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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쁜 년.


BY 이슬 2007-02-14

돌아 가신 엄마의  세상속에 남겨져 있던 유일한 피붙이
외삼촌이 돌아 가셨다~
 
토요일
서울로 부터 날라든 전갈에 몸도 마음도 바빠 졌다~
거리가 멀어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두고 언니와
의견 교환.
 
[차를 가지고 가는게 경제적이다.]
[아니다 KTX 타고 가는게 오히려 경제적이다]~
 
두집 남편들을 집에 떨구어 두고.
모처럼 자매가 서울을 향했다~~~
 
룰루 랄라~
이건 분명 잘못된거다~
외삼촌이 이세상 마지막길을 가셨는데.
언니와 나는 솔직히 여행 기분이 난다~
 
KTX 를 타고~
 
81세..
장수는 아니더라도 적당히 이세상과 마주하셨으니.
그리 슬퍼할 일만은 아닐듯 하다.
 
덤덤하다~
 
거리가 멀다는 핑게로~
삶에 바쁘다는 핑게로~
 
너무 오랫동안 보지 못한 오빠들.
올케들 그리고 조카들.
 
외삼촌의 조문 보다도
피붙이들을 말날수 있다는  희망이 설레임으로 작용을 한다는 사실도 부정할수가 없다~
 
광명역에서 마중 나온 둘째 오빠와 조우~
작년 추석때 보고 몇달 만인데.
많이 수척해 진듯 하다~
 
하긴...
오빠도 벌써 환갑이 눈앞이지?
십년이 넘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맞짱뜨던 어릴적 생각이 살풋.~
 
세월은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
우리에게서 젊음을 앗아 갔다~
 
시누이와 올케~
오빠를 가운데 축으로 두고 형성된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
 
시누이들의 방문이 달가울까를 생각하면
미안 함도 있지만.
 
하지만 어쩌랴~
 
피해 갈수 없는 하룻밤인걸~
 
시누이의 禮 는 갖추는게 오빠를 위함일것 같아
 
만류하는 오빠를 뿌리치고
슈퍼에 들려서 세제와 휴지를 샀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건 만고의 진리라~
[오빠가  이 다음에 우리집 방문하실때 혹시라도 빈손으로 오실까봐 교육 차원에서
사들고 왔슈....잘 배워 두세용...ㅎ]
 
첫번째로 웃었다~
 
시누이와 올케는 안보이는 숙적?
 
언니가 오빠보다 손위 니까 조심 스러움이 눈에 보인다~
 
자주 보지 못하니 가족이란 친숙함보다는 웬지 낯설음이 가깝다~
올케도 저녁상은  귀한 손님 접대용으로 봐놓았다~
 
분명 친숙한 가족을 대하는 태도에서 멀어져 있다~
 
설겆이 할 기회를 주지 않아  앉아서 밥상을 받고 물렸다~
 
과잉 절약 정신에 피곤해할 올케를 위해
오빠 질타 하기 시간은 등뒤에서 질녀들의 후원을 받았다~
[아마도 그점에서 올케에게 후한 점수를 받은듯 하다.ㅎㅎ]
 
가슴이 막혀 오는듯한 텁텁한 서울 공기.
뭔가에 쫒기는듯 다름박질에 익숙한 서울 사람들의 생경 스런 모습들~
헤이하게 풀어 헤쳐 있던 나의 정신도
바짝 긴장함을 주는 서울이란 도시~
 
숙연해진 마음을 안고 을지 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 섰다~
초딩 교장 샘으로 정년 퇴직을 하신
외삼촌의 마지막은 온통  화려하다~
정의롭게 세상을 살고 놓아 주신 증거는
식장 앞에 놓여진 수십개도 넘을 화환이 증명해 주는듯 하다~
 
나는 또~
늘여놓은 화환의 돈계산에 머리가 돌고..ㅋ
 
슬픔의 농도도 촌수가 헤아려 준다는 사실 확인~
엄마와 닮은 엄마의 피붙이이것만.
눈물이 나지 않아서 내 눈이 야속했다....
 
막내 오빠와 올케도 만나고.
내 피붙이와의 만남의 시간이 늘겁기만 하다~
[에라잇~나쁜뇬..나는 나쁜뇬이다.그렇게 아슈.ㅎㅎ]
 
조문후.
참으로 오랫만에 만난 우리 형제 자매들.
동안에 밀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구로 올시간이 다되어 장례식장을 일어 섰다~
집이랑 가까운 막내 오빠 내외는 남겨 두고.
둘째 오빠 내외와 오빠 집으로 다시 출발~!~
 
[아가씨 참기름 주면 들고 갈래요?]
[주면 잘먹지..근데 언니도 사먹잖어??]
[친정에서 보내준것 있어요..나누어서 먹지뭐..]
[글면 주라~~~]
 
이것 저것 올케의 친정에서 보내온걸 챙기는데.
갑자기 장난끼가 발동을 했다~
 
[언니야~여기가 내 친정잉께 싸갈꺼 많이 내어 놓아라~어디 어디에 뭐 숨겨 뒀는지 내 다안데이~ㅎ들켜서 뺏기는것 보담은 알아서 잘 챙겨 주는게 좋데이.ㅎㅎ]
 
씨익~
올케의 미소가 전해 진다.
 
[오빠요~구석 구석에 짱박아 둔거 빨리 찿아서 가방 가득히 넣어 주소~
친정에 왔다가 빈손으로 갈수는 없지요..낄낄~]
 
술을 먹나 담배를 피우나.
질식할 만큼의 절약 정신에  빈틈이 없는 오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붙이인 언니나 내게 뭘 주려고 하는 올케의 뒤를 따라 다니며 보조 역활에 충실하는 오빠를 보며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걸 느끼게 된다~.
 
참기름 두병씩~
백태 한되.
흑태 한되.
우거지 삶아 뭉쳐 놓은것 두뭉테기.
된장에 고추 박은거.한통
깻잎 김치.힌통.
토란대 말린것.
무우 말랭이 김치..
 
팔이 무겁도록 챙겨 주는걸 들고 광명역으로 배웅을 해준 오빠와 올케~
인사를 하고 고속철에 올랐는데.
올케의 전화가 왔따~
 
[아가씨~가방에 주머니 안에 손한번 넣어 봐요..그리고 잘가요~]
 
전화를 끊고 가방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니.
[작지만 차비나 해가세요~]
짧게쓴 올케의 메모와 함께 돈 십만원씩이 들어 있었다~
 
언니나 나나
눈물이 핑~~너무 고마웠다
날새는 줄도 모르고 낄낄 거렸던 하룻밤 동안에.
격의 없는 사이가 된 시누이와 올케~
 
도착 했다는 전화를 주기도 전에.
잘 도착 했냐며 안부 전화를 먼저 해주는 둘째 올케~
 
나보다 훨씬 잘 살기에
소박한 선물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난 마음 속으로만 올케 언니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있다~
 
흐믓한 마음으로 돌아 오는 기차안~
 
계산에 바쁜 언니와 나~
갈때 주머니 보다 올때 주머니가 더 두둑하다.`
캬오~~~~~~ㅎㅎ
 
우린 흑자를 낸거다..
 
 
엥??
 
시방 내가 뭔 소릴 하는거지?
 
{{착하고 정의롭게 세상을 살다가 그 끈을 놓아 주신 외삼촌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빕니다~}}
 
속물 근성에 눈이 먼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나쁜 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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