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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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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그해겨울


BY 햇반 2004-12-03

 

집에 있는 소라게가 잘 큰다.

제법 정도 든다.

딱딱한 발로 게가 기어다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생각나는 추억이 있다.

 

가을이 지나고 아마 초겨울이지 싶다.

꽃게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시장에서 커다란 꽃게를 사왔다.

너댓마리 정도?

크기로 보나 모양으로보나 찜이나 탕 용으로 적당했을법한 그것을

게장을 담그려 했으니 초보주부 시절이었나보다.

작은 아이가 돌  전후로 바닥을 기어다닐 무렵이었으니 꽤 오래전이긴 하다.

 

갑자기 사온 꽃게를 거실 바닥에 풀어 보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이었다.

꽃게가 옆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큰 아이(4-5살)에게 보여준다면 학습적으로

도움이 되고 생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여 지적욕구를 채워줄수 있고

그런식의  내 교육이 무척 창의적이란 생각이 들자,다른 어떤 생각도 하지 않은채

오로지 큰 아이를 위한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듯,

까만 봉투에 들어있던 꽃게를 와르르 바닥에 쏟아 부었다.

 

공포였다!

그런 공포도  없었다!!

 

꽃게 댓마리가 제각각 움직이는데 따닥따닥 소리도 흉물스럴 뿐 아니라

무지막지한 톱니모양의 집게 다리를 폈다 쥐었다하는데 난 그 자리에 주저

앉고 싶을뿐이었다. 

꽃게가 그렇게 무서운 동물(?)인 줄 처음 알았다.

큰아이는 입을 떡 벌리로 내 뒤에 숨었고, 내게 안긴 작은 아이

몸에는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를 어째~

일단 피하고 보자.

바로 주방 옆 가까이에 유리문으로 여닫을 수 있는 거실겸,방이있었다.

허겁지겁 그리로 아이들을 몰고가 꽃게의 동태를 살폈다.

 

아...

그 생생함이란..

그 무시무시한 현장이란....

그것들은 거실을 장악한 한 무리의 군대같았다.

자칫 방심했다간 위험에 처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그것들이 10개의 다리를 벌리자

족히 20센티가 넘었고, 빠르기는 왜 그렇게 바른지...

유리문 안에 갇힌 우리는 밖에서 돌격을 외치며 다가오는 그것들에게

겁에 질린채 벌벌 떨어야만했다.

 

후회했다.

글게 ...

왜 쓸데 없는 짓을 한거야!~

 

유리문밖 여기저기서 설쳐대는 그것들을 보면서  난 아마 남편한테

전화를 했었던것 같다.

 

꽃게가 쳐들어 왔다고?

 

뭐,그렇다고 119에 신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