웩, 죽어!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는 엄마가 얄미웠나봅니다.
슬금슬금 옆으로와 슬쩍 쳐다보더니 대뜸 말합니다.
“엄마! 웩, 죽어!”
깜짝 놀라 쳐다보며 물었지요.
“유뽕아, 뭐라고? 엄마 죽으라고?”
인터넷동화를 모니터가 뚫어져라 쳐다보며 좋아했지요.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무심코 따라하더니 엄마한테 연습이라도 시키는 모양입니다.
장난기 발동한 엄마가 그냥 넘어갈리 없습니다.
자판두드리던 손을 멈춘 채 의자등받이에 고개 푹 꺾으며 죽는 시늉합니다.
“엄마 정말 죽는다. 잘 봐라....웩!”
숨소리도 죽이며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왼쪽어깨 옆으로 머리 숙이고 다음상황을 지켜보았지요.
유뽕이녀석 난리가 났습니다.
목소리가 쩌렁쩌렁 커지더니 마구 소리를 질러댑니다.
“엄마! 죽지 마. 웩 하지 마!”
금방 일어날 엄마가 아니지요.
그리 쉽게 유뽕이녀석 말대로 순순히 따라주려고 고개를 꺾은 것은 아니니까요.
오랜만에 너 한 번 당해보라는 식으로 내심 즐기고 있었습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지요.
엄마가 수술하거나 아파서 입원을 했어도 전혀 슬퍼할 줄 모르는 유뽕이.
정말 감정이 없는 것일까 궁금했답니다.
기회삼아 좋은 실험을 하게 된 듯합니다.
이제 녀석은 징징 우는 목소리를 냅니다.
“엄마, 고개 들어! 눈떠!”
짜증이 잔뜩 묻어있는 소리입니다. 눈을 감고 있으니 녀석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온통 일그러져 있을 게 뻔합니다.
아무런 변화가 없자 돌연 왕자님이 되어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깨웁니다. 졸지에 엄마는 대본에 없던 공주한번 되어봅니다.
눈물콧물 묻은 얼굴을 비벼대며 엄마의 입에 뽀뽀를 해주네요.
한번이 부족한지 이마와 볼이며 어깨와 손등까지 마구 뽀뽀도장을 찍습니다.
속으로 자꾸 웃음이 나오려하는걸 참느라 얼마나 힘이든지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엄마도 힘들어집니다.
한쪽으로만 꺾은 고개가 뻐근해오기도 하고,
웩, 죽기 전에 팔을 잘 접을 걸 그랬습니다.
오른팔이 의자에 잘못 올려져 저려오기 시작합니다.
그 정도는 참을 수 있겠는데 정작 큰일이 생겼지 뭡니까.
과식을 했는지 아침나절부터 위장이 부글거리며 가스가 차는가 싶더니 더욱 심해지는 겁니다.
괄약근을 적당히 조절하며 유뽕이의 사태파악에만 신경 곤두세우고 있었습니다.
아! 죽는 것도 참으로 힘이 드네요.
녀석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꼼짝 않고 버티는데 그만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조였던 엄마의 쌍 바위골이 느슨해 지는가싶더니 가죽피리가 새어나옵니다.
“뽀~~~옹!”
방귀를 슬며시 뀌고 말았습니다.
혹시나 유뽕이가 못 들었을까봐 시치미 떼고 버텼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총명한 유뽕총각!
울먹이던 목소리가 뚝 끊어지더니 금방 말투가 바뀌는 게 아닙니까.
“야! 빨리 눈떠!”
아무리 속은 것이 분하다 할지라도 감히 엄마한테 그런 말을 쓰다니.
이어지는 녀석의 말에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며 죽음에서 깨어날 수밖에 없었지요.
“야! 고개 들어. 빨리 안 일어나?”
벌떡 일어나 녀석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며 꼭 안아 주었답니다.
엄마 옆에서 떼쓰던 어린아이는 어딜 가고,
무시무시한 조직의 보스 같은 강력한 말투로 째려보는지요.
유뽕이 무서워서 맘대로 죽지도 못한답니다.
반성합니다.
다시는....., 정말 다시는 죽는 연습도 흉내도 내지 않을게요!
유뽕형님! 용서해 주세요.^^
근데, 엄마의 방귀소리보다 냄새를 먼저 알아차린 것은 아닐까요?
2009년 2월 15일에 유뽕이의 졸개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