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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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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나물 사랑


BY 김효숙 2010-05-04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 여고 동창생들이 왔다.

마음은 얼른 들어가 옆에서 재잘거리고 싶은데

하필이면 오늘 따라  파출부 아줌마가 와서 헤멘다

중국에서 나온지 얼마 안되는 아줌마를 보내주었나보다.

 

어쩌랴 .. 어쩌랴

오늘은 내 할당이 너무나 크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마음은  님이 온 콩밭에 가 있다.

사랑하는 친구들이 삼겹살을 먹는다

나도 가서 한쌈 먹고 싶다.

나도 가서 깔깔대고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마음뿐 흐르는 수도꼭지에 조급함을 잠재운다.

 

어느정도 마친 후.. 친구들 곁으로 갔다

고기를 다 먹고 커피타임이다.

아침에  냉면 다대기 만들려고 집에서 가지고 온 배를

후식으로 내 놓았다.

맛나게 먹고 하하 웃는다.

 

여고 시절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친구가

분홍색 비닐 봉지에서 옷 두벌을 꺼내 나에게 내민다.

몇년전에 친구가 사준 겨울 티셔츠도 닳도록 입었다

오늘 아침에도 ㅡ 그걸 입을까 하다 더울것 같아 그냥 나왔는데

친구는 요전에도  그 옷을 입은 날 바라보니 단벌신사처럼 보였나보다.

소매가 닳아 반질반질한 그옷이 나는 좋다

친구의 사랑이 담긴 그옷이 편하고 좋아 여름만 빼고는 자주 입는다.

 

문득 길을 가다 누군가에게 사 주고 싶은 옷

그옷을 입고 일하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친구가 내민 옷을 얼른 입었다.

하나는 교회에 갈때 입고 하나는 일할 때 입으란다.

여고 시절에도 사랑만 받아 늘 고맙고 미안했는데

결혼 후에도 사랑만 받아 맘이 아프다.

고마워 하는 내게 친구는 너는 친정엄마 처럼 나에게 잘하잖니 한다.

글쎄..

 

얼마전 친구가 의사인 딸을 운동 시킨다고 올림픽공원을 걷다가 넘어져

손목에 금이가서 몇달을 기브스하고 고생한 적이 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반찬을 해다주는 것 외에는 할수가 없었다.

친구는 바쁜 중에  반찬 사랑을 전한것이 이뻤나 보다

 

나는  세상에서 아주  작은  사랑을 전하는 일 외에는 잘하는 것이 없다.

 

사람은 작은 일에서 감동하는 것인가 보다.

 

재잘 거리는 친구들 앞에 아침에 뜯어 온 돌나물 한 봉지를 꺼냈다.

쟁반위에서 검불을 걷어내며 나물을 다듬었다.

고기 먹을 때 한접시 초고추장에 버물버물 무쳐서 내놓았더니 맛있게 먹기에

다듬어 한웅큼씩 싸 주고 싶었다.

친구들이 나물을 다듬으며 한쪽으로 놓은 풀들을 움켜쥐고

아 ! 이냄새. 이 행복한 냄새 하니 친구들이 웃는다.

난 이  풀냄새가 행복이라고 말했다.

 

비닐 봉지에 두 주먹 씩 싸 주었다

저녁에 맛나게 무쳐 먹으라고 말이다.

 

나에게 돌나물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푸짐한 나눔이다.

나에게 돌나물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다

 

작은 행복을 나누는 친구들도 행복한 저녁밥상이 될거라고 생각하니

내가 기쁘다

행복은 많은 것을 가져서가 아니고

행복은 내가 나눔으로서 누리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