 자라고 하기에는 양심이 허락하질 않는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찾아서 하라고 하려는데 며느님이 입을 연다.
“아, 수고하셨어요. 어서 주무세요. 이젠 할 것 없어요. 우유 한 잔 따시게 데워 드릴까요.”한다. 정말 빠진 것 없이 다 했을까?
오늘은 영감도 손녀 보기로 한 몫을 담당.
가끔은 어미를 보여주어야만 손녀가 잠잠하다. 올케와 시누이가 손발이 척척. 보기에도 좋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