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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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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경이(4) 마음 약해서


BY 솔바람소리 2015-08-30

 

미경이와 함께 했던 15개월간의 모든 사연을 올리기에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 아쉽다. 그 친구에게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들어내 놓고 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홀로 딸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모습이 꼭 나와 같아서... 가치관이 다르고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인 그 친구를 매몰차게 밀어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마음으로 대했던 것 같다.

미경이가 내게 다가와서 하는 모든 말들은 평정심을 잡고자 노력하는 나를 흔들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귓가를 맴도는 말들이 마음속에 용광로로 끓게 했고 때론 회오리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 나를 지켜봤던 친구들은 하나같이 내게 미경이와 거리를 두라고 권했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다니던 직장의 업무정지는 내게 있어 생계엔 위기였지만 미경이와 떨어질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갈 곳이 없다며 하루에도 몇 통씩 전화를 해서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어야만 했고 결국 또다시 약해진 마음으로 이직한 곳까지 데려오게 되었다. 검은 개꼬리 삼년 땅에 묻어도 황모 안된다는 속담처럼 내 조언에도 불구하고 미경이는 여전히 이중적인 행동과 이간질을 해대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켜보기가 여전히 고역이었다.

내가 이직한 직장의 업무방식에 회의까지 느끼며 또 다른 곳으로 옮겨야겠다고 미경이에게 언질을 하니 자신도 갈 곳이 생겼다고 했다. 드디어 둘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났을까...한동안 연락없던 미경이에게 연락이 왔다. 어디서 누구에게 들었는지 영업정지를 받았던 곳에서 다시 오라는 연락을 받았냐고 내게 물었다. 그렇다고 대꾸하니 자신에겐 연락이 없었다며 연락했던 실장의 욕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 이직한 자신의 직장 사장에 대한 욕을 쏟아놓았다. 조건이 별로라던 그곳의 기본급이 내게 했던 말과 달리 높았고 인센티브 역시 높았다고 했다. 그런데 옮기고 보니 모두 거짓이었다며 내가 있는 곳으로 오고 싶다고 했다.

상사에게 말을 했다면 자리하나 쯤 만들 수 있었겠지만 자리가 없다는 거짓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고 말았다. 그 거짓말을 해놓고 마음이 편할 수는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죽어버리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던 미경이의 괴로움이 또...그 옛날 나와 같아서...마음 한 켠이 무겁던 며칠을 보내게 되었다.

-언니...오늘이 언니와 마지막일 것 같아...언니 알아가는 동안 너무 고마웠어^^

9시가 가까운 시간에 미경이의 문자를 받았다. 어감이 좋지 않아서 전화를 하니 넘겼다. 여러 차례 시도해도 계속 넘겼다.

-어리석은 짓하지마. 니딸 나중에 힘들 때 너처럼 극단적인 행동할 수 있어.

자살충동을 느낀다고 할 때마다 경험담을 담아서 해줬던 말들이 있었다. 그중에 한 마디를 문자로 보냈다. 그리고 다시 전화를 여러 차례 했지만 받을 수 없다는 음성메세지만 대꾸했다. 전화 받으라는 문자를 또 여려 차례 보냈다.

-그만해

-내 운명이 여기까지야

라며 미경이에게 문자가 왔다.

_설득해주는 사람이라도 있으니 다행이지!!! 너 정말 이기적이구나!

-니딸 생각해

-니 목숨이 니꺼야?

-애 낳은 순간부터 애 독립 할 때까지 지켜줘야 하는게 니 몫이야

부디 극단적인 마음이 돌아서길 바라며 보냈던 문자들은 하나같이 지난 날 내게 수없이 되뇌었던 다짐들이었다.

-마직막 인사 비스무리 다했어^^ 결심하니 편해^^

하며, 전화는 결코 받지 않는 것이 답장은 한 번씩 인신 쓰듯 했다.

-결심할 때다가 결심해.

-기껏 언니한테 한다는 연락이 이런거 뿐이야?

-목소리는 듣자고

애가 타서 답장하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원이 꺼져있다는 음성이 들렸다.

