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겨울과 작별을 하는 이별에 비일까
주룩주룩 큰소리로 합창을 한다.
창문밖에 내 걸은 나무 베란다에 있는 스치로폴 화분에 지난 가을 심어놓은 쪽파가
그냥 놔두었더니 찬바람 이겨내고 파랗게 움이 돋는다.
하루에 몇번이고 창문을 열고 내다보며 우리집 창가에 찾아온 봄손님이라 여기며
나는 반가이 맞아주곤 한다.
비가 내린다.
어둑해져오는 저녁 창가에 빗소리가 나를 부른다.
우거지 넣고 된장국을 끓이다 지하방에서 혼자 사시는 할머니 집사님이 생각난다.
봉사단체에서 가져오는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계신데
내년이면 구십이 다되어 가시는 할머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실텐데 조금은 피곤하고
꾀가 났지만 늘상 하던 그맘을 부지런 떨어 된장국을 봉지에 담고
시장에서 바나나를 사가지고 밤길을 갔다
우산을 쓰고 비 떨어지는 소리가 주룩주룩 참 좋다.
사랑은 작은 수ㅂ고가 따라야 한다.
이왕 가는거 기쁜 마음으로 노래 부르며 어둠속을 걸었다.
십분정도 걸어가면 산밑에 있는 지하방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 집사님
똑똑똑 문을 두드리니 반가이 맞아주신다.
가져간 우거지 된장국이 할머니께 인사를 한다.
얼른 꺼내 냄비에 넣었다.
방 한칸에 싱크대 그리고 작은 화장실이 있는 지하방이다.
십년 넘게 그곳에서 지내시는데 주인이 착해 올리지도 않아 좋아하신다.
엄마같은 할머니 댁에 가면 피곤한데 누우라고 얼른 베개를 놓아주신다.
엄마집에 온것 같아 벌러덩 누워 할머니랑 도란도란 한시간은 옛날 이야기를 듣다가 온다.
돌아오는 길이면 동사무소에서 받아놓으신 라면이며 선물 받아놓으신것들을 싸주신다.
어느땐 ㅅ사는게 힘들지 하며 할머니께 나오는 쌀을 당신은 필요 없으시다고
올때 구르마를 가지고 오라시며 잔뜩 실어주시기도 한다.
내게 여유가 있을때면 설렁탕을 한두그릇 사다가 사랑을 나누기도 하지만
맨날 일하고 늦게 집에 돌아오는 나는 자주 찾아뵈지도 못한다.
그래도 어둔밤 찾아왔다고ㅗ 좋아하시는 할머니
딸처럼 토닥거려 주시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피곤한데 왔다고
어느땐 눈물도 보이시고 나도 코 끝이 찡해지는 날도 있다.
잘살던 사람이 힘들게 사는걸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하시지만
난 괜찮다.
그저 누군가에게 주고싶을때 나눠줄수 있으면 행복하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행복으로 여기며 감사하며 살다보면 좋은날도 있으려니
아니 지금도 좋은날들이지
굶지않고 살아갈수 있고 비가 새지 않는 집에 살아갈수 있으니 감사하지
비가 내리는 저녁 할머니를 혼자두고 돌아오는 밤길 하늘에 계신 엄마가 보고계시겠지
울엄마는 마음이 더 고우셨으니 말이다.
옛날에 영등포에 사실때 역전에서 헤매고 있는 임산부를 보시고 화장실에 가서 내복을
벗어 입혀주셨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는데 하여간 울엄마는 천사이셨다.
시골에 살때도 거지가 오면 나무 중반에 수저와 저분을 나란히 놓고 밥 한가지 짠지하나라도
곱게 차려 거지를 대접하시던 울엄마이셨다.
그런 엄마를 보고 자란 나는 엄마를 닮고 싶었다.
착한 일을 하는것은 착해서가 아니라 안하면 내가 괴로우니까 하는건 아닐까
하나님께서 남이 볼수 없는 부분들을 나에겐 보이시게 하는 축복을 주셨으니
그 복을 실천하며 사는것이 나의 꿈이다.
빗속에 작은 꿈들을 하나둘 세어가며 집으로 돌아오는 밤길이 그저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