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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 단상 1 / 그러나 또, 기다리는 사람


BY 김덕길 2007-12-14

노점 단상 1 / 그러나 또, 기다리는 사람

글/김덕길


뻥 뚫린 아스팔트 위를 낙엽이 춤춘다. 자가용이 지나갈라치면 낙엽은 파르르 떨며 몇 미터를 날아간다. 이따금 무섭게 질주하는 트럭 앞에만 서면 낙엽은 회오리를 만들며 정신없이 아스팔트 위를 서성인다. 얼마나 놀랐을까? 그저 가로수에 매달린 이파리로 조금은 지친 소음과 매연에 그을렸어도 여유는 있었다. 인도를 지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웃기도 하고 뜨거운 여름 태양빛을 피해 쉬어 가는 강아지에게 그늘도 내어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뚝뚝 떨어져 내려 어느 이파리는 형체도 없이 갈기갈기 찢기고 어느 잎은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중천을 떠도는 혼처럼 폭주 자동차 앞에서 정신을 놓고 말았다.
해가 뉘엿거릴 즈음 정신을 놓은 한 사내가 뻥튀기 노점 앞을 서성인다. 술이 떡이 된 걸 보니 점심부터 취한 듯싶다. 사내는 차도와 인도가 구별이 없나 보다. 종횡무진 차가 오거나 말거나 신호등이 빨간 불이거나 말거나 낙엽이 춤추거나 말거나 갈지 자 걸음을 내 딛으며 우두커니 서있는 나에게로 온다.
"아저씨! 저기 세워둔 강냉이 자루 얼마요? 꼴깍."
알아듣지도 못할 취기 어린 말로 사내는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묻는다.
"2만 원입니다."
사내는 손을 설레설레 흔들더니 다시 차도로 돌진한다.
얼마큼 시간이 흘러 다시 술 취한 사내가 접시 뻥튀기 앞에 선다.
"아저씨! 이건 얼마요? 꼴깍."
"한 봉지 2천 원인데 3봉지에 5천 원만 주세요."
사내는 바지 호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힌 천 원짜리 지폐 5장을 꺼내서 준다.
"근데 말요. 내가 지금 차비가 없걸랑요. 차비 좀 주쇼! 꼴깍."
5천 원을 준 사내는 나에게 차비가 없다며 차비 좀 달랜다. 황당하다. 이런 경험은 난생처음이다. 그런데 난 술 취한 사내와 싸우기가 싫다. 난 선 뜻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넸다.
"자 여기 차비 있습니다."
"고맙소. 아저씨! 복 받을 거요. 하하하 꼴깍."
뻥튀기 봉지를 어깨에 들쳐 매고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술 취한 사내가 멀어져간다.
바람도 이구동성으로 휙휙 소리를 내며 사내의 뒤를 따라간다. 바람 따라간 자리에 아슴아슴 어둠이 밀려온다.
어둠이 깊어질 즈음 다시 그 사내가 비틀비틀 걸어온다. 뻥튀기 봉지는 어디에 두었는지 빈손이다.
'저 사람이 왜 또 오지?'
다시 안 왔으면 하는 사람이 다시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다. 나는 차에 앉아 모른 척 책을 폈다. 사내의 시선은 뻥튀기에는 아랑곳없이 교차로를 넘어갔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다시 안 왔으면 하는 사람인가? 그러나 또, 기다리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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