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면 자주 울곤 하는 아버지.
애처로웠다.
자주 그런 모습을 접하자 아버지가 시시해졌다.
우는 남자는 절대로 만나지 말아야지.
난 강하고 센 남자를 만날테야.
내 힘으로 남자를 선택 할수 있는 항목 하나를 정했다.
내 남자가 될 사람의 성.
강씨는 아마도 강할거야.
강씨와 잘 어울리는 이름도 지었다.
애니메이션이나 하이틴 로맨스에 잘 나올법한 주인공 이름으로 만들었다.
충분히 유치했던 내나이 16세.
강씨는 내 앞에 잘 나타나주지 않았다.
이씨, 김씨, 최씨.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가 강이 아니기에 속으로"안돼"했다
어느때라도 강씨가 나타나면 내 남자라고 생각할 각오가 되어있던 내 나이 22살.
파릇파릇한 기운이 온통 몸안에 감돌고 무엇인지도 모를 절대적인것을
향해 작은 가지들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싱싱한 젊음의 푸른물이 내안에서
옹달샘처럼 퐁퐁 솟아오를 사월인가 오월의 오후 그날 강씨를 만났다.
내 앞에 나타난 최초의 강씨였다
예정된 만남처람 흔들렸던 내마음.
그건 단지 그가 강씨였기 때문이었다.
오래전부터 기다려왔기에 단지 그러한 이유만으로 난 그남자가 내 남자라
믿고있었다.
그에 대한 기대치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시점
일생일대의 유용한 조건들
나는 그런 기회를 모두 놓쳤다
남자의 성에 모든걸 올인했던 시절...
오직 성에대한 무한한 힘과 욕구.
그 성(강씨)은 성(거대한집)일것도 같고 강(물)일것도 같았다
거대한 강물처럼 막힘없이 유유히 흐를것같은 힘
어떠한 장애라도 불쑥 뛰어넘을것 같은 유연한 힘을 간직할법한,
이세상 거침없이 제 갈길을 정해놓고 흘러갈것만같은 강
그 강줄기의 일부가 되어 어디든 흘러가고도 싶었고
철벽같이 단단하고 안전한 성에 굳게 갇혀 지내고 싶었다
그건 순전히 내 생각이었고 순전한 착각이었다
강씨성을 가진 남자가 그 후로 계속 나타날때마다 모두 내 남자라고 할수
없는 안타까움
내 착각이 얼마나 태만하고 무모했던가에 경종을 울릴뿐이었다.
또 하나의 착각...
그런남자(강씨)수두룩할지 모르나 강(물)같은 남자는 없다는것이다.
그것은 다만 어린날 내가 가졌던 내 인생 반쪽의 남자에 대한 환상이거나
착각일뿐이었다
내 남편이 된 그 강씨성을 가진 그남자...
드라마보면서 울고
가끔 술마시고 자기 엄마와 통화하고 난뒤 그리움에 젖어 울고,
어려움속에 함께 잘 이겨나가자며 날 붙잡고 눈물까지 글썽인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이것이 살아가는 모순이다.
그러기에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언제나 늘 같은 방법으로 착각을 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모를일이다.
다만 이것만은...
삶이 착각이어도 그 착각에서 헤어나지 않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