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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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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뽕이 시리즈 47 - 아가야 우유 먹어!


BY 박예천 2010-09-09

아가야 우유 먹어!

 


 


엄마 앞으로 아기인형 하나가 배달되었어요.

갓난아기만한 크기에 우유병도 들어있습니다.

성탄절 마구간 꾸미고 구유 속에 눕혀드릴 아기예수님이지요.

택배로 온 꾸러미를 풀자마자 유뽕이가 얼른 집어 듭니다.

턱받이와 모자를 쓴 앙증맞은 아기 인형이 정말 사람하고 똑같습니다.

우유병을 입에 대면 응애응애 울기도 하지요.


어릴 적 놀이치료하면서 역할놀이 시켜 봐도 시큰둥했던 녀석이 관심을 보입니다.

끌어안고 우유도 먹이고 다칠까봐 그런지 살살 다룹니다.

“아가야, 우유먹자!”

깜빡이는 인형 눈에 자기 눈을 맞추며 다정하게 말하네요.

엄마는 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자꾸 웃음이 나와 멀찌감치 서서 바라만 봅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흰둥이 견우만 찾던 녀석의 태도가 싹 바뀌었습니다.

찬밥이 된 견우는 빼앗긴 사랑에 질투가 나는지 슬쩍 아기인형을 핥아댑니다.


먹보대장 유뽕이는 저녁이 되어도 주방근처에 오질 않네요.

엄마 방 침대에 아기인형을 눕혀놓고 애지중지 달래도 주고 뭐라 말도 합니다.

“애기 우유먹자!”

시도 때도 없이 먹입니다.

어디서 봤을까요.

아기의 양 겨드랑이에 두 손을 끼워 안고는 번쩍 들며 놀아줍니다.

“으싸! ....,으싸!”

내려놓고 눕히더니 이번에는 집게손가락으로 몸을 건드리며 간지럼 태우네요.

아기는 눈만 말똥말똥 뜨고 소리를 내지 않는데 유뽕이만 까르륵 넘어가게 웃지요.

방바닥에 늘어놓은 빨래를 개다가 엄마가 물어봅니다.

“유뽕아! 애기가 좋아? 엄마가 동생 낳아줄까?”

“네에!”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합니다.


유뽕이에게 동생이 몇 번 생길 뻔(?)한 일이 있기는 했지요.

그러나 엄마와 아빠는 용기를 낼 수 없었습니다.

아기가 생기면 유뽕이에게 돌아갈 사랑이 나뉘어 질 것이라 생각했지요.

인형을 끌어안고 좋아라 하는 유뽕이처럼, 아기만 예뻐하느라 유뽕이 바라보지 못할까봐 그랬지요.

조심스럽게 아기인형 다루는 유뽕이의 듬직한 어깨를 보면서 엄마는 잠시 후회됩니다.

‘힘들더라도 낳아 줄 걸 그랬나?’

나이가 많이 들어버린 엄마는 어쩐지 녀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유뽕아! 밥 먹어야지. 애기 놓고 이리와라!”

엄마가 부르는데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시샘부리는 강아지 견우를 믿을 수 없는 모양입니다.

침대 머리맡 자기 베게 위에 아기를 잘 눕혀놓고 떨어지지 않을 걸음인양 식탁에 와 앉습니다.

먹는 둥 마는 둥 숟가락을 내려놓기 무섭게 아기 쪽으로 달려가네요.

“엄마가 포대기 만들어서 애기 업혀줄까?”

커다란 사각 보자기 세모꼴로 접어 유뽕이 등에 아기를 매달아 줍니다.

쪼르르 거울 앞으로 달려가네요.

형아가 되어 애기 업은 자기 모습을 비춰보고 싶은 것이지요.

이리저리 거울을 번갈아 보며 입이 쫙 벌어집니다.


저녁 내내 아기만 돌보던 유뽕형아가 드디어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

당연히 안고 이불로 들어오던 견우는 본체만체 인형만 챙깁니다.

자기 옆에 눕혀놓고 재우네요.

잠자면서 배부르고 든든하라고 또 우유를 먹입니다.

아마 꿈속에서도 새로 생긴 애기동생과 온 천지를 뒹굴며 놀았겠지요.


오늘아침.

부스스 일어난 눈으로 맨 처음 다독거리며 싸안는 애기인형.

밤새 잘 잤는지 인사라도 나누려는지 이리저리 살피네요.

떠지지 않는 게슴츠레한 눈 비비며 역시 품안엔 인형을 안고 거실로 나옵니다.

잠이 덜 깬 몸으로 긴 의자에 쓰러지듯 누우면서도 애기를 꼭 안고 있습니다.


성탄절 장식으로 쓸 인형인데 큰일입니다.

교회에 눕혀놓기라도 하면 녀석이 당장 들고 올 것만 같네요.

