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엔 일주일에 한번씩 장이 선다. 삭막한 아파트에 장이 서는 날은
사람냄새가 나는 것 같아 참 좋다. 점심을 안먹고 배가고프던 차에
순대 파는 곳을 지나가다가 앉았다 . 오뎅 국물과 함께 먹는 순대는 정말 맛이 있었다.
혼자 먹기에는 많다 싶었는데 마침 할머니 두분이 지나가시기에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하고 순대를 먹었다.
혼자 먹는것 보다 같이 먹는 것은 더 맛이 있는게다.
할머니는 미안해하며 천천히 드신다..
많이 드세요...했더니 들고 있던 봉지속에서 홍시 하나를 꺼내 먹으라고 하셨다.
한 할머니는 얼른 튀김을 사서 탁자위에 올려 놓으셨다.
이것도 함께 먹읍시다..하시는 할머니를 바라보니 문득 하늘나라에 가신 엄마 생각이 났다.
할머니 두분은 연세가 90세와 91세 이신 할머니시다.
먹고 싶은것도 없고 맛있는 것도 없다고 하신다.
이렇게 늙은이를 불러주니 고맙다고 하신다.
저도 늙을텐데요 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조금 있으니 할머니 딸이 손주들과 왔다.
할머니는 딸에게 내 이야기를 하셨더니 딸은 엄마가 다음엔 사서 대접하시라고 말을 건넨다.
우린 하하 웃었다
할머니 다음주 장이 서면 그때 만나요 하고 헤어졌다.
늙어가면 젊은이들도 싫어하고 그저 자식에게도 짐이라고 말씀하시는 할머니
큰아들 며느리 손주 둘을 먼저 보내고 가슴앓이 하시는 할머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시간 맘이 찡해온다. 우리도 늙을텐데....
늦은 시간 시장엘 갔다. 노점에서 농사지은 것을 가지고 나오는 할머니 한테 가보니
살것이 많았다. 가지며 열무 쪽파를 샀다.
할머니는 어둑한 곳에 자리잡고 농사지은 것을 가지고 나와서 장사를 하신다.
하루종일 밖에서 계시니 추우신가보다. 비닐로 몸을 감싸고 계셨다.
나는 야채를 사들고 집으로 왔다. 밥을 먹으려다 자꾸만 추워하시던 할머니 생각에
얼른 따끈한 땅콩차를 타서 보온병에 담아 가지고 뛰어갔다.
할머니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얼는 드시라고 한잔 드리고 또 그옆에 계시는 두부 장사 할머니께도
한잔 드리고 집으로 왔다 국에 밥을 말아 먹으려는데 다리가 아프다..
하루종일 일하고 돌아온 나는 시장을 두번 왔다갔다 했더니 그제서야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 기쁠까
내가 바라던 삶이 이런게 아닐까.
이렇게 사는 것이 나의 작은 행복인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