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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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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플러스


BY 김효숙 2012-02-17

찬바람이 이는 아침이다.

늦잠을 자고 싶지만 혼자 사시는 할머니 생각에 부지런을 떤다.

따스한 국물 제대로 못드릴 할머니 생각해 물을 조금 더 붓고 콩나물국을

넉넉히 끓여서 한그릇 담았다.

꽁치 조린것 두토막  김치 전   아들이 사다 놓은 빵 한개를 담아

할머니 댁에 갔다.

그 할머니는 내가 동네에서 식당을 할 때 가게 뒷뜰에 자주 오셔서

나물을 다듬어 주시던 할머니다.

그때는 오리와 삼겹살 그리고 점심 때 매일 다른 메뉴를 했기 때문에

날마다 맛난거를 함께 먹기도 하고 집에 가서 드실 것을 싸드리 곤 했었다.

그리고 할머니는 박스를 주워서 파셨기 때문에

가게서 나오는 박스를 차곡차곡 모아서 드리곤 했었다.

하루라고 안보면 보고싶어지는 할머니다

그 옆에  혼자사는 아들이 안스러워 시골에서 가끔씩 올라 오시는 할머니도 계셨는데

그 할머니하고 가끔씩 고기도 구워먹곤 했었다.

두 할머니와 나는 친구 처럼 참 재미있게 지냈었다

시골 할머니가 내려가시면 박스를 줍는 할머니는 외로우시다.

자식은 많아도 사는 형편들이 어려우니 엄마를 도울수는 없었다.

 

어찌보면 큰언니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엄마 같은 연세에 할머니가

친구 처럼 마음이 통하는 할머니다.

 

찬바람을 가르고 할머니댁에 문을 두드리니 인기척이 없다

박스를 주으러 나가셨을까

아니면 날이 추워 주무시나..

전화를 하니 집안에서 소리가 난다.

문을 두드리다 문을 열어보니 열린다.

신발은 없고 아마 박스를 주으러 나가셨나보다.

 

집안으로 들어가 콩나물 국을 데우고 해물 부치기를 후라이팬에 데웠다.

조금 있으면 오시겠지 하고 앉아서 기다리니 할머니가  오셔서 깜짝 놀라신다.

멸치 냄새나는 콩나물국 냄새에 할머니가 무슨 냄새냐며 가스렌지 앞으로 가신다.

아홉시가 넘어가는데 아침 식사를 안하셨다고 한다.

할머니는 후라이팬에 부치기를 내려놓으시더니 한입 입에 넣으시다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시더니 울컥 눈물을 흘리신다.

누가 나를 이리 생각하느냐고 말이다.

보잘것 없는 콩나물국 하나에  해물파전 하나에

할머니는 사람냄새를 느끼시는가 보다 나도 눈물이 난다.

할머니 이 사랑은 우리 엄마가 전하시던 사랑이에요..

할머니가 예수님일지도 모르잖아요.. 그래그래.. 고마워

할머니는 파전 반을 맛나게 드셨다.

따끈한 콩나물국도 한그릇 떠 드렸다.

 

할머니는 다리에 하지 정맥류가 파릇파릇 셀수없는 꽃길을 만들어

너무 아파하신다. 다리에 파스를 가득 붙이셨다.

손은 꼬브라지고 다리는 파스로 가득하고 그래도 늘 웃으며 긍정적이며

열심히사시는 할머니를 뵈면 나도 힘이 난다.

할머니와 커피도 마셨다. 찬장을 여시더니 이것 저것 주운거라며

꺼내서  먹었다.

얼마전 할머니는 남이 버린 음식을 먹었다 밤새 배가 아파 혼났다고 하셨다.

맘이 아팠다.

팔십이 다 되어가는 할머니 자신을 위해 반찬을 한다는게 쉬운일이 아니다

배가 아파 혼났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국물을 끓이면 자주 갖다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할머니랑 둘이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도 울컥 눈물을 흘렸다.

커피속에  후련함의 향이 퍼진다. 할머니도 울컥 나도 울컥

친구처럼 마음이 통하는 할머니와 마시는 커피가 왜 그리 맛이 있던지...

할머니가 찬장을 여시더니 하얀 봉투를 꺼내시더니 이만원을 내게 건네주신다..

소원이라며 꼭 맛난거 사먹으라고 하신다.

나는 펄쩍 뛰며 마음만 받겠다고 했더니 우신다.

벌써부터 주고 싶었다고 그래야 당신맘이 편하다고.. 꼭 꼭 받아야한다고

한참을 실갱이 하다가 결국 받았다.

할머니 맘도 편하고.. 난 맛난거 해다 드려야지 하고 받았다.

 

며칠전.. 누가 정수기를 주어서 우리집 헌 정수기를 할머니 파시라고 드렸다.

둘이 낑낑대고 끌고 갔는데 그날 오후 삼천원에 팔아 먹고 싶은 동태

두마리를 사서 맛나게 먹었다고 하신다.

가끔씩 전하는 작은 사랑이 나도 할머니께 사랑받으며 살아가는

플러스 사랑을 이 아침 느껴본다.

 

더욱더 작은 사랑을 전하며 사는 사람으로 살아가야지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