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날은 더 일찍 일어나 교회에 다녀온다
살아 있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날이기 때문이다.
평일엔 8시에 일어나 일하러 가지만 주일날은 7시에 일어난다.
예전엔 남편이 잘나갔을 때는 옷을 입고 다녀도 이쁘게 입고
멋도 내고.. 아 그랬는데
지금은 몸 하나 일으킬 힘도 없어 맨날 아침엔 화장실 가고 싶은 강아지 마냥
낑낑대기를 십여분이다.
그러나 쉬는 날은 전날부터 마음이 부자가 된다.
반찬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다
누가 재촉할 사람이 없어서 좋다
그래서 더욱 기분이 좋단다.
눈은 떠 있어도 누워서 딩굴딩굴 헝클어진 옷들을 봐라보아도 선뜻 일어나
정리하지 못하는 몸뚱아리이다.
딩굴딩굴 어그적어그적 그모습이 내모습이다.
그누가 나의 마음을 알까
그누가 나의 고틍을 알까.
점심을 먹고 고운 봄 햇살의 부름에 칼하나 봉지하나 들고 나갔다
아파트지만 산밑자락 넓은 잔디벌엔 돌나물도 쑥도 담배나물도 있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산자락 밑에서 나물을 뜯었다
상쾌한 봄바람에 내코는 좋아서 숨을 쉰다
맨날 가스불 가득한 식당 주방에서 숨막히고 산소가 모자라 헉헉거리던 내 코
오늘은 맑은 공기도 맡게 해주고
물속에 퉁퉁 부은 손 반찬 냄새로 가득한 내 손을 봄나물 향기로 맛사지 해주어야겠다.
채 자라지 아니한 돌나물들과 재잘거리며 이야기 한다
좀더 자라면 뜯고 싶은데 미안하다고 말했다.
칼로 베다가 이름모를 봄꽃이 다칠까 아기처럼 다룬다.
까만 봉지속엔 담배나물이 가장 많이 배를 불린다.
돌나물은 세주먹.... 저만치 돌아가 보니 미나리가 있다
하하.........좋으신 하나님은 돌나물 물김치에 돌미나리를 넣는것을 아시나보다
혼자 비시시 웃으며 나물을 캔다.
노오란 개나리꽃이 만발하다
벗꽃도 하늘을 향해 뽐내며 화사한 하늘에 그림을 그려준다.
하이얀 목련은 어느새 땅에 떨어져 그만 가노라고 인사를 한다.
봄이 오는 소식을 알리고 열흘이나 피었을까
까맣게 물들어 떨어지는 목련을 본다.
들판에 나와 있으면 온세상이 다 행복이다.
들판에 나와 있으면 이세상 그 어느것도 부러울것이 없다
가슴이 답답할 때면 나는........봉지하나 들고 칼 하나 들고
그저 파아란 들판을 거닌다.
계절에 만찬에 초대하는 멋진 기회를 누리고 싶어서이다.
내 가슴에 아름다운 삶을 수를 놓고 싶어서이다.
산이 가깝고 들이 가깝고 새들 지저귀는 동네에 사는것 하나만으로도
참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하루가 그렇게 간다
2010년 4월의 하루가 그렇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