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9- 어느날
아침미팅 시간
원탁을 마주놓고 난 차마 그를 바로보지 못한다.
그놈을 제외하고도 한명의 조선족 여직원과 한족(남자 한국말을 전혀 모름)이 한명있다.
미팅을 하는 도중 나는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실실 거렸다.
“ 다음부터는 일찍 하세요 새벽에… “
흐미… 뭔소리여? 이놈이 한수 더 뜬다.
“알써”
짧게 한마디 하고 …. 간단하게 미팅끝.
중국에서 1년간 처음 석달은 배란다 에서 뛰어 내리고 싶은 충동을 거의 매일 느꼈었고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 오고 시일이 지나자 이렇게 농담(?) 을 할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외로움이 예리한 칼과 같은 죽음을 달고 다닌다는 것을 알았고, 나의 남편이었던 남자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런 죽을 만큼의 외로움을 느꼈을까 하고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었다.
직원 중에서도 이놈은 유달리 똑똑하고 일처리가 능했다.
업체 관리를 할줄 알고 또 상대를 배려 할줄도 잘 알았다.
그중에 젤 잘하는 것은 농담!
처음엔 내가 워낙 말수가 없다보니 이놈이 먼저 농담을 건네기 시작했다.
이놈이 농담을 할줄 모르는 놈이라면 당연히 지금 내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속에 진담을 섞어 넣지는 못했으리라.
옆에 앉은 이놈은 자꾸 피하는 내 표정을 보고 싶은지 자꾸 말을 시킨다.
“근데 왜 그런 저나를 했습니까?”
“ 그냥 … 심심해서..”
“생각지도 못했는데 …. “
“놀랬냐? 알써… 앞으로 그런 농담 안하께! “
난 그날 하루종일 이놈을 똑바로 쳐다 보지 못했다.
.
2006-9-19
미안해 난 못마셔.
자꾸 술잔이 들어온다.
들어온 술잔을 다시 앞의 직원들에게 돌린다.
술을 못마신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지 … 이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본다.
“실은 술마시면 몸이 다 빨개져..그래서 못마셔…주절주절….”
내가 왜 못마시는가에 대해서 실지 술을 마셨을때보다 더 장황하게 설명을 했다.
“아~ 몸에 피어서요? “
조선족 여직원이 얼른 이해했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럼 술 전혀 못드세요? “ 여직원의 불쌍하다는 표정
“아니 1년에 서너번 미친 것 처럼 마시지… 방 잡아놓고…실컷 마시고 뻗는거지 아무도 모르게….ㅎㅎㅎㅎ”
(내가 미쳤냐 나이많은 직장상사라는 것이 그것도 여자가 너희 앞에서 술먹고 횡설수설하게…)
그일이후
거래처와의 만남이 있었다.
우리는 같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얼마든지 동지가 될수있었으며 또한 나이가 같아서 서로 친구로 지내는 사이였다.
둘은 젊은 아이들이 많이 노는 바에서부터 노래방까지 섭렵하고 (당연히 술도 마시고)12시가 훌쩍넘은 시간에 집으로 들어오는 택시 안에서 나는 다시 전화를 집었다.
“와이? “
“뭐하니”
“테레비 보지.”
“그래…알았어 계속봐! “ 뚜뚜….
다시 2분후.
“아직도 테레비봐?”
“물론!”
“나 술한잔 사주라? “
“어딘데?”
“여기 음… 화창베이 “
“늦었는데…”
앗! 실수 화창베이면 이놈 집에서 너무 멀다.내가 가기에도… 그 놈이 오기에도…
“ 늦어서 안된다는 말이네.”
“다음에 합시다.”
“알써” 뚜--------
뭔가 손해 본 기분! 3분후 아파트앞
다시 전화
“야 그럼. 다음에 날잡아서 사주겠다는 말이네? “
“예~”
“ㅋㅋㅋ 분명히 니가 산다 그랬다?”
“예~”
“너 알고있지….나는 호텔 방잡아놓고 마시는거…히히히 분명히 넌 산다 그랬고…”
이런 것 보면 내가 술이 전혀 안취했지ㅋㅋㅋ
“아~참! 내가 술사주면 가지고 가서 마시면 되지….”
“ 아니야… 분명히 난 전에 내 음주 조건을 얘기했쓰….일단 그케 알고 있으께 조아라~”
흐미…난 바람난 여자다.분명히..
그날밤 난 기어이 사고를 치고 말았다.
그놈에게 사랑의 메일을 보내고 만것이다.
- 난 니가 좋다…가끔 솔직히 갖고 싶을때도 있지만 내가 그러면 안되니까 .-
주저리 주저리… 한 인간으로서 어찌….그래도… 흐미.
새벽이 되어 술이 어느만큼 깨고 나서야 난 내가 한짓을 알았다.
미치겠네. 죽고싶다.
사무실과 방(우리 아파트가 곧 사무실이다) 을 빙빙 돌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드디어 출근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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