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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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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길에서


BY 박 소영 2010-08-25

날씨가 더워 운동을 저녁 시간에 하기로 맘먹은 후 며칠째 저녁에 나갔다.

해가 꼴깍 서산에 빠지는 시간은 대강 7시, 바로 직전 집을나선다.

산책길은 교정끝 연못을 지나  야트막한 산 입구로 가면 민속촌이 있는데

그 민속촌까지가  나의 산책코스다.

그렇게 돌고오면 묵주기도를 20단을 바칠 수 있어 나는 누구의 동행도

아닌 나만의 시간을 자연과 어우러져 자연의 변화를 만끽한다.

온갖 새소리, 풀벌레소리, 황소개구리 울음, 시원한 매미의 합창,

해질녁 산속은  자연의 오케스트라가 연출된다.

다섯마리의 새끼를 데리고 망울을 틔운 연꽃 사이로 헤엄쳐  다니는

 한쌍의 오리는 한폭의 동양화다.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지 연신

 자맥질로 먹잇감을 찾으면서 분주히 돌아다닌다.

유난한 낮더위가 감당하기 어려웠던지 작은 꽃잎은

입을 다물고 초저녁 잠을 청하는지 졸고 있다.

 새벽 공기를 가르던 아침 산책을 저녁으로 바꾸었다.

아침시간에는 오가는 사람이 길에 그득하다.

이웃과 수다를 떨면서 산중턱에서 맨손체조, 훌라후프을 돌리고

야호를 외치면서  하루를 여는것도 좋았지만 

석양을 등진 저녁 시간은 기도와 명상의 시간이다.

나설때 보다 점점 어둠이 깔린다.

사람이 뜸한 산책길은 호젓하다.

인기척이 없어 연못만 돌고 올까 하는데

산쪽  몇미터 앞에서 사람 소리가 났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니  젊은 연인으로 보이는 한쌍이다.

반바지를 입은 긴머리에 날씬한 아가씨가 산책길에 어울리지 않게

하히힐을 신었다. 뒷모습이 착해 보이는 청년과 손을 잡고 천천히

이야기를 하며 걷는 모습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나의 발자국 소리에 뒤를 돌아보더니 목례를 하며 길을 비켜준다.  

오붓한 시간을 방해했나?

참 행복해 보였다.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나도 목례를 하고 빠른걸음으로 앞질러 그들과 간격을 두고

걸었다. 늦은 시간인데도 맞은편에는 부채를 들고 나온

  할멈 둘이서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심각한지 한번 쳐다보지도 않고 내 앞을 지나간다.

살아갈 날이 많은 꿈많은 젊은이들의 밝은 모습과

인생의 황혼기인데도 아직도 무슨 걱정이

그리 많은지 수심이 가득찬 얼굴은 욕심이 가득한

또다른 나의 모습이다.

욕심을 털어 버리자. 자식도 남편도 나의

욕심을 채울수는 없다. 각자의 삶은 자기의 몫이다.

아름다운 늙음은 내 스스로가 가꾸고 지킬때가 아름답다.

살아 가는 길도 바꾸도록 노력해야 하는 나이다.누구와도 동행하지 않는

저녁 산책길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황혼의 다가온 고독한 삶도  행복의 일부이다.

늙고 병들고 아픈것 모두가 자연의 이치인것을  자연을 거스러지 않고

순리대로 사는 삶이 또한 아름다운 삶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