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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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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시누님


BY 김효숙 2011-10-18

어제 오후엔 큰시누님과 큰 시숙과 그리고 우리 남편 넷이서

고성에 계신 시고모님댁으로 향했다.

아버님 돌아가시고 피붙이라곤 시고모님 한분이시다

남편과 나는 십년동안  아버님에 대한 사랑이 그리워

시고모님께 잘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휴가때이면 며칠 씩 가서 두분 식사를  해드리고

맛난거 만들어 드리고 그러면 가슴이 쨘하고 기뻤었다.

남편이 잘 나갈 때는 아니 몇년전 까지만 해도 자주 갔었는데

작년 부터는 넘 힘들어 찾아가 뵙지를 못했다.

 

불현듯 당뇨가 있으신 시고모님이 얼마나 사실까

시누님과 시숙께 한번 가 뵙자고 말씀 드렸더니

가신다고 하셨다.

 

우린 며칠 드실 곰탕하고 오이 김치  그리고 과자를 들고 갔다.

다른 때는 시고모님 댁.. 자식들 까지 고기를 양념해

다 챙겨서 가지고 갔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안되겠다.

 

고모 드릴것 만 챙겨 가지고 떠났다.

 

큰 시숙 모시고 용문 가다가 시누님 모시고  떠났다

시누님은 차를 타자 마자..

오늘 내일은 내가 쏜다..

 

하하

 

우리 남편에게 주유소로 차를 대라고 하시더니 기름을 가득 넣어주셨다.

띠띠빵빵.. 달린다. 시댁인 용두리를 지나 고성으로 달렸다

가는 길에 양지말 화로구이에 가서 돼지고추장 불고기를 먹자고 하신다.

 

결혼해서 시고모댁을 갈 때면 그 식당을 지나쳐 갔는데

우리 남편은 돼지고기를 못먹기 때문에 한번도 먹자고 안했지만

난 늘상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걸 보고 먹고 싶었었다.

 

와아 오늘은 드디어 먹는구나

대기중인 사람들이 많았지만 쉽게 자리에 앉아 먹었는데 참 맛이 있었다.

 

문득 신혼시절 남편이 퇴근해 올즈음이면 연탄불에 돼지고기 양념을 해서 굽는다.

앞치마를 두르고 냄새를 풍긴다.

그리곤. 다 굽고 나면 피아노 앞에 앉아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스위트 홈 노래를 치곤했다

그땐 남편이 고기를 안먹는지 먹는지 몰랐는데 하여간 맛나게 먹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새색시가 해주는 반찬은 다 맛이 있었는지 싫어도 먹었나보다.

 

넷이서 맛나게 고기를 먹고 메밀커피를 마시고 떠났다

나는 맨날 지하에서 일하기 때문에 낮에 햇빛을 본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다.

또한 좋아하는 시고모님을 뵈러 바닷가를 가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몇시간을 달려 가니 시고모님은 엉엉 좋아서 우신다

팔십이 다 되셨는데 홀로 사신다.

그토록 씩씩하시던 고모님도 늙어가신다.

오징어회와 우럭회로 저녁을 먹고 도란도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다음날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 바닷가로 갔다

동해안 물은 맑고 푸르고 기분이 참 좋다.

갈매기들은 잠도 안자는지 벌써 바닷가 모레 사장에 나와 

아침 바다 갈매기는 금빛을 싣고

 하면서 노래를 한다.

 

우리는 오징어 내장을 양파 자루에 담아 막대기에 매달아 등대지기로 갔다.

그 아래 바위 틈으로 가서 막대기를 꽂고 가만히 들여다 보면

아기 게들이  새까맣게 달라 붙는다.

우리 남편과 나만 게를 잡고 시숙과 시누님은  등대지기 옆 바위에 앉아 구경을 하신다.

둘이 얼마나 좋아서 소리를 지르니  시누이도 내려와 함께 잡았다

아이처럼 좋아하는 우리들. 우리 남편도 아이처럼 좋아서 깔깔 웃는다.

 

세시간은 잡았을까.. 김치통 커다란 그릇으로 하나 잡았다.

시누님은 클났다.

엄마게가 구경 나왔다 우리에게 붙잡혔으니

자식들 게가 엄마가 안와 찾으러 나왔다 또 우리에게 붙잡혔네

어쩌나 어쩌나.

우리 시누님  말하는 이야기는 내게 좋은 글감이다.

엄마게가 안와 찾으러 나온 아기 게들

또 우리가 잡았으니 어쩌나 어쩌나

 

고모님은 좋아서 마냥 흐뭇해하신다.

시누님이  커다란 문어 한마리씩 사주셨다.

게 한박스 또 다시마랑 파래. 한박스를 땄다.

 

서울로 오는길 기분이 좋다

고모님 웃는 얼굴 뵈니 기분이 좋다.

 

우리 큰 시숙은 안흥찐빵 사야한다고 원주로 가자고 하신다.

원주로 가다가  순두부 또 사주시고. 시숙은 안흥찐빵 한박스씩 사주시고..

길가에 코스모스도 보기 좋은 형제들 우애 칭찬해 주느라

한들한들 춤을 춰준다.

 

용문에 시누님 내려 드리고 면목동에 큰 시숙 내려 드리고

우린 가게로 일하러 왔다.

 

 

아낌없이 베풀고 사랑해 주시는 큰 시숙과 큰 시누님께 참 감사를 드린다.

엄마처럼 늘 품어주시는 시누님

교장으로 계실때  적금을 들어 선뜻 보태서 쓰라고 주시던 시아즈버님의 따뜻한 사랑

내가 돈  많이 벌면 용돈 드릴려고 맘 먹었는데

정년퇴임하시고  가평에서 혼자 계신 시숙이 안스럽게 느껴짐은

내할 도리를 아직 못함이다.

 

형님은 친정 부모님 때문에 옆에 계시고 시숙 혼자서 전원주택을 지어 놓고

혼자 농사 지으며 사신다.

 

모두모두 행복하고 오래오래 사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