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함께 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카톡을 보낸 동서의 글을 읽는다.
이번만 함께 못한게 아니라그냥 마음이 덤덤하다.
차례비용이라도 보내주었으니 감사할 일이다.
그래도 이번엔 이유가 명확해서 좋다.
동서네 친정어머님이 요양원에 계시는데
온 가족이 그곳을 추석당일에 면회가 되서 방문하기로 했단다.
막내동서는
며칠 전부터 전화를 해서 나의 건강을 묻더니
이번엔 간단하게 전을 준비하고 나물 까지 준비해서 올 거라며
형님도 나머지 음식을 조금만 준비하시란다.
우리의 대화는 기.승.전.물가오름이다.
마음이 넓고 이쁜 동서는 내가 얼마 전에 아픈 것이 마음에
남았나 보다.
오전에 민어전과 육전을 조금 부쳤다.
점심으로 아버님께 소주 한잔을 드리며
어제같은 일이 있으시면 먼저 오해하지 마시고 말씀을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아버님은 고개를 끄덕거리시며 알겠다고 하셨다.
어제는 황당하고 처음있는 일이라 많이 서운했다.
어제 아침
아버님이 아침식사를 안 하시겠다고 하셔서 속이 불편하신가 싶어
한참 후에 까스활명수를 드시겠댜고 여쭈어보니 괜찮다고 하시는데
얿굴표정이 별로 안 좋으시다.
점심 때 남편에게 죽을 좀 사오라고 부탁을 했다.
전복 죽을 드시라고 하면서 어디가 안 좋으시냐고 여쭈어 보니
오늘이 추석이 아니냐?고 물으신다.
추석은 이틀 뒤 화요일 17일이라고 말씀을 드리니
오늘이 추석인 줄 아셨단다.
아! 그래서 표정이 그러셨구나.
총기가 뛰어나신 분이신데 이젠 연세가 있으셔서 오늘 추석으로 착각을 하셨나 보다.
남편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아버님의 아이같은 성격이 싫다고 한다. 알아서 해드려야 좋아하시고 그게 당연하다 생각하시는 점이 많으신 아버님이시다. 그래도 우리가 30년 이상 모신 차례를 아버님께 의논도 없이 안 모신다고 생각하셨다니 나로선 정말 섭섭했다.
그래도 아버님이 나의 말에 수긍을 해주니 다행이지
아직도 낮엔 30도가 넘어서 덥지만 잠깐씩 불어오는 바람이
가을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아버님이 좋아하시는지평막걸리를 서서 집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