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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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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이 불던 아침에


BY 김효숙 2011-10-07

아침에 눈을 떴는데 창밖에 커다란 은행나무가

가을 바람에 휘익휘익 소리를 내며 춤을 춥니다.

잠이고 뭐고 뒷동산 밤나무  알밤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후다닥 바지를 입고 올라 갔습니다.

 

벌써 여기저기 많은 사람들이 알밤을 줍고 있었습니다.

눈이 커다란 나는 밤나무 밑에서 알밤을 하나 둘

잘 보였습니다.

휘익... 바람소리가 커질 때면 후두둑 떨어지는

알밤소리에 눈들이 휘둥그레 찾아가 봅니다.

 

밤을 주울때는 뛰어다니면 안되고

천천히 왔다 갔다 바라보아야 합니다.

 

한주머니 가득해졌습니다.

산너머 저만치 가면 또 밤나무가 있습니다.

산길을 가서 밤나무 밑에 가서 밤송이를 까는데

아이들 소리가 재잘재잘 들립니다.

 

아마도 근처 유치원생들이 산으로 소풍을 왔나봅니다.

알밤을 주고 싶었습니다

어린 꼬마들에게 알밤이 뭔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 소리가 나는대로 올라가 선생님에게

아이들 몇명이냐고 물었더니 스물두명이라고 합니다.

나는 한쪽 주머니에서 밤을 커다란 것만 골라서

설흔개를 주었습니다.

아이들 주고 선생님도 드세요 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해요 하니

아이들이 모두 예쁘게 인사를 합니다.

나는 문득.. 산속에 있는 밤나무들에게 미안했습니다

남에 것 줍고   나 혼자 인사를 받아서 말입니다.

 

아직도 한쪽 주머니엔 알밤이 가득했습니다.

다시 다른 곳에 있는 밤나무 밑에 가니 밤송이 들이 떨어졌습니다.

하나 둘 또 한주머니 가득해졌습니다.

저만치 아빠랑 두 남매가 밤을  줍는것 같은데 손에는 없는것 같았습니다

그곳을 지나려고 하는데 남자 아이가.. 밤 주우세요 하기에

얼른 다가가 밤 한주먹을 주었습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주워서 나눠주면 또 한주머니 줍고.. 그냥 기분이 좋아집니다.

 

몇걸음 가니 할아버지가 걸어오십니다.

할아버지 하고 부르니 왠 아줌마가 부르나 왜요 ? 하고 퉁명스럽습니다.

할아버지 밤 한주먹 드릴까요 했더니  환하게 웃으시며 무척 좋아하십니다.

 

기분이 좋아 산길을 걸었습니다.

마지막 산비탈 아래 밤나무  밑으로 오니  할머니가 밤을 줍는것 같은데..

금방 올라오셨는지  주머니가 홀쭉 합니다.

할머니 밤 드릴께요 하고 바라보니 엊그제 산에 와서  한주먹 드린 할머닙니다.

오늘도 또 줘요 하기에 그럼요..

산에서 주웠으니 나눠서 가져야지요

할머니.. 좋으세요 했더니  하나라도 더주으려고  욕심 부리는데

아줌마는  힘들게 주운걸 주느냐고 웃으십니다.

 

밤송이가 떨어졌기에 할머니 이거 한번  까보세요 하고 드렸더니 또 웃으십니다.

할머니가 웃으시니까 제가 기분이 좋아요

밤 때문에 서로가 웃으니 좋고 할머니도 추억을  생각하니 제가 기분이 좋아요

 

조금 있으니 중년 부부가. 내려온다

아줌마 밤 한주먹 드릴께요 하니 .. 좋아한다.

 

많은 사람과 알밤 주워 알밤 사랑 나누고 내려오는 길이

훈훈하고 기분이 좋다.

 

세상 모든 이들과 나눌수 있는 넉넉함이 주어진다면 더 좋겠지만

지금 이것 만으로도 감사하며 행복해 해야지

행복은 별게 아닌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