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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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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15)


BY 박예천 2010-09-12

 

 

* 98년 10월 21일 (수) - 날씨 : 맑음

 

 

아침저녁으로 참 춥다.

강원도의 가을은 매년 맞이할 때마다 추위를 느낀다.

 

어제는 아빠의 생일이었다.

그리고 병원에 가서 네 모습과 만나는 날이기도 했단다.

지난달에 움직임이 없었던 너는 어제 신나게 두 팔과 다리를 움직여 보이며

나를 재미있게 해 주었다.

마치 너의 존재를 강하게 확인시키듯, 두 발을 빠르게 움직이더구나.

의사가 너의 몸을 찍을 때마다 장난치는 것처럼 피하며 움직여 웃기도 했다.

아주 건강하다는 소릴 듣고 어찌나 기쁘던지.

 

네 모습이 보였어.

두 눈과 코, 입 그리고 선명한 등뼈와 손가락, 발가락까지도 말이야.

너의 뱃속에 들어있다는 위의 모습도 알려주더구나.

움직임이 느껴지는 시기라고 해서 가만히 누워 배위에 손을 대보았어.

태반이 앞쪽으로 있어 둔하게 전해진다는 의사의 말이 맞는지 네 움직임이 손으로 전해오지는 않았단다.

그래도 너의 움직임을 사진을 통해 확실히 보고나니 건강하게 자라고 있음이 믿어졌다.

 

아가야.....고맙다.

엄마의 소망대로 씩씩하게 자리해 주어 말이야.

너의 움직임을 아빠와 함께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 시간 아빠는 학교에서 수업 중이었으니 가능한 일이 못되는 구나.

 

그렇게 지금처럼 당당하게 자라고 움직여 나중에 세상구경을 하게 될 때

모두를 또 한 번 기쁘게 해다오.

너의 존재로 인해 우리 가정에 환한 웃음과 행복의 꽃가루가 사뿐히 내려주기를 기대해 본다.

그 날이 내년 삼월쯤에 오겠지만 편안한 맘으로 준비하며 기다린다.

지금껏 살아온 것이 나 혼자만의 능력과 노력이 아니듯,

하나님께서 반드시 함께 해 주실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