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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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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왜. 화가 치밀어오를까


BY 김효숙 2014-11-21

오늘도  아가들을 만나러 갈 시간 

대문앞에 두 녀석이  나를 만나러 쪼르르  달려 나올 생각에

엊저녁 도토리 묵을  쑤어 깨소금만 넣고 무쳐서 작은 그릇에 담았다..

버스를 타고 달려가니 쌍둥이 큰 녀석은 작은 눈에 미소를  머금고

털퍼덕 문 앞에 앉는다

 

동생이 달려 나오니 앉으라고 아기 고사리 손으로 바닥을 두드린다.

앉으라고 앉으라고..

그 모습이 이뻐 아침마다 먹을것을 가방에 싸는 행복은

아가들의 눈망울을 바라볼수 있는  사람만이 느끼는 행복이다.

 

참새 같은 입을 벌리며 세상에 태어나 도토리 묵은 처음 먹어볼 텐데

거부하지 않고 맛있게 받아 먹는 아가들이 참 이쁘다..

고구마 묵.. 이것이 아침을 대신한 식사이다

 

9시 30분쯤  쌍둥이 녀석을 유모차에 태우고 한강둔치로 나갔다.

갈대는 가을 햇살에 비추어 그 옆을 지날때마다  바람에 흔들리고

속살은 훤히 내 비치며 어디선가 콩이 터져나오는 소리처럼..

따각따각 소리를 낸다

가을 하늘은 높다..

엄마 얼굴이란 동요를 들으며 나도 따라 부른다.

보고싶은 엄마얼굴 이쁜 우리 엄마 얼굴

부르며 부르며 눈시울이 뜨겁다.

 

서너시간을 산책하다가 들어왔다

밥을 먹이고  집안에서 노는 아이들은 제멋대로이다

하고 싶은대로  올라가고 싶은 대로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아가들은 두살.. 나는 60살

온종일 서서 끌고 밀고 다니고. 따라다니느라 힘에 버겁다..

 

응가 하면 들고 들어가 씻기고 또 하나 응가하면 또 들어가 씻기고

해도해도 끝이 없다.

 

팔에 힘이 하나도 없다.

잡아다 놓으면 또 베란다 차디찬 곳으로 나가고.

팔은 더욱 아프다.

 

아가들은 안 들어 오려고 힘을 쭈욱 빼고 늘어지는데

순간..

화가 치민다.

어찌할수 없는 내 육신에 한계에 나도 지쳐버린다.

 

이쁨도 사랑도 내게 버거운 순간이 오면 모두가 미워진다.

남편도 자식도 시동생도.. 나를 힘들게 한 모든 것들이 미워진다.

 

잘하고 싶었는데 왜 자꾸만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일까

오후 5시 되어서야.. 밥  한주걱 김치 볶은것 두수저 싸간것도 못 먹고

그때서야.. 서서  먹었다.

 

그래도 오늘 ㅡ하루 힘겨웠던  순간들에 나는 웃음이 나오지를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