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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421

유뽕이 시리즈 59 - 과학자가 됩니다


BY 박예천 2010-09-09

         

         과학자가 됩니다!

 

 

집에만 들어오면 유뽕이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공부 열심히 하느라 그런 것이냐고요?

절대 아닙니다.

두리번거리며 말썽거리 찾느라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습니다.

엄마가 부엌에서 저녁준비 하는 시간에도 냉장고문을 계속 여닫습니다.

무슨 가구문도 아니고 양쪽 문을 자꾸 열어젖혀놓네요.

타이르고 혼내도 그때뿐입니다.

어쩌다 궁지에 몰린다싶으면 녀석이 특허 낸 만국공통언어를 내밉니다.

“엄마! 사랑해!”

도끼눈을 뜨고 째려보다가도 사랑한다는 외침에 그만 사르르 녹고 말았던 엄마입니다.

사랑한다는데, 뭔 설명이 필요하고 답이 소용 있겠습니까.

조금 더 강도가 센 잘못을 저지른 날도 유뽕식 언어가 발휘됩니다.

“엄마, 미안하다구. 미안해!”

말 내용만 미안하다는 것이고 목소리는 온갖 짜증이 섞여 있답니다.

웅변이라도 하는 음색으로 외치니까요.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가 미안하다는데, 용서해줘야지 별 수 없지 않습니까.

매번 이런 식으로 유뽕이 버릇을 고쳐보겠다고 허풍만 떨었지, 실상 엄마는 녀석에게 이용당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저녁 내내 그칠 줄 모르고 사고를 쳐 놓습니다.

따라다니며 수습하려니 엄마의 인내심에도 한계에 달했는지 화가 납니다.

두들겨 패자니 악쓰며 울 것이고 온 동네가 시끄러워져 계모인가 할 겁니다.

최대한 낮은 음으로 아랫입술 깨물며 행동을 제지시켜도 소용없습니다.

덩치는 또 얼마나 커졌는지요.

엄마만큼 키가 커져 대들면서 다가오면 와락 속으로 겁이 납니다. 한 대 때리기라도 할까 봐요.

마주서있으니 바로 눈앞에 녀석의 얼굴이 있습니다.

예전처럼 무릎 꿇고 눈높이를 맞추지 않아도 됩니다.

 

부엌과 거실을 오가며 뒤엎어놓고 쏟아버리던 녀석이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어디로 갔을까요?

상황이 종료된 것일까 안심하려다 오히려 긴장이 됩니다.

지나치게 조용해진 공간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잠시 후 어디선가 졸졸졸 물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면 그렇지. 이번엔 화장실이구나 싶었습니다.

따라다니며 신경전 벌일 기운도 없어져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옷이 젖으면 빨면 되고 어차피 화장실이니 물을 쏟아도 닦아낼 필요가 없으니까요.

여유 있어진 기분으로 저녁준비를 마저 하려는데, 우당탕탕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이쿠! 떨어졌네.”

유뽕이 목소리도 섞여있습니다.

혹시 어디 다치기라도 했을까 잽싸게 몸을 날렸습니다.

화장실 문앞에 서서 상황을 보니 크게 변화된 것이 없네요.

“유뽕아, 왜 그래? 뭐야?”

천연덕스럽게 타일바닥을 내려다보며 대답합니다.

“과학자가 됩니다!”

뜬금없이 뭔 말인가 싶어 녀석 주위를 돌아보았습니다.

아파서 소아과에 갔을 때 받아온 플라스틱 약병들을 모아놓은 것이 있었지요.

그 병들마다 물을 담고 쏟아대며 연구 중(?)이던 모양입니다. 바가지에 물 담아 위태롭게 세워놓았는데 바닥으로 떨어졌던 겁니다.

눈금이 그려진 약병이니 무슨 연구원이 사용하는 물건이라도 된다고 생각했나봅니다.

녀석이 말한 대답이 우스워 엄마는 그만 깔깔 웃고 말았답니다.

간식으로 만들어준 떡볶이를 먹으면서 커서 뭐 될 거냐 또 물으니 과학자가 된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자판 두드리는 엄마를 향해,

자신이 틀어놓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라고 주문합니다.

눈과 손은 컴퓨터 모니터에 고정시키고 엄마는 악동이 시키는 대로 어깨와 고개 마구 흔들며 괴상한 춤을 춥니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유뽕과학자님 실험정신에 입각한 생활입니다.

내가 맘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한 치도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께 온전히 내어맡기며 과학자든 건강한 아빠이든 되기를 기다려야 하는 게 엄마인 제 몫인 듯합니다.

기도하면서 말이지요.

 

아! 온몸이 솜뭉치마냥 나른합니다.

 

 

 

2010년 6월 22일 밤.

유뽕이 말썽에 조금은 지친 날에.

