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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뽕이 시리즈 45 - 주사 맞기 대소동


BY 박예천 2010-09-09

         주사 맞기 대소동



지난 주 금요일에 유뽕이 학교에서 신종플루 예방접종을 했습니다.

엄마는 장장 이 주간에 걸쳐 녀석에서 사전교육을 시도했지요.

공포의 주사바늘 참아내는 자 만이 진정 ‘건강한 아빠’가 될 수 있노라 세뇌작전을 펼쳤습니다.

유뽕이의 장래 희망은 세상 어떠한 직업도 아닌 오직 ‘건강한 아빠’라고 말했거든요.

선거철 국회의원 아저씨들처럼 부풀리기 공약도 내걸었습니다.

“유뽕아! 네가 주사 잘 참고 맞으면, 좋아하는 초콜릿 이만한 거 사줄게 알았지?”

양쪽 집게손가락으로 커다란 네모를 대문짝만하게 그려보였지요.

5학년 형아가 되려면 잘 참아야 된다고, 주사만 맞고 오면 먹고 싶던 만두도 열 개 넘게 쪄주겠다고 손가락 백번은 더 걸었을 정도입니다. 


그랬던 그가.

우리의 유뽕군이 사건당일 학교가 떠나가게 대성통곡을 했더랍니다.

봄에 건강검진 받을 때도 피 뽑다가 악쓰며 울어서 포기했지요.

엄마가 곁에 있어서 그런 것이라 여겨져 이번엔 선생님들끼리 잘 해보겠다고, 걱정마시라고 했건만.

나중에 도움반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지요.

거의 경기를 할 정도로 덜덜 떨기까지 해서 주사는 끝내 맞지 못했답니다.

월요일 보건소에 가서 개별적으로 접종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오래전 올렸던 유뽕이 사진입니다. 주사 잘 맞았던 시절이지요^^)


사실, 유뽕이가 처음부터 주사를 거부하지는 않았습니다.

일곱 살 때 까지 하루에 양팔 두 쪽 다 맞은 날도 있었지요.

캐릭터만화 주인공이 그려진 밴드를 붙일 수 있다는 기쁨에 따끔함 쯤이야 금세 잊곤 했어요.

장애의 원인을 알아보려 서울 큰 병원 돌며 수많은 검사하다 지친 겁니다.

피 뽑느라 서너 명 달려들어 신체부위 사정없이 누르고 옴짝달싹 못하게 잡았던 일이 녀석에겐 큰 공포와 충격을 주었나봅니다.

그날부터 병원건물만 보면 사색이 됩니다.



주사 맞기를 허탕치고 돌아온 금요일.

약속은 지키지 못한 유뽕이지만 엉엉 우느라 빨개진 얼굴과 부은 눈을 보자 안쓰러워 작은 네모 초콜릿하나 사줬지요.

재차 녀석 구슬리기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월요일엔 잘 맞아보자. 그날은 아빠도 오실거야! 할 수 있지 유뽕?”

정말 아빠는 오후 수업 비어있을 시간에 총알같이 날아왔습니다.

유뽕이가 보건소 가는 차안에서 신나게 종알거립니다.

“안 울 거야! 형아 될 거야! 초콜릿 살래!”

“그래! 주사 잘 맞으면 꼭 사줄게”

갑자기 뭔 생각을 했는지 요구사항 하나가 더 늘어납니다.

“권투장갑 살 거야!”

엊그제부터 뜬금없이 권투글러브를 사달라고 합니다.

주사만 맞는 다면 엄마는 권투선수까지 데려다주고픈 심정이 됩니다.


단지, 신종플루라는 병이 무서워서만은 아닙니다.

주사 맞기의 벽을 빠른 시간 내에 뛰어넘지 못하면, 유뽕이는 오래 힘들어 집니다.

주사는 앞으로 살면서 계속 맞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나이 더 먹게 되면 힘으로도 어찌 할 수 없기에 일상생활 훈련을 제대로 익히게 하는 것이지요.


아! 드디어 보건소에 도착했네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유뽕군은 이미 대스타가 되었는지 다 알아봅니다.

“어? 너 유뽕이지? 어서 와라! 오늘은 울지 않고 맞을 거지?”

거의 직원 전부가 녀석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지 뭡니까.

얼마나 난리굿을 피웠으면 단박에 알아볼까싶어 엄마는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지요.

근엄한(?) 아빠까지 동행을 했으니 주사 맞기는 식은 죽 먹기일 줄 알았습니다.

웬걸요. 천만에 말씀이었습니다.

엄포를 놓아도, 달래 봐도 소용이 없었지요.

나중엔 공익근무요원 세 명이 반강제로 잡아본다며 초청(?) 되어 왔습니다.

이미 헐크로 변신한 유뽕군의 위력은 대단했지요.

