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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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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구다


BY 김효숙 2011-03-23

2011년 3월 24일 음식 중앙회 요식업 교육을 갔다

전철을 세번 갈아 타고 헉헉 계단을 뛰어 오르고 내리고

백미터 달리기......... 헉헉

모처럼의 전철 외출이 참 힘겹게 느껴짐은 나도 나이를 먹는가 보다

눈이 자꾸 까라진다. 아무리 힘을 주어 눈을 크게 떠 보아도

내 의지와는 다르게 자꾸만 눌러 내리는 것 같다

 

마음은 그렇지 않다 부정하고 있는 힘을 다해 에스컬레이트도 안타고

높은 계단도 나를 테스트해 보려고 씩씩하게 걸어올라 교육장으로 갔다.    

아랫층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내 지정 번호는 360번이다

총 교육생이 362명이다.

준 이층으로 올라갔다.

국민의례가 시작되어 일어서서 아랫층을 내려다 보는데

머리가 허연 사람이 몇명이나 되나 하고 세어보았더니 세명이다

모두  젊은이들이다.

벌써 세번째 교육을 받는 나는 한편 부끄럽기도 하고 초라한 내모습이 싫었다

어쩌다 이 나이에 또 교육을 받고 일을 해야하나

 

몸은 다 망가지고 치과며  하지 정맥류며 간이 붓고 비장이 부은 현 상태에서

난 또 일을 해아하니 손가락은 못하겠다며 여기저기 툭툭 관절염으로 붉어져

나왔다   어쩌랴 어쩌랴

오늘 교육 그래도 감사하고 잘  받아야지

눈이 자꾸 까라지고 잠이 온다. 오랫만에 전철 타고 계단을 뛰어서 그럴까

힘이 나지 않는다.

옆에 앉은 이들은 스물 일곱살 강원도 사창리 도원이라는 중국집을 하는 아가씨다.

또 한쪽은 바리스타 아가씨 설흔 여덟이다.

 

스물일곱 아가씨 엄마는 마흔 아홉이란다. 하하

 

나는 완전 할머니다.에구구.. 에구구

그래도 여섯시간 잘 견디어 내고 잘 받고 부랴부랴 송파구청으로 가려고 전철을 탔다.

교육중이라 전화를 끄라고 해서 껐다.

 

전철을 타고 오면서 전화를 켰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그이가 전화가 왔다

문자 한 것 못 보았냐고 한다

부랴부랴 뛰어나오느라 못봤다 했더니 종로5가 교육장 앞에 있단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그럼 내가 전철을 잘못타고 혜화역에 내렸으니

이리로 오라고 했더니 소리 꽥 그냥 전철 타고 가란다.

 

기가 막혀서.. 기름값 비싼데 왜 왔을까

날 놀래주려고 했을테지만.. 아침에 나올때 4시 끝나면 얼른 전철 타고

송파 구청으로 간다고 했는데..

그냥 달려와 날보구 화를 내니.

교육중 전화도 꺼야했고 문자도 못보구.. 얼른 달려와야하니 전화를 볼 사이도 없었고.. . 전철을 타고서야 전화를 켰고.. 에구구

 

이래저래........나이 먹어 일하려고 교육 받는것도 힘들고 서러운데

여섯시간 교육 받느라 의자에 앉아 죽을 것 같은 힘겨움이 엄습해 와도

그러려니 하고 잘 참아냈는데.. 한순간 다 수포로.

싸울까  나 안하겠다 싸울까.

내안에 폭발 할 것 같은 서러움이 내 발걸음을 식식 거리게 만든다.

 

한참을 가다가 문자를 넣고 송파 구청으로 간다고 했다.

갈아타는 동선이 왜 그리 긴지 .. 다리가 아파 주저 앉을 것만 같다.

마음을 다스려 본다

남편은 하고 싶은 말 다하고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참아내야 하고

이놈에 세상은 공평하지도 못하지...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뭘참아.....

내안에 나쁜 생각들이 부채질 하는데 하하....

 

저만치 머리가 하얀 할머니 두분이 힘겹게 걸으시는 모습을 보니

난 그래도 젊은이다. 하하

마음을 다스리자

이 젊음만이라도 감사하자 ..

젊은이도 에스컬레이터 타고 가는 데 난 계단을 껑충껑충 뛰어올랐는데 뭐..

이생각 저생각이 나를 웃게 만든다

 

드디어 만나 영업 허가서 신청 하고 보건증 신청하고.. 끝

친구네 가게에 가서 라면 얻어 먹고 마음 풀고 말한마디 안하고 집으로 왔다

 

이젠 그만이었으면 좋겠다

교육 받는것도.. 이 일터가 마지막 이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