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 맘을 읽지롱~
아침 설거지를 하는데, 늘 이 시간은 밤중이던 며느님이 급히 아기를 안고 제 방에서 나온다. 손녀 딸아이를 내 방에 좀 뉘잖다. 여부(與否)가 있나. 그래라 하니 묻지도 않는 말에 부연(敷衍)설명에 부산하다.
“응가를 해서 방 환기 좀 시키려구요.”
아무렴 어때. 얻어 보기도 힘든 참에 나는 좋지. 부지런히 설거지를 마치고 안방엘 들어간다. 시방 나는 며느님의 마음을 읽는 중이다. 요즘 나는 ‘마음을 읽는 법’에 한창 열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고부(姑婦)사이가 아니라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반드시 룰(rule)이리는 게 있기 마련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최대한 정확하게 읽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읽지 못한다면 차라리 읽지 않음만도 못하니까. 것도 특별히 고부의 사이에서는 말이다. 시방 나는 거창하게 프로이드의 ‘심리학(心理學)’이나 ‘정신세계’를 이야기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럴 주변머리도 없거니와, ‘심리학’보다는 내가 살면서 경험한 일이, 살아가는 데에 더 긴요하게 작용(作用) 될 때가 있음이야. 내 며느님이 아기를 내 침대 위에 뉘었을까? 아니면 방바닥에다 뉘었을까를 살피러 가는 중이다. 이 일이 내 며느님의 마음을 읽는 중요한 단서(端緖)가 되겠기에 말이다.
나는 가끔 친구들이나 동호회(同好會)의 회원(會員)을 만나는 일이 있다. 추억이 얽힌 친구들을 만난다거나, 취향(趣向)이 맞는 님들을 만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생활에 도움이 되는 많은 정보를 서로 나누고 공유(公有)한다는 데에 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적어도 나는 그렇다. 물론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입질(入質)이 오고가는 적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내가 취사선택(取捨選擇)하기 나름이다.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지금은 고부간의 이야기며 손자들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소위 말하는 ‘엄친아’나 ‘엄친딸’이 주류(主流)인 날은, 시어미의 뺨을 치는 며느님 이야기며 배신감 느끼는 아들의 이야기도 들을 만하다. 물론 가끔은 배알이 꼴릴거나 놀랄 일이기는 하지만 이해하기 나름이리라. 손을 씻고 손자를 안으라는 며느리와 다투더라는 이웃의 이야기에는 혀를 차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 그게 좋겠지?”하고 일어나서 손을 씻어주면(?) 될 일이 아닌가. 쯔쯔쯔. 아들의 배신? 못 살겠다고 아기 맡기고 뛰쳐나가는 며느리에 신세 조질 아들 생각하면 그저 잘 살아 주는 게 오죽 고마워.
고부의 일에 있어서 사람 사이의 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세대의 갈등엔 문제가 있다고. 특히 위생적(衛生的)이지 못한 시부모와의 갈등이 그렇더란다. 우리 세대는 일제강점기(日帝强占期)의 끝이었고, 곧 이어 제2차 세계대전(世界大戰)이 한창인 시기에 살았다. 먹고 사는 일에 골몰했으니 위생적으로 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차차 생활이 나아지기는 했어도 오랜 습관이 쉽게 바뀌겠는가. 그래서 우리 세대는 이런 점을 젊은 세대가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젊은 세대가 그리 자라지 않았는데 그건 또 쉬운 일이겠는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섯 정류장을 못 미쳐 내렸다. 걷고 싶어서다. 걸으며 생각했다. 젊은 세대의 사고(思考)가 구구절절(句句節節)이 옳지 않은가. 위생적이란 건 좋은 것이잖은가. 비위생적(非衛生的)이란 건 듣기에도 좀 거시기(?)하긴 해. 그렇다면 좋은 쪽으로 바뀌어야지. 안 그래?! 좋지 못한 쪽으로 유도(誘導)하다니 될 법한 소린가 말이지. 또, 남의 마음을 바꾸려 하면 적잖게 힘이 든다. 내가 내 마음을 바꾸는 일은 그리 어려울 게 없지 않은가 말이다. 그래서 이 늙은 시어미가 며느님의 마음을 읽고 변해 줄 용의(用意)가 있다는 말씀이야.
아기는 침대 위에 뉘어 있다. 따뜻한 방바닥보다 잘 정리 된 내 침대가 며느님의 마음에 더 들었던 모양이야. 으흐~ㅁ. 알았어. 어려울 것 없지. 이제부터 아기를 받아 뉘일 때는 침대 위에다 뉘어야겠구먼. 영감에게도 일러줘야겠네. 그런데 말씀이야 며느님. 나도 한 깔끔하걸랑?! 늙은이 비듭 떨어질라 싶어서 청소기에 끈적이방망이도 돌리고, 방바닥도 힘주어 닦았지롱. 훗훗. 며느님이 들으면 한 소리 하겠네. 자격지심(自激之心)이라고. 누가 뭐라 했냐고라~. 허긴. 내가 요새로 좀 게을러지는 했샤 그치?!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