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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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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48)


BY 박예천 2010-10-04

 

 

* 4월 6일 (목)

 

잠든 네 곁에서 글을 쓴다.

오래도록 적지 못했구나.

봄이 무르익어 따뜻해지면서

너는 날마다 밖으로 나가자며 조른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엄마 등에 기대어 나가자며 징징거린다.

밤에는 왜 잠을 깊게 못잘까.

한 시간 간격으로 칭얼대어 엄마는 거의 못잔다.

그래도 별 탈 없이 잘 자라주어 감사하단다.

아직 걸음마를 못하는 너를 업고 밖으로 다니다보면

어깨와 허리가 너무 아프다.

빨리 아장아장 걷는 네 모습을 보고 싶구나.

신발 신고 걷는 너의 귀여운 모습을 상상해 본다.

걷기만 하면 엄마가 덜 힘들 텐데.....,

의사표현도 제법하고 꾀도 많은데 걸음이 늦는 것 같다.

덩치가 커서 그런가 보다.

유뽕아!

잠이 깨어 방긋 웃으며 엄마를 보는 네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오늘은 가위로 네 머리를 조금 깎아 주었다.

간지러운지 자꾸 도망을 가더구나.

깊이 잠들었을 때 귀를 닿는 머리카락만 조금 깎았다.

잘 자고 또 웃으며 일어나 거라.

업고 나들이 가줄게.

 

 

* 4월 9일 (일) - 유뽕 13개월 되는 날.

 

잠든 네 모습을 보며 펑펑 울었다.

휴지로 코를 풀면서 말이다.

나는 아무래도 엄마자격이 없나보다.

미련함으로 너를 힘들게 했단다.

자책하고 또 서글펐다.

 

교회에 다녀온 후 기저귀를 갈아 주었고,

아침에 두 번이나 변을 보았기에 졸려하는 너를 재우면 된다고 생각했다.

다른 날과 달리 넘어갈 듯 울어대는 너를 안고 무척 당황했으나

기저귀는 볼 생각을 안했다.

갈아 채운 지 얼마 안 되고 대변을 본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저녁까지 울며 못자는 너의 엉덩이를 벗겨보니 변이 묻어있고

온통 발갛게 부어 있더구나.

말을 하지 못하는 네가 얼마나 아팠으면 그렇게 울었을까.

좀 더 일찍 기저귀를 보았으면 잘 잠들었을 텐데.

아가야.

미안하다.

엄마가 못나서 너를 힘들게 했다.

용서해다오.

잘자라.

자꾸 눈물이 난다.

 

 

* 4월 21일 (금)

 

내일이면 또 주말이구나.

직장이 있는 사람은 주말을 기다리겠지만,

엄마는 주말에 더 힘겹다.

너와 누나와 아빠까지 돌봐야 하기에.

어젯밤 그림책을 보던 네가 책을 바닥에 놓고는

자꾸 돌아가며 앉더구나.

왜 그런가 보았더니,

책속에 그림이 거꾸로 된 액자가 있는 거야.

책을 바로 해서 보는 게 아니라 몸을 움직여 그림 앞에 바르게 앉더구나.

참 우습더라.

그림액자에 얼룩말이 거꾸로 되어 있으니,

네 몸 위치를 바꾸면서 보려 했던 것이지.

 

오늘은 기침을 좀 했지만 엄마랑 신나게 재롱 피우며 놀았다.

잠든 네 곁에 주님의 손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