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들어오는 나는 아침 열시가 꿈나라이다.
때르릉 . 몇년전 우리 가게에서 일해주던 아줌마가 같은 아파트에 산다
가끔씩 차를 마시고 싶어도 내가 자는 아침이기에 못깨운다는 말을 듣고
언제라도 전화하면 커피 한잔 마시러 오겠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창문엔 벌써 나를 깨우는 햇님이 창문을 막은 시트지 틈새로 햇빛을 배달하고
나를 깨워도 일어나지를 못하는데
때르릉 소리를 내며 나를 깨우는 전화
누구일까 받아보니 그 아줌마다
나랑 동갑내기인 그녀는 얌전하고 참 착하다
이름은 선녀씨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인가
선녀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
이름이 이뻐 나는 아줌마 대신 선녀씨 하고 잘 불렀었다.
같이 있을 때는 몸도 쬐꼬만이가 설거지를 씩씩하게 잘하는데
나랑 동갑내기란 것 때문에 자존심 상할까
내가 더 열심히 도와서 일을 했었다.
날마다 메뉴가 다른 점심을 준비하고 나면
제일 먼저 그녀의 남편 반찬을 챙겨주곤 했었다.
내가 생각해도 참 이쁜마음을 가졌던 나였던 것 같다 하하
그녀는 그런 나를 좋아했고
늘 웃는 나를 좋아했고
늘 소녀 같은 나를 좋아했다 하하
그녀의 전화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효숙씨 ! 집앞 벤취 찻집으로 커피 배달갈께요 한다
피곤한 나를 위해 우리 아파트 나무 아래 있는 벤취로 오겠다고 한다.
나는 그 순간 아..... 커피를 마시러 벤취로 가는데
노오란 은행잎이 수를 놓고 벤취에서 우리 둘이 만나는데
설레임이 가득했다.
이쁘게 하고 가야지
얼른 폭이 넓은 꽃치마를 꺼내 입고
머리엔 하늘색 두건을 쓰고..
벤취에 앉아 있을 때 보여 줄 친구들과의 가을여행가서 찍었던
작은 사진첩이랑
그녀가 좋아할 책 몇권이랑
커피랑 함께 먹을 샌드를 가지고 나갔다
그녀가 멀리서 나를 보고도 몰라본다.
화려한 캉캉 치마를 입었고
머리엔 이쁜 두건을 썼으니 몰라본 모양이다.
가까이 가서야 웃는다.
어머나 이쁘네
응..
벤취 찻집을 오는데 이쁘게 하고 나와야지 말하니
그녀가 또 웃는다.
가을 단풍들이 덩달아.. 박수를 치며 떨어진다
하하 하하
커피향이 작은 벤취에 앉아 있는 중년의 아줌마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둘이 사진첩을 보며 웃고
커피속에는 어느새 가을 바람이 내려앉아 일어나질 않는지
식어버렸지만 그래도 그 향기가 그윽하다
한시간은 앉아있었다.
아파트 뜰에 분홍색 이쁜 들꽃 열매들이 꽃처럼 아름답다
얼른 뛰어가 들꽃 한주먹 뜯어서 전해주었다
집에 가서 식탁위에 꽂아 놓으라고 말이다.
그녀가 웃는다.
효숙씨는 늘 웃어서 좋아
효숙씨는 늘 긍정적이어서 좋아
난 그녀의 작은 속삭임이 좋다
난 그녀의 우직한 성품이 좋다
늘 말없이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동할 것 같은
첫사랑 같은 그녀의 성격이 좋다.
잠시 동행한 이쁜 만남과 커피향이 어우러진
아파트 벤취에서 우린 또 한번 따스한 정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