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996

귀한선물


BY 김효숙 2008-02-08

며칠전  걸려온 한 통에 전화

소꿉친구 남편의 전화였다

장모님이 별세하셨는데 아내가 친구들에게 연락하지 말하고 했는데

나에게만은 친한것 같아 전화를 했다고 했다.

잘하셨어요 !  바쁘지만 꼭 가겠다고 하고 마음을 먹었다

 

동창회에도 나오지 않고

친구들과도 왕래를 하지 않아 연락하기가 부담스러웠지만

나의 친한 친구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흔쾌히 받아줄거라는 생각에 전화를 했다

친구는 당연히 가야지 하면서 그러잖아도  나를 꼭 만나야 한다며

고향에 있는

그 병원에서 만나자고 했다.

 

토요일이라 낮에는 좀 한가해서 얼른 준비를 하고

전철을  두번 갈아타고 부천으로 갔다.

또 버스를 타고 안산으로 향했다

오랫만에 와 보는 고향길이 참 좋다

산에는 눈이 녹지 않아 겨울산에 하얀 밑그림으로 마음을 달래준다.

이십여분 달렸을까.. 삼거리란 곳에서 내려 무작정 걸었다

택시도 없고  걸아가다 보면 있겠지 어림 짐작으로 걸었다

고향에 맑은 공기와 어머니가 숨쉬던 그 공기가 어딘가에서 숨었다가

다시 살아나 내 코를 자극할것 같아서였다.

저멀리 보이는 군자봉이 엄마 품처럼 푸근하게 맞아준다.

혼자

고향 들녘길을 걷는데 미소가 저절로 나온다

동장군 같은 추위도 고향에 그리움 앞에서는 부끄러운듯 찬 바람이

봄바람으로 변하여 내 등을 떠민다

 

어서 걸어요...

 

자그마한 산등성이는 그대로  있는데 아파트며 큰 건물들이 들어서서

어딘지 알수가 없었다

한참을 걸어도 보이지 않는다.

병원 가까운 곳에 살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으니 멀다고 택시를 타랜다

시골길이라 지나가는 택시도 뜸하다

헐레벌떡 버스를 타려고 뛰는데 택시 한대가 지나가 얼른 탔다.

오분이면 달려가는 길을 고향 냄새 맡으려고 낭만에 젖은  난.. 시간가는줄 모르고

걸었으니 혼자 비시시 웃었다.

 

금방 달려간 병원 장례식장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있는데

누가 누군지.. 한참을 친구랑 이야기 했더니

여기 저기 사람들이 어머나.. 효숙아 하면서 반겨준다

우리 동네 오빠 친구들이며 옆동네 친구들이다.

어릴적 얼굴은 있는데 어른이 되어 알아보지 못한다고 깔깔대고 웃는다.

할머니 한 분이 계셔서  가까이 가서 큰절을 드렸다

 

누구야?  하시며 내 손을 꼭 잡으신다.

 

네에 ! 저 샛터말 약국집 딸이에요 했더니 

엄마가 보고 싶으시다며 눈시울을 적시신다

나도 엄마 생각에 할머니를 꼭 안고 엉엉 울었다

 

옛날에 그 젊으시던 모습은 어디가고

할머니가 되어 계신 친구 어머니..

시골에서 우리집은 아버지가 한약방을 하셨기에

우리들을 약국집 자제라고 부르시곤 하였다

잠깐 동안 아는 얼굴들과 담소하며..  있는데 친구가 왔다

어머님을 보내고 마음 아파하는 친구를 위로하고  다른 친구와 나오려는데

마침

서울 잠실에서 온  친구 아는 분이 계셔서 얼른 나왔다

 

시골에서 온 내 친구는 잠깐 기다리라며 차 안에서 커다란 상을 하나 꺼내 내게

건네 주었다.

예쁜 학으로 밑그림을 그려넣은 한지로 만든 멋진 상이었다

효숙아. 이 상을 가지고 이쁜 글 많이 써보렴.. 하면서 건네주는것이었다

코끝이 찡하다

지지배..

내 친구 경애는 십여년전 내가 무척 힘들때 날 오라고 해서 갔는데

친구는 한겨울에 연탄불도 없이 전기장판을 깔고 살았다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집에서..

추운 겨울 양은으로 된 상을 펴서 곤쟁이 젖이며 총각김치로 내게 저녁으르 차려주던

그 사랑을 잊을수가 없다

돌아오는 길엔 벌써 언제 사다 놓았는지 아이들 주라며 과자를 잔뜩 사다가 놓았고

사과 한박스 사서 나에게 건네주던 친구였다

 

자기도 힘들면서 친구 걱정까지 해주던 내 사랑하는 친구 경애...

근데 십여년이 지나  일하면서

그 바쁜 중에 작은 것도 아닌 이렇게 커다란 상을 만드느라 손끝이 얼마나 아팠을까

넉넉하지 아니함에도 친구에게 줄 이 상을 만드려고 재료며 정성이며 시간을 내어

만든 그 친구의 사랑에 맘이 찡하다

난 잘해준것이 하나도 없는데..  그저 좋아서 받아들고 오는 맘이 찡하다

 

서울로 오는  승용차를 얻어타고 오면서 감사해요 했더니

자기를 믿고  타준것이 더 고맙다고 하는 친구에 친구부부..

세상은 따뜻하다

어쩜 그리도 맘들이 따뜻할까

복에 복이 터진 기분이었다

더구나 귀한 상을 전철 타고 왔으면 팔이 무척 아프고 힘들었을텐데

곱게 모시고 올 기회를 제공받았으니 이 얼마나 큰 복인가..

가게앞 까지 데려다 준 친구 부부에게 감사에 인사를 드리고

언제 친구랑 삼겹살 드시러 오세요 하고 인사를 드렸다.

저만치 멀어져 가는  승용차를 보며 손에 들린  예쁜 상을 바라보며

작은 행복에 젖는 나는.. 아 ! 행복 행복하구나..

그 무엇으로 오늘 받은 사랑들을 다 갚을까

멀어져 가는  석양을 바라보며 생각에 젖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