맥없이 해체된 주사군단은 혀를 내두르고 말았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쳐진 어깨로 녀석을 차에 태우고 집으로 왔지요.

화난 얼굴로 절대 네가 원하는 초콜릿도 권투장갑도 사줄 수 없다고 윽박질렀습니다.

주사 맞지 않은 제 모습은 잊어버리고 원하는 물건 사라진다는 생각뿐인지 마구 울어댑니다.

엄마도 이번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잔뜩 화난 얼굴을 했지요.


오후 세시.

치료선생님 댁에 왔습니다.

잔뜩 울상인 녀석의 얼굴을 보더니 선생님이 궁금해 합니다.

“유뽕이 너, 엄마한테 뭐 잘못했구나?”
주사를 맞지 못했다고 전하니 선생님은 곧바로 함께 보건소로 다시 가보자 하십니다.

막연한 기대초차 거의 하지 못하고 차를 몰았지요.

맥이 탁 풀렸던 그 보건소 마당에 선생님과 유뽕이를 먼저 내려놓고 주차하러 갔습니다.

주차장을 나와 대기실로 가니 접종실에 앉은 녀석의 모습이 보입니다.

밖에 있으라며 치료선생님이 손짓하십니다.

막 의자에 앉으려는 순간 아주 짧은 유뽕이 특유의 음성이 들립니다.

“엄마야!”

채 일초도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요.

무슨 소릴까 싶어 고개 쭉 빼고 보니 엄살대장 유뽕군이 드디어 주사를 맞았답니다.

아무리 탁월한 특수아동 치료선생님이라지만 정말 허무했습니다.

이리도 간단하게 끝나는 것을.

역시 우리 유뽕이에겐 그분이 헬렌 켈러의 설리번 선생님이셨습니다.

선생님 댁에 내려드리며 몇 번이나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렸지요.


약속대로 초콜릿도 사주고 권투 글러브도 구해 주었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빨간 권투장갑 끌어안고 콧노래를 부르는 유뽕이.

집에 오자마자 장갑 낀 손을 휘두르며 뭐라고 외쳤는지 아십니

까?

 

“정신통일, 정신통일!”

 

“국기 태권도 얍!”

 

“부모님께 효도하자 헛!”

 

유치원시절 다녔던 태권도 도장에서 익힌 구호가 전부 동원되고 있네요.

제발 효도 좀 찐하게 해봐라 짜식아!


그러더니, 찌개 끓이던 엄마를 향해 의기양양 새롭게 주문합니다.

“주사 맞고, 케이크도 사자!”

“주사 맞고, 자장면도 시키자!”

한 대맞고 나니 별거 아니다 생각되었는지 자신만만 다음주사들도 맞겠다는 다짐이겠지요.

녀석에게 꿀밤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답니다.

 

깊은 밤이네요.

엄마는 조였던 긴장이 풀리며 큰 숙제를 해결한 기분입니다.

이제 유뽕군의 주사 맞기 대소동은 벌어지지 않겠지요? 


아! 나른한 주사 한 대 맞고 스르르 꿈나라 가고 싶어집니다.

참으로 길고 길기만 했던 하루였습니다.





2009년 11월 23일

드디어 주사 맞게 된 날에.


1개
봉자 2009.11.25 13.11 신고
유뽕이란 이름 때문에 우리 아이들 어릴 때
불렀던 이름이 생각납니다.
큰애는 완뽕이, 둘째는 지뽕이라 그랬거든요.
유뽕이는 삼 세 번 작전을 좋아하는가 봅니다.ㅎㅎ
작전명, 유뽕이 플루 주사 맞기라....
유뽕이를 제일 잘 아는 분이 끝끝내
작전을 잘 수행해 주셨네요.
맞았으니 다행입니다.
유뽕이, 이제 건강한 아빠로 진 일보 했군요....ㅎ
그리고 지금은 늠늠하지만 어릴적 모습은 천사같아요.^^  
  박예천 2009.11.25 19.37 수정 삭제 신고
아하....봉자님!
에세이방에서 뵐 때보다 여기서 뵈니 더욱 아름답고 고와 보입니다.ㅎㅎㅎ
마치 님의 모습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요...

