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뚱에 있어 지존 격인 딸과의 전쟁이
시작 됀지 이틀만인 오늘 벌써 난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어제였다.
해피 없이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응원가 한 대목을 부르짖으며 살던 가시나가
화장실 바닥에 굴러 댕기는 해피의 생리 현상 덩어리 앞에서
꾀를 부리 길래
“넌, 도대체 뭐야? 해피의 주인이란 것이
점점 꾀만 부리고. 엄마가 밥과 물을 주고
목욕시키고 빗질에 양치까지 시키는데 이제 그런 것까지
안하려고 하면서 해피를 이쁘다고 할 자격 있어?“
하고 잔소리를 했더니
“네...”
반성을 한다.
그렇게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갑자기 따뜻한 방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서 자고 있는 해피 앞에
앉아서 한다는 말이 가관이다.
“해피야, 네가 죽으면 누나가 땅에 꼭 묻어 줄게.”
이제 1년 6개월 접어 든 어린녀석에게 이게 뭔 망말인지...
(누나의 발언이 한심한지, 해피 녀석 자던 무거운 눈을 뜨고
껌벅이며 눈을 맞춘다.)
그래도 저 나름대로 뭔가 생각이 깊어서 그런 말도 했겠지,
하며 그냥 넘어가려는데 또 입을 연다.
“따른 사람들은 개가 죽으면 다 묻을까? 아니면 개고기를 해먹을까?”
“!!! -_-;;; 끄응...”
생각 많은 내 뱃속을 빌어 태어난 딸이라 그런가...
이 가시나의 상념의 깊이가 나날이 발전을 하는 것만 같아서
때론 난해한 심정으로 생각을 바로 잡아 줘야 할 때가 종종 있다.
“아영아...”
“네?”
“해피 앞에서 개고기는 좀 그렇잖냐?”
“엄마 할아버지랑 외삼촌들도 개고기를 좋아하신다면서요.”
“-_-... 그런데?”
“엄마께서 뭐든 아껴야 한다면서요?”
“그런데?”
“해피가 죽으면 그냥 묻는 것 보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먹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요...“
“!!!(이쯤의 대화가 나오면 내 불같은 성질머리의 심지에 라이터를
댈까 말까...망설여진다.) 그게 말이 돼? 그게 아끼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 TV를 보면 키우던 돼지도 잡아먹고 소도 잡아먹고 하잖아요.
그래서...“
“야!!! 해피가 동생이라면서, 돼지랑 소가 왜 나와?!
넌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가족들이 죽으면
잡아 먹을 거야?!“
몇 해전만해도 갑자기 밥상에서 밥을 먹다말고
“엄마, 열무김치를 왜 열무김치라고 이름 붙였어요?” 하고
물은 통에 인터넷을 뒤지고도 뽀족한 답을 찾지 못해서
아컴에 공고까지 냈었구만... 커가면서 그런 말들 줄어들길래
좀 편해지나 보다 했었다...
역시나,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딸의 생각은 두려운 경지에까지
달해있었다.
관세음보살...
나는 아이들에게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알아서
해야 한다고 교육 시킨다. 밥 먹자, 하면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오거나 상을 치우려고 할 때는 반찬들을 다시 넣고 행주질
정도는 도와줘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어떻게 된 것이 녀석들이
그마저도 꾀를 부릴 때가 있다.
학원과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하려니 피곤해서 그렇겠지, 이해하려고
하지만 습관이 되며 이기적이 될까봐 내 고집을 꺾지 않고 잔심부름을
시키곤 하는데 아침 식사 설거지를 하고 상을 보니 음식 찌꺼기가
그대로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아들은 학교에서 도서부원으로 활동하는 봉사가 있어서 학교를
가야한다고 화장실에서 닦고 있었고 한가한 딸이 TV 앞에 있길래
“아영이! 너 상 훔쳤어, 안 훔쳤어?!”
목소리에 힘을 실코 물었다.
쫄랑거리며 해피와 거실로 나온 딸이
“엄마, 제가 상을 훔쳐야 해요?” 한다.
“그럼. 하루 이틀 일이야? 상 훔친 일이?!” 했더니,
“전... 한 번도 상을 훔친 적이 없었는데...”
아... 꼭지가 돈다...돈다... 돌아...
엄마의 말뜻이 뭔 줄 알면서도 고집 것 표현을 수정해달라고
굽힘없이 서있는 딸과 잠깐 공중에서 만난 시선에 불꽃을 티기며
섰더니 꼬랑지를 팍 내리고 헤헤 거리며 행주를 들고 상을 닦아 낸다.
“에잉! 엄마, 알았어요. 알았어.
됐지요? 상 훔쳤어요. ㅎㅎㅎ...“
내가 진정 아이들을 바로 잡아 키우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아이들 손아귀에서 내가 바로잡아 키워지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아~!
자유여!!!
아~!!!
방학을 없애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