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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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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46)


BY 박예천 2010-10-04

 

 

* 2000년 3월 2일 (목)

 

짙은 봄기운을 느낀다.

바람은 불었으나 그 속에 온기가 스며있더구나.

너를 업고 마트에도 가고 병원에도 갔었다.

걱정이다.

너의 개구쟁이 체질을 어찌 맞춰 줄지 말이야.

슬슬 장난을 치며 집안 구석구석을 헤집고 떼를 쓸 때는

벌렁 누워 악을 쓰며 운다.

점점 네가 무섭다. (사실은 귀엽단다.)

쬐끄만 녀석이 힘은 좋아가지고,

모자도 집어던지고 바람 불어서 포대기에 손 넣고 업으면

다 빼느라 용쓴다.

겉옷을 머리까지 씌우면 소리치며 마구 벗어던진다.

추워도 밖을 보겠다고 안간힘을 쓴다.

너를 업고 진땀을 흘리는 엄마가 가엾지 않니?

 

 

* 3월 3일 (금)

 

내일은 너의 첫돌을 위해 원주 간다.

3월 9일이 평일이라서 5일에 하게 되었지.

어느새 돌이다.

너를 들여다보니 참 많은 일들이 생각난다.

기억하기도 싫었던 너의 아픈 일들.

병원으로 안고 뛰며 발만 동동 구르고.

그런 모든 것들이 이제 옛일이 되었다.

엄마는 온몸이 저리고 아파서 잠을 못 이룬다.

너를 낳았던 그 시기라서 그런가.

살이 아프구나.

옛날 어른들은 어떻게 여럿을 낳아 길렀을까.

내일 원주 갈 때도 말 잘 듣거라.

알겠느냐. 나의 악동아!

 

 

* 3월 5일 (일)

 

원주의 조그만 한식뷔페에서 너의 돌을 축하하는 자리를

할아버지, 할머니가 마련해 주셨다.

상 차리는 것도 준비하셨는데

졸린 네가 마구 울었다.

잠든 너를 등에 업고 오가며 밥 먹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깨웠는데 너는 의젓하게 앉아 있었지.

아들아!

많이 컸구나.

너를 갖고 낳으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흘러간 시간들이 너무나도 아득해졌다.

어느새 두 살이 된 너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엄마는 또 눈물이 나는구나.

높은 쇼파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돌 기념이라도 하듯 이마를 다쳤다.

제발 고이고이 커다오.

 

 

* 3월 6일 (월)

 

갈수록 꾀돌이가 되어가는 너를 본다.

걷게 되면 또 얼마나 장난이 심해질까.

지금도 매일 밖에 나가자며 조르는데

앞으로 걱정이구나.

잠투정이 심했던 네가 뒹굴며 잠드는 모습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항상 업혀서 오랫동안 달래고 보챘는데,

너에게 좋은 경험과 자극을 주고 싶은데.....,

엄마의 능력이 한계를 보인다.

물리적인 환경도 잘 갖추어 주고 싶은 맘이 가득한데

현실이 그렇지가 못하다.

유뽕아!

그래도 넌 지혜롭고 건강하게 클 거지?

엄마가 항상 기도하고 있단다.

오늘밤도 튼튼하게 자라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