유뽕이는 별명입니다.
애칭으로 부르게 된 이유는....유뽕이시리즈 1편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으니 한번 읽어보시죠.
강요는 아닙니다요...ㅎㅎㅎ

하여간...녀석은 의기양양 자신감에 넘칩니다.
잘난척도 하고요.
열 한살이나 먹은 징그럽기만 애기가 우리집에 있지요.
하루하루 유뽕이와의 일상이 이젠 기대가 될 정도랍니다.
다녀가심에 감사드리며....,
봉자님도 이참에 작가글방에 입성하심이 어떠하신지요?  
접시꽃 2009.11.25 11.58 신고
근데, 그 치료선생님이 뭐라고 하면서 주사 맞자구 했을까?  
  박예천 2009.11.25 19.30 수정 삭제 신고
저도 그게 궁금해서 여쭤봤지요.
댓글로 하기엔 분량초과가 될 듯하여
핑계김에 유뽕시리즈 다음편으로 넘길까 혀요...ㅎㅎㅎ
기대하시라~!  
아트파이 2009.11.24 10.02 신고
네. 제가 봐도 주사보다는 그 주사와 관련된 공포감이 너무 큰것 같습니다. 강제적으로 맞추기 위해 여러명이 자신의 몸을 붙잡고 강압(?)적으로 힘든 시간을 가진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컸을겁니다. 다행히 치료선생님이 그 원인과 근본을 알기에 아마 차근 차근 그 마음을 다둑거려주셨을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아이 주사 싫어할때 '장난감 사줄께. 붕어빵 사줄께'했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보다는 그 마음을 더 따뜻하게 해 주는 것이 좋은것같아요.... 일단은 이해하고 그 다음에 많은 사람보다는 이해해주는 한명이 차분한 분위기를 만든 상태에서 주사의 아픔이 별로 없음을 알려주면서..단계적으로...

일단 잘 해결된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 그리고 앞으로 씩씩하게 권투 글러브로 운동도 하고.... ^^ 만두도 잘 먹고 잘 크겠지요.. ^^

박예천님.. 힘든 하루 보내셨는데 맘 편히 좀 쉬세요. 원래 본인도 힘들지만 부모가 더 힘든 법입니다. ^^  
  박예천 2009.11.24 13.04 수정 삭제 신고
겨우 아들이 주사 맞은 것 한 가지로 인해,
마치 큰 산을 넘은 듯 헉헉대고 있는 제꼴이네요.

저와 유뽕이에게 있어 치료선생님은 구세주와 같은 존재입니다
앞이 캄캄했던 시절....그분을 만난 것은 축복이었지요.
더구나 서울에 계셨던 분이 장애아동에 대한 각별한 계획을 품고
속초로 이사오셨으니....그저 감사하지요.

아트파이님이 작가방 곳곳에 댓글을 달아주시니,
여러 작가님들도 힘이 날겁니다.
오늘은 기온이 좀 오른 듯 합니다.
남은 오후도 행복한 시간 되시기를.....!
  
혜영 2009.11.24 09.10 신고
저런...주사맞기 싫어하는 이유가 여기 있었군요..아이들은 한번 좋지 않은 기억이 있음 모든지 꺼려 하더군요..윗글에 나열한 주사맞기 싫어하는 부분은 우리집 아들도 초등3학년까지 해당됬던 사항입니다..그래서 병원에서 물어보지요..혹시 아이가 주사를 많이 맞은 적이 있었나요? 없었습니다..단지 주사바늘이 자기 살을 뚫고 들어가는 모습이 상상이 되어 공포스럽다고 하더군요..병원에서 한번씩 주사맞힐려면 엄마는 천사가 됬다가 개그우먼이 됬다가 악마로 변했다가 그야말로 쇼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이제 유뽕이는 주사맞는거 두려워하지 않겠는데요? 주사 맞는건 별거 아니다 라고 다짐한거 같아서요..
그런데..유뽕이가 잘생겼네요..누구를 더 많이 닮았나요?^^
유뽕이 시리즈를 보면서 정말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겁니다..
무엇일까요?
정말..유뽕이는 나중에 행복한 아빠가 될꺼라는 느낌입니다  
  박예천 2009.11.24 09.34 수정 삭제 신고
어제는 정말 기운이 쭉 빠지는 하루였어요....ㅜㅜ
마침내 주사를 맞고나자 의기양양 하던 유뽕이 모습이라니..ㅎㅎㅎ
가히 상상이 가실런지요.

주사와 병원은 유뽕이나 가족에게 아픈 기억들입니다.
그래서 녀석에게도 악몽이었나 봅니다.
어제의 사건(?)을 계기로 자신감이 생겼겠지요?

다른 글을 좀 써봐야 하는데....
유뽕이의 사건사고(?)가 연속적으로 되풀이 되는 바람에,
만날 그녀석 얘기만 나열하고 있네요..ㅎㅎㅎ
곧 바로 옮겨적지 않으면 사라질까봐 기록차원에서 적고 있습니다.
저 혼자만 대단한 자식을 키우는듯 요란떨고 있는 것만 같아요.

유뽕이가 누굴 닮았느냐고요?
그건 상상에 맞겨볼게요^^
엄마와 아빠를 반반 나눠 닮지 않았을까요? ㅎㅎㅎ
혜영님의 오늘.... 행복한 하루 되시기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