내게 관심을 끌고 싶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중독자처럼 먹어대는 술기운에 그럴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했다. 내 할 도리는 다했다고 자위하려 했지만 홀로 남겨질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미경이의 딸을 외면할 순 없었다.

112 긴급전화 버튼을 눌렀다. 벌써 시간은 10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12시가 넘도록 전원이 꺼져있다는 음성메시지와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음성메시지를 미경이를 향한 통화 버튼을 누를 때마다 들어야 했다. 그리고 생판 모르는 출동한 기동대의 경찰과 수없이 많은 통화를 해야만 했다. 관할지역이 바뀌면 연락하는 경찰이 수시로 바뀌었다.

전방 500m 내외만 표시가 된다는 위치추적은 상황이 어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알수 없어서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나로썬 답답할 따름이었다.

미경이가 경찰들의 전화도 거부로 돌린다고 하기에 경찰이라는 문자는 보내봤냐고 물으니 더 자극이 될까봐 아직은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일리있는 듯 했다.

미경이에게 딸이 하나 있는데 그 아이에게 연락을 시키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니 몇 분 뒤 동거인이 아무도 없다는 경찰의 답변을 들을 수가 있었다. 머리가 띵했다.

그동안 내게 자신이 홀로 헤어진 전 남편의 아무런 도움 없이 딸을 키우고 있다고 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의문이 들었다. 미경이가 나와 함께 있을 때마다 딸과 통화하는 걸 지켜봐왔고 교복 입은 딸의 사진도 본 적이 있었다. 딸의 담임과 상담이 있다며 조퇴를 한 적도 있었다. 남자친구와 12일 코스로 동해로 놀러 간다고 했던 것도 공부도 잘하는 학교의 임원이라는 딸이 수련회를 갔기 때문이라고도 했었다. 전교 5위 안에 드는 딸은 휴일이면 웨딩뷔페로 알바를 다니기도 하는 효성 깊은 딸이라고도 했었다.

그 모든 것에 다행이다, 그런 복이라도 있으니 힘내라...격려를 아끼지 않았건만...동거인이 아무도 없이 혼자라니...

새벽 1시가 다 된 시간에 경찰에게서 연락이 왔다. 미경이가 집에서 자고 있는 것을 확인했단다.

-언니 한강 갔다가 왔는데 왠 경찰?? 언니가 신고?? 언니가 한 말 곰곰 되새겨 봐~~~

경찰의 연락이 오고 몇 분이 흘렀을까. 미경이에게 문자가 왔다. 읽어보고 또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혼자 생쑈를 했다는 그 문자에 전화를 거니 여전히 전화를 넘겼다.

-정말 어이없는 애구나. 사람 속 있는대로 끓여놓고! 됐다. 잘 살길 바란다.

그 시간까지 귀신에 홀린 듯 혼자서 북치고 장고치고 별의 별 극단적인 생각들과 시름 했던 모든 것이 어이가 없었지만 정나미가 떨어지기엔 충분한 것이었다.

너랑의 인연은 여기까지다...연락가능한 모든 것을 차단과 수신거부를 걸고 나서 한참을 뒤척이다가 겨우 눈만 붙였던 그날이었다. 그리고 이틀쯤 지났을까...

-언니 전화했는데 차단한거야? 카톡도 안돼고...미안해

미경이의 문자를 받고 나서야 문자 수신거부는 따로 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난 미경이가 내게 했던 말이 어디까지가 진실이었는지 궁금하지 않다. 이중적인 생각과 행동이 어쩌면 고지식한 나보단 세상을 더 잘 살아갈 지도 모를 일이다.

진심으로 그 친구가 잘 살아가길 바란다.

 

불교를 믿는 나로서는 인연이든 악연이든 괜한 것은 없다고 믿고 있다. 아직도 미숙한 것이 많은 내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이 많아진다면...난 점점 대인관계에 대해서 순수할 자신이 없다.

웃는 얼굴과 달리 마음 속에 유리벽은 더욱 더 두터워지는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