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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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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장손의 아내 , 7대 장손의 어미 (2)


BY 캔디 2007-09-24

"혀끝에서 정이 난다.

 숙모들 한테 자주 전화해라이.

 대구전화 좀 자주 해라이.

 시누한테 전화 해봤나?"

 

그 놈의 전화......... 전화.......... 전화...........

 

나는 나중에 며느리 보면 전화하란 말 좀 안해야 되겠다.

히히 컴으로 메일 보내라 해야쥐^^

 

결혼식할때 그나마도 단체로 얼굴한 번 뵌적이 전부인 숙모님들께 자주 전화하라니.

 

몇푼 되지도 않는 유산상속 문제로 사이 멀어지고, 자랄때 부터 사이가 좋지들도 않았다던

숙부님들과 아버님 대의 한을 6대장손인 아들이 그것마저 해결해 주길 바라시던 아버님.

 

시누이 데리고 살으란 이야기에 이어

이제 숙부, 숙모님들께 잘하라고, 당신께서 못한거 좀 하라고...

 

대구가면

"애비는 회사땜에 올라가야되고, 애기 너는 여기 더 있거라.

 여기 더 있다가, 제사도 보고, 삼촌들 숙모들 보고 더 있다 가거라.

 너거 엄마 시장 나가고 나면 내 혼자 밥 먹어야 된다.

 여기 더 있다 가거라."

 

내가 도대체 이집에 뭐하는 사람으로 시집을 온건지 모르겠다.

 

남편의 아내로 시집온건지,

아버님의 비서로 시집온건지 모르겠다.

 

둘이서 같이 식사하는 어색한 시간.

부엌은 저쪽 아랫칸에 있고,

마당을 가로질러 신발신고 뛰어갔다 뛰어와야 하는 옛날 식 구조..

 

입맛은 까다롭기로 유명하셔서

밥먹다가 기본 다섯번은 일어나야 한다는...

 

그래서 어머님은 시집올때 보니 아예 밥을 밥상 위에 올리지도 않고

땅바닥에 내려놓고 드시면서 그나마도

남편이

"엄마, 제발 좀 그렇게 먹지마라. 밥상위에 올려라. 빨리. 얼른."

그 소리가 일부러 듣고 싶어 그러시는건가 싶을정도로

남편과 밥먹을땐 유난히 더 그러시는 어머니

그나마도 한 수저 뜨시곤 또 일어나시고,

한 수저 뜨시곤 또 일어나시고 그러신다.

 

그런 어머님 보면서 아버님은 그게 보기가 좋으셨던지

나와 단둘이 점심 드시면서도

"정구지 김치 이거 더 갖고 오너라."

"예"

일어나서 축담의 신발 신고, 아랫채까지 뛰어가서

냉장고 문을 열고, 김치통을 찾아 꺼내어

접시에 다시 담아서 들고, 김치통 넣고, 냉장고 문 닫고

다시 신발 신고 마당 가로질러 뛰어오면

"참기름 좀 갖고 오너라."

"예"

다시 일어나서 축담의 신발 신고, 아랫채까지 뛰어가서

여기 저기 뒤져서 참기름 찾아 들고

따루어서 가야되나, 통째 들고 가야되나 잠시 고민하다

아이고 모르겠다. 병째 들고 가자 들고 다시 뛰어오면

앉기가 무섭게

"비벼 먹어야겠다. 큰 그릇하고 고추장 더 들어오너라."

하신다.

 

............................................................................

 

 

나는 그 날 이후 비빔밥이 싫어졌다. 흑흑

 

나는 워낙에 밥을 좋아하지도 않는데다 늦게 먹던 탓에

엄마가 욕을 욕을 하면서도

19살이 되도록 밥상머리에 앉으셔서 반찬 떠놔주고,

한숟갈만 더 먹어라, 더먹어라....

이리 컸던 내가

밥상머리에서 다섯번은 더 일어났다 앉았다 해가면서

먹을려고 하니 입맛도 없는데다

나는 이제 첫술 뜨려고 하는데

아버님은 벌써 내가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사이에

반 넘어 드시고, 먼저 수저를 놓으시고

물 한컵 더 갖고 오라고 하시니

인제 입 맛이 싹 다 달아났다.

 

처음부터 비벼먹게 챙겨오너라 하시면 될것을

........

 

이 집에서 살아 남으려면

밥을 총알같이 먹는 연습부터 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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