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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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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41)


BY 박예천 2010-09-25

 

 

* 2000년 1월 2일 (일)

 

원주 할머니 댁과 외가에 갔었다.

이곳에서는 느끼지 못했는데,

대견스럽게도 네가 많이 컸더구나.

낯을 가리지 않고 잘 웃으며 장난도 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를 잡아당기며

‘어부바’하는 모습에 외할아버지가 웃으신다.

업고 밖에 나가자고 떼쓰는 네가 기특하신가 보다.

눈에 띄게 장난기가 늘고 의사표현도 곧잘 한다.

맘마 달라고 하며 화를 내거나 떼를 쓰는 것도 안다.

네가 참 귀엽다.

짜식, 개구쟁이다 넌.

코가 많이 안 좋아서 낼 병원에 간다.

튼튼하게 이겨내거라. 내 아들아.

주님께 맡긴다.

 

 

* 2000년 1월 5일 (수)

 

병원엘 날마다 간다.

코는 비염, 귀는 중이염으로 인해 아프고

목도 부었다.

네가 또 아프구나.

엄마인 내가 제대로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은 아닌지.

이틀 밤 울며 잠을 설친다.

너를 안고 서성이며 안타깝고 서글프다.

말을 하지 못하는 네가 왜 우는지 모른다.

귀가 아파서 그렇게 울었을 텐데.

엄마가 못나서 너를 더 아프게 하는가보다.

미안하다 유뽕아.

오늘밤 우연히 네 재주를 보며 크게 웃었다.

윙크! 라고 하면 두 눈을 질끈 감고

인상을 쓴다.

참 귀엽다.

윗니도 한 개 더 나오더구나.

아픔만큼 성숙한다더니......,

 

 

* 2000년 1월 8일 (토)

 

무심하게 앉아있던 네가

갑자기 혼자 재롱을 피우기도 한다.

오른손 검지를 세워 왼손바닥에 그려대며

소위 ‘곤지곤지’를 하는 거다.

다시 시키면 그 행동을 하지 않아

엄마를 거짓말쟁이로 만든다.

유뽕아.

너 참 웃기는 녀석이다.

커피를 타서 컵에 들고 오면

네가 먼저 ‘아뜨!’하면서 기어온다.

‘아뜨!’를 하면서도 만지고 싶댄다.

살짝 건드려 보고 뒷걸음치는 조심스러움도 지녔다.

짜식!

어느새 많이도 컸구나.

눈물이 난다. 엄마는.

 

 

* 2000년 1월 9일

 

아가!

지금 내가 살아 버티고 있는 힘은

모두 너에게로부터 온단다.

네가 있기에

삶이 의미 있고

견뎌낼 힘이 생겨준다.

 

사랑한다. 아들 유뽕아.

나의 분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