아! 정말 어쩌면 좋지요?

도깨비방망이 번쩍 두드려 하늘에서 아기가 뚝 떨어졌으면 좋겠네요.

동생을 낳아주기엔 엄마의 몸 나이가 많이 늦어버렸거든요.

 

유뽕아, 정말 미안하다!






2009년 12월 5일

아기인형 좋아하는 유뽕이 지켜보다가.

0개
아트파이 2009.12.05 20.42 신고
아이를 좋아하는 유뽕이의 모습이 선하네요.^^
자신이 사랑을 받았기에 그렇게 사랑하는 법을 아는 것일 겁니다.
동생을 나아주지 못했지만... 제 생각에는 예천님의 말씀처럼 유뽕이에 대한 사랑과 동생에 대한 사랑이 나눠질까 충분히 생각하신 부분이고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유뽕이는 이제 더 어린 친구들과 동생들에게도 더 많은 사랑을 나눠주는 사람으로 클것입니다.... 사랑하는 법을 아니 말입니다.

유뽕이 이야기 올려 주셔서 저도 더 미소 지을 수 있어 좋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
  
  박예천 2009.12.05 23.15 수정 삭제 신고
언제나 모든 이들의 글에 다정다감하게 다가서시는 아트파이님~!
늘 좋은 말씀만 남겨두고 가시지요.
사랑을 받은 아이니까 사랑하는 법을 배웠을 것이라는 님의 위로가
늦은밤 미소짓게 합니다.
님 역시 베푸는 아량을 보니 사랑 꽤나 받으신 분 같습니다^^
이렇게 넘치게 퍼주시는 걸 보면 알지요.
올려주신 댓글에 감사드리며,
남은 휴일도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으로 마무리 지으시길~~!!  
솔바람소리 2009.12.05 19.28 신고
글은 나중에 읽어야겠어요. 우리 유뽕이가
또 무슨 사연으로 엄마의 글소재를 만들어줬는지
말이에요. 들어와본 김에 예천님의 작가글방에 방문한
발도장 찍어놓습니다. 전라도 광주에 다녀오게 됐습니다.
죽을만큼 힘든데 사람도리를 해야한다는 것이 참으로 버겁네요.
내려가서 연기자처럼 재잘거리고 웃다가 올 수 있을지...
그동안에 저라면 그러고도 남을 테지만 그러다가 중간에 졸도나
하지 않으려나 모르겠어요. 다녀올게요.  
  박예천 2009.12.05 19.43 수정 삭제 신고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발도장을 남기다니요.
전라도 광주까지 가려면 먼 걸음인데...몸살 나지 않게 잘 다녀오세요.
가서......,
연기자도 되지 말고,
억지스런 몸짓도 하지 말고... 그냥 마음 가는대로만 하고 오시구랴.
시끄러운 소리 들리거든 귀막고,
가슴 한번 쓸어내리구요.
말 잘 듣는(?) 솔님......., 알았죠? ㅎㅎㅎ  
혜영 2009.12.05 13.32 신고
유뽕이가 동생을 원하는건가요? 아기 너무 이쁘지요..그런데 시간이 지나게 되면 자기 사랑을 빼앗은 동생을 은근히 질투하고 시기하더라구요..
정도에 차이가 있지.. 아이마다 시기하는 모습이나 질투하는 모습이 다 제각각 이랍니다..그런데..유뽕이는 동생이 생기면 정말 잘해줄것 같은 느낌이 납니다 우유먹이는 방법도 알고 재우는 방법도 벌써 터득한거 같으니 말이에요
엄마 나이가 늦어서 힘들어지는건 ..저도 어느정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멋지고 예쁜 유뽕이에게..나중에 ..세상에 많은 사랑을 베풀 수 있도록 ..마음껏 사랑해 주세요~  
  박예천 2009.12.05 17.08 수정 삭제 신고
추적거리며 겨울비가 내립니다.
차가 흔들리도록 곁들여 강한 바람도 불어오고요.
우리가족은 넷이 동굴같은 집에 들어앉아 각자의 일(?)에 여념이 없었지요.
남편은 거실에서, 저는 안방에서 간만에 낮잠이라는 것을 자봤네요.
딸아이는 기말고사 준비한다며 자기방에 콕박혀 문제풀이 열심히 하더군요.
유뽕형아는 혼자서 피노키오만화를 컴으로 보면서 엄마의 단잠까지 지켜줬답니다^^

유뽕이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는 일을 주저하며 끝내 이뤄주지 못했습니다.
참으로 결단내리기 힘든 문제였거든요.
장애아를 경험한 부모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겁니다.

여유롭던 주말이 저물어갑니다.
혜영님의 댓글을 바라보며 감사한 맘에 이렇게 유뽕이네 주말보고(?)를
남기고 말았네요..ㅎㅎㅎ
저녁 맛있게 드시고요,
추위에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