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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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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산속에서


BY 김효숙 2008-12-16

여고 동창생들  부부모임이 있어 원주에 갔다

난 친구와 둘이  갔다

함께가면 좋을텐데 피치못해 혼자 갔다

여고 동창생들은 늘 만나도 그맘이 그맘이라 좋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참 편한 친구들이기에 좋다

저녁 즈음에 도착하여 팬션에 여장을 풀고 숯가마로 갔다

참숯을 피워서 하는곳이라 저만치서도 연기 냄새가 시골에 온 기분을

신나게 한다. 저녁연기만 보아도 금방이라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아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흙냄새  나무 타는 냄새가 가슴에 파고든다

시골에 정겨움과 고향에 그리운 향수가 가슴을 파고든다

젖은 흙에 벌러덩 누워 땅속으로 묻혀 버리고 싶은 고향내음이다

 

옷을 갈아 입고 숯을 다 태운 가마로 들어가 땀을 흠뻑냈다

앞도 잘 보이지 않는 흙가마 친구들이 깔깔대고 웃는다

남편과 함께 온 친구들은 남편과 옆에 앉아 좋아라 웃는다

나도 함께 왔으면 내가 많이 웃겨줄텐데 그냥 맘이 쓸쓸하다

그래도 내가 많은 친구들을 웃겨주며  쓸쓸한 맘을 묻어버렸다

땀을 흠뻑내고 숯에다 고구마도 굽고 단호박도 굽고..

한쪽에서는 숯불에 한우소고기를 구워서 먹었는데 참 맛있었다

 

나는 돼지고기를 더 좋아한다

구수한 삼겹살 냄새를 더 좋아한다

상추에 싸서 먹는 서민의 돼지고기가 더 좋다

오늘은  서울사람처럼 소고기를 먹었다 나는 시골사람인데 말이다

먹어보니 맛은 있었다. 원주에 사는 친구가 농협데 특별히 부탁해

여러 부위 맛난 고기를 준비해  모두가 즐겁고 맛나게 먹었다

 

또 한바탕 땀을 빼고 팬션으로 향했다

집 두칸을 빌렸다. 상을 펴고 과일을 꺼냈는데 난 졸려서 방에 들어가 누웠다

갑상선 약을 먹은 후로는 조금만 피곤하면 목이 아파온다

일을 하던지 안하던지 목이 아파오면 그냥 눕고 싶은 마음이다

그냥 잠이 들었다  일어나 보니 아침이다

산속에 아침은 연기로 시작되고 밤새 내린 서리에 온 들녘과 산이 하얗다

부시시 눈 비비고 들에 나갔다

밤내 내린 서리에 얼어붙은 냉이가 춥다고 야단이다

서울서 올라온 나를 보면  추위에 떨고 있는 자기를 얼른 캐어

식탁에 맛난 반찬으로 둔갑시켜 줄 텐데 하는 모양이다

나뭇가지 하나 주워 냉이를 캐었는데 땅이 얼어붙어 꼼짝도 하지 않는다

발로 툭툭 친 다음 나뭇가지로 캐었더니 한주먹이다.

이것만 하면 한 접시 되겠지.. 하고 들어가 뜨거운 물에 데치니

친구 남편들은 의아해 하나둘 나물 앞으로 모여든다

이 아침 낯선 산골에서 무슨 냉이냐며 신기해 한다

삶아 놓은 냉이를 하나씩 입에다 넣는다

야아 ! 이 향기좀봐 하고 이제는 한젓가락씩 그냥 먹는다

엣다 모르겠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람은 못먹는거지 뭐 하고

두사람에게만 고추장 하고  누룽지 끓는것 한숫가락씩 접시에 주고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다시 냉이를 캐어 친구들에게 아침 식탁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하나 둘.. 캐다보니 두주먹이다

냉이는 데쳐도 줄지 않는다..

손은 시려워도 친구들이 좋아할 생각을 하니 괜찮았다

내가 생각해도 난 시골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갈 사람인것 같다

 

아이처럼 좋아서 나물을 한웅큼 손에 들고 들어오니 친구들이 일어났다

누룽지는 푸욱.. 잘 끓여지고 얼른 나물을 데쳐 고추장에 무쳐서

두접시 내 놓았다 모두 나물로 집중 젓가락이 간다

와아.. 냉이다.. 효숙이가 캔 냉이 나물이다 하고  신기해서 웃는다

내맘도 기뻤다.. 모두들  한젓가락씩 맛나게 먹는 친구들을 보니 좋았다

더먹는 사람 없기.. 똑같이 나눠먹기 하고 말했다

그래서 또 한바탕 깔깔대고 웃는다

아침은 누룽지에 김치하고 냉이 한젓가락이다..

 

여고 동창생들과 남편들은 나물때문에 또 한바탕 웃는다

열일곱 소녀로 돌아간 하루밤이다

 

친구들은 말했다 어디를 가든지 효숙이는 꼭 데려가야한다고 말이다

나도 맘속으로 그래그래 하고 말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