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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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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비를 맞아보렴


BY 김효숙 2014-08-06

아이를 돌보고 퇴근하는길에 보슬비가 내린다

실개천을 끼고 오는 길은 늘 나를 행복으로 초대하는 길이다

길가엔 어릴적 내가 보았던 들풀들로 가득하고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나물들이다.

며칠에 한번씩 뜯는 씀바귀는 비가 내리면 한뼘씩은 자라나서

온종일 지친 나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나를 저녁상에 초대할래요 하고 묻는것만 같다.

가방가득 뜯으노라면 내 손은 씀바귀진으로 까매진다.

십분쯤 걸어오면 개울물에 자그만 돌다리가 있다.

항상 그곳에 들러 씀바귀 진으로 까매진 손을

돌에 문질러 닦으면서

어릴적으로 돌아간 추억에 혼자 비시시 웃는다.

언덕을 오르면 도로가 보인다.

 

늘 가던 길로 갈까하다가 조금이라도 풀들과 이야기하며 가야겠다는

생각이 내 발걸음을 풀이 가득한 길로 걸음을 재촉한다.

길가에 심어놓은 연산홍은 들콩 넝쿨로 목을 휘휘 감고

그것도 모자라 며느리 밑씻게라는 엉겅퀴 일종의 억센 풀이 휘휘

연산홍 목을 또 감아 온통 삿갓 지붕을 만든다.

여름 내내 아파트 단지를 아기랑 산책하며 올라오는 풀들을 뽑아줬는데

역시  풀이 무성한 곳에 있는 꽃나무들은 덩굴 풀들을 피해가기가 어렵다.

 

오늘 따라 장갑도 안가지고 왔지만

촉촉히 내리는 비를 맞으며 휘감은 덩굴들을 걷어주지 나도 기쁘다.

말도ㅗ 못하는 연산홍은 아이구 시원해 하는것 같고

내리는 보슬비로 얼굴을 닦는것만 같았다.

한참을 걷어내고 있는데 지나가던 할머니가

물끄러미 바라보시며 좋은일 한다고 칭찬을 하신다.

웃으며 얘네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하늘을 향해 무럭무럭 자라야 하는데 요놈때문에 자라지도 못하고

하늘도 한번 바라보지도 못하고 답답하겠엉 했더니

할머니는 당신 얼굴을 닦아드린양 너무 좋다고 하신다.

 

웃으며 우리 엄마를 닮았어요 했더니 또 웃으신다

나도 웃었다.

 

얼른 집에와서 저녁도 해야하는데  왜그리 행복하고 좋을까

꽃나무들이 나를 닮아 비를 맞으며 좋아할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엔 들로 다니며 예쁜 화단에 덩굴이며 풀들을 뽑아주는

또하나에 일거리가 있어서 나는 참 행복하다.

내일은 출근할때 가위를 넣고 와야지

일하느라 다 닳은 내 손도 좀  아껴주고 가위로  다 잘라줄께 풀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