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그러지마!
엄마는 낮 동안 있었던 일 때문에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곱씹어 생각해 봐도 서글프기만 합니다.
요즘 유뽕이는 학교공부가 끝나고 새로 산 노란 자전거를 한참이나 탑니다.
학원 갈 시간도 잊고 운동장만 뱅글뱅글 돌지요.
미술학원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한 시간쯤 자전거 타다 가기로 했습니다.
녀석이 넓은 운동장바닥에 자전거 바퀴자국을 찍어대는 동안 엄마는 책을 읽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읽어도 유뽕이는 자전거에서 내려 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지루해진 엄마는 집에 있는 얼룩토끼 영랑이 먹이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학교 담장 곁과 중앙건물 앞 화단가를 돌며 토끼풀을 뜯습니다.
영랑이가 좋아하는 씀바귀와 민들레가 곳곳에 많네요.
채소밭 일구는 아줌마처럼 쪼그리고 앉아 풀 뽑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지요.
순간, 근처에서 유뽕이의 분노어린 울먹임이 들립니다.
다급하게 달려가 보니 5학년 남자아이들이 약속이나 한 듯 놀려대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선생님께 일러버릴 거야!’라는 말만 하면 악을 쓰며 우는 유뽕입니다.
학교생활 중에 몇 번 같은 상황이 벌어졌고, 과민 반응하는 모습이 재밌었는지 아이들은 떼를 지어 놀려댑니다.
유뽕이는 거의 숨이 넘어 갈 지경이 됩니다.
“이르지 마! 이르지 말라구! 엉엉.”
같은 말만 반복하며 서럽게 울고 있네요.
화단 앞으로 나선 엄마가 몇몇 아이들 향해 호통치고 평정을 찾게 되었지만, 속상했습니다.
다시 자전거를 타게 해주고 돌아서 걷는데, 5학년 여자아이가 달려와 말해줍니다.
“아줌마! 우리 반 정재원이가 유뽕오빠를 자주 때려요! 발로 계속 차고 그래요. 유뽕오빠가 아프다고 말해도 자꾸 때렸어요. 나중엔 유뽕오빠가 울면서 자기 머리를 막 때렸어요. 그러는 게 우습다고 재원이가 더 때렸어요!”
심리적으로 불안한상태가 되면 하게 되는 자해습관이 나온 겁니다.
얘기를 듣던 엄마는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어요.
집에 와서 재잘재잘 말 전하지 못하니, 녀석이 맞고 다닐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방금 전에도 2층 도서관 창문에서 유뽕이를 향해 놀리면서 웃던 바로 그 녀석이었습니다.
꼭 잡아서 뭐라 주의라도 줄까 했는데, 어느새 도망갔는지 없었어요.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5학년 정재원이는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할머니와 살고 있답니다.
학교에서도 문제가 많은 아이라 선생님들까지 골치를 썩는 모양이더군요.
집에 와 아빠에게 그 얘기를 하니 불같이 소리 지릅니다.
“그런 녀석은 가만두면 안 돼! 계속 우습게보고 유뽕이를 괴롭힐 거라구. 아주 따끔하게 혼내줘야 해. 내일 꼭 붙잡아서 두들겨 패줘!”
아빠는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밤이 깊어가도 엄마는 생각에만 빠져있습니다. 낼 아침 어떻게 혼내줘야 효과가 있을까 하고.
다음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서둘러 학교에 갑니다.
도움반에 유뽕이를 보내놓고 5학년 교실로 향했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정재원 자리는 비어있습니다.
기다리다가 조금이라도 실내가 소란스러워질까 걱정되어 교문 근처로 다시 나왔지요.
그 때, 횡단보도를 건넌 정재원녀석이 교문 안으로 들어섭니다. 엄마는 성큼성큼 걸어갔지요.
“야! 너, 이리 와봐. 네가 정재원이야?”
“네에...”
천연덕스럽게 무슨 일이냐는 표정입니다.
“너 나 알지?”
“네에....., 유뽕이 형아 엄마요!”
“근데 너 왜 우리 유뽕이를 자꾸 때리니?”
“저 안 때렸는데요!
엄마는 잠시 이성을 잃고 마구 윽박질렀습니다.
“뭐? 이제 거짓말 까지 하니? 니가 뭔데, 왜 유뽕일 때려! 예전부터 사실은 알고 있었거든. 아줌마는 그 때도 참았어. 애들끼리 그럴 수도 있는 거라고. 기다리면 나아지겠지 했어. 근데 너 계속 때렸더라. 너 왜 그래? 엉? 유뽕이가 너한테 돈을 달래? 밥을 달래? 가만있는 애를 왜 괴롭혀! 너 장애인 폭력범 될 거야? 안되겠다. 할머니 연락처를 주던지 경찰서 가서 얘기하자!”
엄마는 거의 미치광이 수준이 되어 그 아이를 혼내고 있었지요.
진심인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함인지 정재원이가 꺽꺽 웁니다.
갑자기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그 말이 떠올라 유뽕엄마도 같이 웁니다.
녀석이 안쓰러워 끌어안으려하자 어색한지 밀쳐대더군요.
