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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뽕이 시리즈 78 - 그대 이름은 아담


BY 박예천 2011-09-22

       

       그대 이름은 아담

 

 

 

 

생각나이가 아직도 대 여섯 살인데, 몸은 쑥쑥 청년으로 자랍니다.

유뽕이 키가 물만 먹고 길어지는 시루 속 콩나물 같네요.

코밑도 거뭇해지고 벌써부터 목소리는 변성기를 지나느라 굵어졌지요.

노래를 부르다가 고음처리가 힘들어지면 갑자기 한 옥타브 낮아진답니다.

집안일 하느라 정신없다가도 녀석의 괴상한 음색을 듣노라면 절로 웃음이 납니다.

 

부끄러움이나 수치심도 전혀 모르는 유뽕이.

샤워 마치고 불쑥 벌거벗은 몸으로 거실과 방을 돌아다닙니다.

깜짝 놀라서 꺅꺅 비명을 질러대는 엄마와 누나의 다급한 표정과는 달리 녀석은 태연자약 편안하기만 합니다.

가랑이사이 남성의 상징을 덜렁거리며 걷고 있으니 엄마는 난감하기만 하지요.

오래전 보았던 영화‘말아톤’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물속에서 나온 주인공이 맨 몸으로 저벅저벅 실내수영장을 걸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엄마역할 배우가 오만상 찡그린 채 당황스러워하며 수건으로 급히 가려줬지요.

 

무엇이든 반복학습이 중요합니다.

부끄러움자체를 모르는 유뽕이라면, 천리 길도 한 걸음이라는데 지금부터라도 가르쳐야죠.

엄마는 차근차근 단계적 학습에 돌입합니다.

화장실과 가까운 엄마 방에 갈아입을 속옷을 챙겨두고 녀석이 목욕하고 나오는 순간.

“유뽕아! 옷은 혼자 있을 때, 문 닫고 갈아입는 거야. 누가 보면 얼레리 꼴레리 놀려! 알았지?”

‘알았지?’라는 말을 몇 번이나 유뽕이 눈 속에, 귓가에 담아줍니다.

그 날부터 자연스럽게 방문을 닫고 혼자 속옷 챙겨 입기 실습에 들어갔지요.

좀 오랜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녀석도 하면 되는 착실한 학생이랍니다.

 

이글이글 여름 햇살이 뜨겁던 어느 날.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 삼매경에 빠졌던 유뽕이가 어쩐지 조용하다고 느껴졌지요.

의자에 앉아 뭔가 몰두하고 있습니다.

모니터는 쳐다보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이고 손가락만 움직입니다.

의아하게 여겼던 엄마는 살금살금 들어갔다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어?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다치면 어쩌려고?”

허겁지겁 녀석 손에 들었던 가위를 빼앗으며 긴 한숨을 내쉽니다.

가랑이 사이 남성의 상징주변에 삐져나오는 음모 몇 가닥을 가위로 잘라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어른이 되기 싫었던 모양입니다.

진짜 형아가 되는 중이라고, 이담에 아빠처럼 되려면 털도 나는 것이라고 천천히 설명해 주었지요.

 

유뽕이의 생각높이에 맞추느라 엄마는 진땀을 뻘뻘 흘립니다.

차라리 울어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여러 날 ‘부끄러운 거야!’ ‘아이, 창피해!’를 인지시키기 위해 애썼건만, 까맣게 잊고 벌거숭이 되어 집안 곳곳마다 돌아다닐 때는 정말이지 막막해집니다.

 

해맑은 표정으로 천진난만하게 웃는 벌거숭이 유뽕이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한참을 쳐다만 보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엄마 마음 내키는 대로 정해버립니다.

유뽕이는 하나님이 진흙으로 빚은 후 보시기에 좋았다던 바로 그 창세기의‘아담’이라고.

악한 생각도 꾀할 줄 모르고, 부끄러움도 전혀 모르는 태초의 첫 남자가 바로 내 아들이라고.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맑은 영혼일수는 없는 것이라고.

잠시, 생각뿐이었지만 스스로 되뇌이고 나니 엄마에겐 적절한 위로가 됩니다.

 

진짜배기 아담은 하와가 건넨 선악과 먹고 부끄러움을 알았다지요.

우리 집 가짜 아담녀석은 언제쯤 벗은 것이 두려워 몸 가리며 숨을 수 있을까요.

엄마는 고민에 빠집니다.

선악과를 구해 와야 할지, 아니면 하와처럼 아리따운 여자 친구 먼저 만나게 해야 할지요.

지금 짝퉁 아담녀석은 인터넷을 뒤지더니 철지난 어린이 프로그램에 빠져 깔깔 웃느라 정신없답니다.

 

녀석으로 인해 가난하고 엉성한 공간 우리 집은 천 날 만 날 에덴동산입니다.

주인공 아담이 살고 있을 그날까지는.

 

 

 

 

2011년 9월 22일

아담 어머니 된 날을 기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