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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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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BY 그린플라워 2024-04-11

보름 전쯤 내가 봉사하고 있는 경로당에 어떤 이가 와서 친정엄마를 모시게 되었는데 주소지가 우리아파트로 되어있지 않은데 회원으로 다니실 수 있겠는지 문의를 했었다.

일주일 전에 마을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중 같은 버스에 타신 어르신께서 종점 아직 멀었냐고 몇번 물으셨다.  종점은 다른 곳에 있고 우리아파트는 회차지점인데 그리 물으시니 기사님은 버스 제데로 타신 것 맞냐고 물으셨다.
버스가 우리아파트에 도착하자 어르신이 내리셨다.
나는 좀 걱정이 되어서 어르신을 따라가보려고 했는데 우리 동 앞에서 멈추셨다.
출입문을 못 열고 머뭇거리시길래 문을 열어드리니 엘리베이터에 타셨다.
몇층 가시냐고 하니 나하고 같은 층이라신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시더니 옆집 앞에서 초인종도 안 누르시고 문을 쾅쾅 두드리시면서 손녀를 부르시더니 들어가셨다.
옆집은 입주한지 일년이 넘도록 몇번 마주친 적도 없고 마주쳐도 유심히 볼 기회가 없어서 길에서 만나면 눈인사도 못 나눌 지경으로 사는 중이다.
내 성격상 옆집에 뭐든 나누면서 친하게 지냈을 터인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불편해 할 것 같아서 그냥 없는 집이거니~ 여기고 살았다.
오늘 경로당에 모녀가 왔는데 지난 번에 상담하고 갔던 이였다.
어르신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 옆집으로 들어가셨던 그 어르신이다.
첫날이지만 따님은 매우 반가워하면서 안심하고 어르신을 맡기고 돌아갔다.
어르신은 오전에 노래교실 수업을 받으시고 점심식사도 맛있게 드시고 커피도 마시고 오후에는 요가수업까지 마치고 나와 함께 귀가하셨다.
집에는 왔는데 따님은 외출하고 열쇠는 배낭에 넣어두고 나온 고로 현관문을 열 수가 없었다.
따님 올 때까지 우리집에 들어가 계셔도 되는데 전화로 현관문 비번을 알려주길래 댁으로 들어가시도록 해드렸다.
옆집에 자녀가 네 명이라는 것도 오늘 알았다.
다자녀 가점제로 당첨되었나보다.
장성한 아들 둘은 외지에서 살고 세째와 네째 두 딸만 같이 산다고도 했다.
앞으로 따님은 어르신 모시는 일에서 좀 놓여날 것이고 나와는 공유점이 생겼으므로 자주 소통도 하게 될 것이다.
사십중후반으로밖에 안 보이는 따님이 나와는 14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도 놀랍다.
유치원교사였는데 지금은 전업주부란다.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