 

0개
토토 2010.06.24 10.54 신고
유뽕이는 정말 과학자가 될꺼같아요
항상 호기심 그이상으로 행동으로 옮기잖아요
유뽕이에 순수한 영혼에서 나오는 기발한 생각과 행동이
꼭 유뽕이를 과학자로 만들어 지리라............
어느날
예천님이 유뽕이로 인해서..더큰 환한 웃음을 웃을꺼라 .생각듭니다..
  
  박예천 2010.06.24 11.35 수정 삭제 신고
힘을 주시는 댓글...고맙습니다.
항상 그 호기심이 문제지요.
곧바로 실행에 옮겨야 하는 적극성...ㅎㅎㅎ
뒷수습은 언제나 엄마의 몫입니다.
그래도 건강하게 자라면 그만이겠지요.
더불어 생각의 깊이도 자라주기를 기도 할 뿐입니다.  
백향목 2010.06.24 09.17 신고
유뽕이가 맑은 영혼을 소유한 훌륭한 과학자가 되었으면 좋겠군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연히 목소리가 커지고 드세지는게 누구나 마찬가지인것 같아요 특히 아들은 더하죠^^
나도 처녀적에는 옆사람에게 겨우 들릴까 말까하는 수줍은 목소리였는데
두 아이 키우면서 목소리가 아주 드세졌어요 ㅎ ~  
  박예천 2010.06.24 09.42 수정 삭제 신고
엄마는 여자가 아닌 또다른 성별인가봐요..ㅎㅎㅎ
제 주변의 아들만 키우는 엄마가 있는데 거의 군대장교 같거든요.
아이 이름을 부를 때도 꼭 성까지 붙여서 김ㅇㅇ이라고 호명합니다.

과학자가 되겠다는 그말에 잠시 엉떵한 욕심을 부려봤던 날이었네요^^  
헬레네 2010.06.24 01.05 신고
유뽕이가 늙지않는약 !! 죽지않는약 !! 뭐 이런거
개발해 주는거 아닌가 몰르겠네요 ??
유뽕이에게 부탁해 주세요 . 아프지 않는약 ( 통증 완화제 )
개발좀 해달라구요 . 내성이 생기지 않는걸로요 .  
  박예천 2010.06.24 08.21 수정 삭제 신고
어제도 그 장난을 또 하고 있기에 물어봤지요.
이번엔 좀 다른 대답을 합니다.
지금 뭐하니?
"과학하는 거예요!"
뭐든 과학하는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한다는 얘기죠.
짜식이 엄마닮아서 늘 탐구하는 자세라니까요...ㅎㅎㅎ
헬레네님 부탁은 꼭 전할게요^^
저도 필요한 것들이니까요.  
오월 2010.06.23 16.52 신고
그래요 푹 좀 쉬세요
그리고 마당에 나가 맘 속에 있는 말
꽃들과 나누시고 꽃향기 맡으면서 에너지
충전 하시고요
예천님 파이팅!!!!  
  박예천 2010.06.23 18.23 수정 삭제 신고
오월님! 원주 병원은 왜 다녀오신겁니까?
어디 편찮으신건 아닌지요.

고자질 할게요..
저기 제글 밑에요. '우리집 마당에' 1편에 콜라님 댓글 보셨나요?
오월님과 제가 먹을 것만 밝히는 여자로 전락했어요...ㅋㅋㅋ
꽃을 보고도 무쳐먹고 묵나물 해먹고 한다고..
콜라님이 쌈밥 산대요. 날 잡아서 콜라님 벗겨(?) 먹읍시다.ㅎㅎㅎ  
  오월 2010.06.23 19.15 신고
한가할 때 는요
댓글 하나하나 빠짐없이 읽었던 적이
있었어요 댓글 다~~~~~~달고요 ㅎㅎㅎ
지금 솔직히 글 다 읽지 못하는거 맘 아파요
지금 피아노 다녀 왔는데
어제는 합창 ,피아노 두 곳 사무실 일하랴
아이들 컸지만 뒷바라지 하랴 아내 하랴
아~~또
그 자보 있잖아요
ㅋㅋㅋㅋㅋ 큰일 났어요
한 30마리로 확 늘어 났거든요
거기다 개 3마리 수없이 많은 꽃
콜라님이 그렇게 재미난 댓글 달아 놓은 것도
몰랐어요 함 봐야지 ㅋㅋㅋㅋ  
  예천 2010.06.23 19.47 수정 삭제 신고
켁~~~! 뭐라구욧? 30마리요?
거의 양계장 수준이네요...ㅠㅠ
우리집으로 열마리만 넘기세요...ㅋㅋ
푹 고아 먹게요....흠냐.
에고..콜라님 이거 보면 또 먹자타령 한다고 눈 흘기겠네요.
암튼, 열심히 사시는 오월님. 보기 좋습니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