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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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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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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자가있어(8)


BY 햇반 2004-11-24

말조차 눈길조차 잠자리조차 섞지 않은 한동안, 여자와 남자의 거리에는 마른바람이 일었다.
건조한 사막처럼 입을 열면 푸석푸석 먼지만 들끓었다.
여자는 수면아래에서 남자는 수면위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고수했다.

오르려다 다시 내려오는 여자.

내려가다 다시 수면위로 떠 오르는 남자.

그럴수록 수중의 불순물들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여자와 남자는 물고기처럼 간신히 자신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공기만으로 생존했다.

남자와  여자는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갑자기 기다리겠다던 남자가 허무한 소리를 내질렀다.
자신에겐 애초에 잘못 따윈 없던거라 생각했다.
남자는 가정에 소홀한적도 없고 바람을 핀적도 없고 술을 먹고 횡포를 부리며
여자를 때린적도 없다고 허공에대고 헛헛한 소리를 날렸다.


갑자기 돌변한 상황을 어떻게 처신해야 하나 여자는 잠시 당황했다.
모든 죄를 뒤집어쓴채 오점으로 남게 될 순간이었다.

생계를 감당한다고 바람을 안핀다고 손찌검을 않는다고 할일을 다한양 하지마...

도움도 되지 못한채 남자에게 붙어 전전긍긍하는 여자는...

한낯 일 도와주는 여자에게 밀려 자신의 무능함을 뼈져리게 느껴야하는 여자는... 
아무것도 건져지지 않는 곳에서 헛탕질만 해대고 동정마저도 받지 못하는 고독한 여자는...
안되면 여자탓으로 매몰차게 몰아대며 스스로 무너져 희망마저 포기해야하는 여자는....

남자의 여자만으로도  있던 순간에도 이토록 심한 좌절은 없었어...

모든걸 잃은 상실감은....

죽느냐 사느냐 없는 마당에 먹고 사는 문제 따윈 몰라...

여자는 대체 어디에 있니...


남자는 복에겨운 소리 그만하고  할만큼 했으니 그만두라고했다.

남자의 말은 여자를 이해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문제가 생기면 수습해야 하는 절차, 그 절차를 밟으려는것 뿐이었다.

선심쓰듯 여자를 이해하는척 하려는 남자의 허세였다.

여자 때문에 모든 일이 모두 엉망이 됐으니 그러니 수습하자고 했다.

멀리 달아나려고 만하던 여자가 조금씩  현실로 되돌아왔다.
막막해지는 현실앞에서 여자는 온몸에 무거운 통증을 느꼈다.
그리고 현실은 냉혹하여 여자가 뛰어넘기엔 너무도 큰 관문이었다.


여자의 성은 무너질 것이다.

여자의 활 시위가 단단해질대로 단단해져 잠시 주춤하는 사이, 기회를 포착해

선제공격을 가하는 남자.

남자는  타고난 싸움꾼이었다.
거대한 성처럼 우뚝 서 있을것만 같던 도도한 여자에게, 지치고 고단한 전쟁으로 피폐해져
몸과 마음을 추스릴 힘이 쇠잔해진 여자에게, 마지막으로 거는 한판 승부였다..

남자는 자신의 승부에 쾌재를 부를것이다.

여자는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할것 까진 없어...

애초에 과녁 따윈 없었으니까...

있다 하더라도 어차피 쏘지 못할 테니까...

남자의 허위승부로 전쟁은 일단락되어질 것이다.
언제나 여자를 궁지에 몰아대고는 변변히 대항 항번 해보지도 못한 여자에게

끝끝내 굽히지 않고  휘둘러대는 허영.
여자는 그런 남자의 허영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남자는 알까.

여자의 속내를...

남자의 허세와 허영을 감싸주며 수 없이 상처받아왔던 영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