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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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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꽃은 나를 위로했다네


BY 김효숙 2010-04-24

맨날 8시면 일어나는데 오늘은 새벽 일찍 출근하는 아들이

아침에 뭘 먹고 갈 것이 없는것 같아 6시에 일어나 토마토를 갈아 놓고

아들 일어날 때 기다리다.. 쥬스 갈아 놓았으니 먹고가거라 하고

또 잤더니 앗뿔싸 ! 열시 십분전이라고 남편이 후다닥 방문을 연다

오늘 안가? 하는데 왜 그리 화가나는지

어디 아프니? 하면 좋을텐데

다 내 생각뿐 다 내 바램뿐이겠지.

남편은 일어나 기대고 멍하니 앉아 있는 나를 바라보더니

 나 먼저 나가? 한다

눈은 뜨지도 못하고 나가서 아줌마들 문열어 주라고 하고

난 어그적 거리며 세수를 하고 대문을 열고 나갔다.

 

길가엔  목련꽃이 열흘은 피어 있었을까

한잎 두잎 떨어져 미운 모습으로 우리들 마음을 슬프게 한다.

화사한 새색시 같은 벗꽃은 바람에 떨어져

길가에 화려한 수를 놓았다.

늦어도 그냥 갈수 없는 일이다.

핸폰을 꺼내 벗꽃들이 쓸쓸한 아스팔트에 잠시라도

수채화를 그린것 같아 얼른 사진을 박았다.

그리곤 한웅쿰 손에 쥐고 갔다.

 

국그릇에 물을 떠서 그 위에 벗꽃을 띄워 일하는 도마 옆에 놓았다

하루종일 꽃잎을 보며 웃는다

하루종일 꽃잎을 보며 힘이 난다.

 

국그릇 안에 있는 벗꽃은 주방에서 하루종일 내가 무얼하는지

다 바라보고 있었을게다

저녁 퇴근길에는 아마 벗꽃나무에 매달린 친구들에게

먼저 떨어진 꽃잎들이 문자를 날리어

오래도록 봄과 이별하지 말라고 했을것이다.

 

온종일 국그릇 속에 있던 벗꽃  때문에 난 힘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