“괜찮아! 나를 엄마라고 생각해. 재원아! 장애아들 키우는 엄마마음 넌 모르지? 네가 이러면, 아줌마 슬퍼. 너 이젠 안 그럴 거지?”
“네에...., 잘못했어요!”
“약속하나 해줄래? 앞으로는 네가 유뽕형아를 지켜주는 수호천사가 되어 줄 수 있니? 다른 아이들이 괴롭힐 때 도와주는 그런 거 말이야. 너 눈 보면 다 알어. 재원인 원래 마음이 착한 애 같거든.”
“네에...”
모기소리로 대답합니다.
“재원아! 아줌마가 이번엔 용서해 줄 거야. 한 번 더 널 믿기로 했어. 만약 네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오늘보다 몇 배 더 크게 화낼 거야. 알았니?”
훌쩍이며 울다가 고개만 끄덕입니다.
따끔하게 혼내주며 엎어버리겠다고 씩씩댔는데, 그만 울음바다가 되고 말았습니다.
제발, 약하고 병든 사람들 좀 괴롭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세상에 피해주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은 우리 모자를 내버려 두라고 짐승처럼 절규하고 싶었던 날입니다.
어른들 마음도 병들고, 아이들도 점점 순수를 잃어가는 것만 같아 맘이 아픕니다.
부탁이니....,
제발, 그러지들 마세요!
2011년 10월 13일
잠시 세상이 싫어진 날에.
물론 작은 발걸음도 시작이겠거니 생각하고 이겨내는 중입니다만,
갑갑한 현실입니다.
사람의 인식수준을 바꾼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기 힘드니까요.
이런 식으로 산답니다.
꼬불꼬불 언덕을 넘으면서요.
우리네 인생사 다 그럴 것입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장애우들의 낙원이 되는 강원도.
님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 제가 마음이 다 아파오네요.
학교 수업시간의 주입식 교육이 다가 아니라고 생가합니다.
따뜻한 사랑을 키워주는 인성교육이 더 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유뽕이는 낙천적인 성격이라 회복 되었으리라 믿어요.
예천님이 더 아플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래도 응어리는 남을거라 여기니 아프네요..............
영화 \'도가니\'를 보던 날에도 그랬지요.
다른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던데,
저는 주먹으로 가슴을 팍팍 때리면서 봤습니다.
숨통이 막혀버리는 고통이었지요.
유뽕이를 생각하면....모질고 드세져야 하는데,
저는 천성적으로 그걸 잘 못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가 꼴등이라는 강원도.
왜 이곳에 정착하고 있는지....참.
좋은 날 있으려니, 기도하고 살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무슨 말로 위로를 드릴까요.
재원이는 이제 유뽕이를 지켜주리라 믿습니다.
예천님.
만석이는 지금 예천님이 곁에 있으면 꼬옥~ 안아주고 싶습니다.
그 마음이 어땠으랴 싶어서요.
힘내세요.
늘 예천님을, 아니 유뽕엄마를 존경하는 만석이가...^^
제가 괜히 님의 맘을 무겁게 해드렸네요.
되도록이면 밝고 희망찬 이야기만 올리고 싶었습니다.
가슴아픈 일들이야 다른 분들에게도 일어나는 것이고,
저보다 더 힘겨운 님들이 계실 것이니까요.
생각보다......세상이, 사람들이 겪어내기 쉽지 않음을 느낍니다.
유뽕이와 살아가기에 더욱 그런 현실이네요.
앞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많겠지요.
담담하게 이겨내야지요.
저는........어미니까요.
댓글 고맙습니다^^
많이 속상하셨지요? 아이들이라..마음과 몸이 불편한 친구들에 대한 깊은 생각을 못하고 있습니다
단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힘들게 하는 장난끼 많은 아이들도 있구요
일깨워 주셔야 합니다 ..몸이 불편하고 마음이 불편한 아이를 힘들게 하는 행위는
범죄행위이며 오히려 자신이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는것을 말입니다
아이라 수시로 일깨워주면, 변화가 올꺼라 생각이 들고, 재원이도 생각이 많이 늘거라 생각합니다
송곳같이 찔러대는 아픈 현실이 예천님 마음속으로 수시로 파고들겠지만..강해지시고 더 당당해 지실꺼라 믿습니다
저.. 포함 유뽕이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런 유뽕이를 잘 다독거리며 키우는 예천님도 있기에 ...
사랑 가득 , 희망 가득 품고 갑니다
힘내세요!
제게 아주 큰 힘이 됩니다.
외롭고 고달픈 세상이라지만, 님과 같은 분이 주시는 메시지가
힘찬 날개를 달아주거든요.
다시한번 감사함을 전하며....님도 아드님과 행복하시기를~~!
유뽕이엄마글 어제읽었는데 뭐라고 위로해드릴 말주변도없고 글솜씨도없고
그렇지만 가만있을수가 없어서 댓글을 올립니다
유뽕이엄마!저도아들 키우면서 당해봐서 그마음압니다
천사같이 귀여운유뽕이를 위해서 하느님께 기도할께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