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년 9월 7일 (월) - 날씨 : 비오고 흐리다 맑음
지금 엄마는 이층 방에서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단다.
아래층에는 구수한 달팽이국 냄새가 나면서 식욕을 느끼게 한다.
아빠는 오늘 밤 열시쯤 오신다.
고삼 언니 오빠들 야간자율학습 감독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지.
사실, ‘자율’이라는 말은 제목일 뿐이고 어쩌면 반강제적일 거야.
세상을 살다보면 자율적인 이름으로 본의 아니게 구속을 할 때가 있나봐.
어제까지 무척 피곤한 몸이어서 오늘은 많이 잤다.
낮잠을 오래 자서일까.
머리가 아프구나.
아가 너는 어떻게 발달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건강하게 잘 크고 있으리라 믿는다.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아가라고 생각하기에 언제나 보호해 주실 것으로
엄마는 확신하지.
오늘도 하루가 다 지났구나.
저녁 해가 뉘엿 넘어가는 시간이 되었으니.
하루를 접을 때 마다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걸 보면,
살아가는 일이 모험인 게 맞나봐.
아가야!
몇 달 뒤에 널 보게 되면,
나는 어떤 맘이 될까.
조용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