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시간 하얀 눈송이가 날린다.
펑펑 하얀 눈송이가 서울 하늘에 날린다.
아이처럼 좋아라 뛰어나가고 싶은데 골목길 가로등불에
휘날리는 눈송이만 보아도 그저 기분이 좋다.
교육받느라 하루종일 피곤하다
배가 고파 김치찌개랑 밥을 먹으려는데
혼자사는 친구가 전화를 했다.
쌀이 생겼다며 나에게 가지고 온다고 한다.
너도 일하고 피곤한데 뭘 오냐고 했더니
백수인 나를 보니 안스럽나보다
쌀을 갖다 줄테니 썩는것도 아니니 두었다가 먹으랜다.
맘이 찡하다.
아들둘과 사는 내 친구
여고 동창인 그 친구는 진실한 천주고 신자다
봉사하며 열심히 헌신하는 그 모습이 참 이쁜 내친구다.
내가 처음 서울에 왔을 때 나의 남편은 잘 나갔고
울 친구는 어렵게 살고 있을때였다.
먹을게 생기면 울남편과 나는 친구가 사는 아파트에 자주 가곤했었다.
지금은 그때처럼 자주 챙겨주지도 못해 늘 맘이 찡하다
근데 울 친구는 백수인 나를 생각하니 맘이 찡한가보다.
친구는 눈이 내리는 밤길에 찬바람 맞으며 쌀한푸대를 끌고
달려왔다 헉헉거리며 눈을 맞고 달려온 내친구
둘이 끙끙대며 쌀을 이층으로 들고 올라왔다.
오면 함께 저녁을 먹으려 했는데 먹고왔다고 한다.
난 혼자서 김치찌개랑 밥을 먹었다.
친구는 곁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나랑 잠시 시간을 보냈다.
내일 출근을 해야한다고 곧바로 돌아서는 친구에게
뭐 줄께 없나.......여기저기 찾아보니
땅콩과 김 우거지를 싸주었다.
친구와 내가슴은 따스한 연탄 난로의 훈훈함처럼 푸근해져 왔다.
돌아서 가는 친구를 바라보며 맘이 싸하다.
내가 더 돌아봐줘야하는데 친구가 안스러워 쌀을 얻었다며
가지고 오는 그 맘이 고맙다.
헤알릴때가 있는가하면 헤아림을 받을 때가 있나보다.
복잡하고 각박한 세상에 마음 나눌 친구가 있으니 난 행복한 사람이다
가로등불아래 흰눈이 날린다.
돌아서 가는 친구를 바라보며 여고시절 모습이 떠오른다.
친구란 소리없이 찾아오는 하얀 눈송이 같다.
겨울에 눈송이가 차갑지만 느끼는 마음은 따스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