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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사는 나라엔


BY 김효숙 2006-10-29

처음엔 가까운 곳에 올림픽 공원이 있어
무척 행복해 하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생각과 달리 시간을 내어 산책한다는것이
쉬운일이 아니었다
두달만에 나서 보는 겨울풍경이 가득한 공원
운동하러 나온 여러 모양의 사람들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지만 가끔씩 지팡이 짚고
한쪽 마비가 된 사람들 모습을 보면 마음이 시려왔다
 
아름다웠던 가을의 풍경은 어느덧 사라지고
훌훌 옷을 던져버린 겨울나무들의 앙상한 가지는
하얀 옷 갈아 입으려고 기다리고 있다
우리들도 나무처럼 옷을 다 벗어버리면
얼마나 부끄러울까..
내속에 있는 시기와 질투 미움과 원망들이
모두다 드러나 얼마나 부끄러울까.
 
한참을 돌다가 잔디벌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비둘기들을 보았다
쪼그리고 앉아 비둘기를 불렀더니
하나둘씩 모여든다
진작 먹이라도 가지고 올것을..
미안해서 얼른 일어섰다
 
몽촌토성 산등성이 벤취에 앉아 저멀리
빌딩숲으로 보이는 석양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릴적  내모습으로 변하여 눈에 눈물을
맺히게 한다
어느새 오십의 나이에 서있는 내모습
나는 나이를 먹고 싶지 아니했는데
불어오는 겨울의 찬 바람 맞으며
가슴을 펼수 있음은
아직도 건강이 있음에 감사함이리라..
 
실개천 흐르는 개울가 곁으로 오다가
살얼음 옆에 녹아 흐르는 물위에
자맥질 하며 먹이를 찾는 물오리를 바라보며
얼마나 추울까 헤아려 보았다.
자그마한 몸둥아리. 얼마나 추울까
개울가 찬 물이.....
덩치큰 나는 옷을 입고도 이렇게 추운데.
어느새 내 맘은 따뜻해져 왔다.
 
조금 걷다 보니 개울가 근처에 까치들이 열 네마리가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바로 위.. 수양버드나무 가지위엔 까치집에 놀러온
밤나무위에 사는 까치
재잘재잘 거리며 수다를 떤다
고개를 올려 바라보며 나도 함께 웃어 주었다
 
겨울 바람에 집이 흔들려도 바람부는 대로
춤을 추는 까치집.. 과  까치들..
눈오면 지붕도 없어 추울텐데
왜 지붕은 만들지를 못하지?
눈이오면 어디에서 잠을 잘까...
낮은 곳에 있다면 내가 지붕을 만들어 주고 싶은데..
 
아.  비둘기. 물오리. 까치들..
새들이 사는 나라엔 아름다운 노래로만 가득하겠지
큰소리도 없구 미움도 없구.노래로노래로. 그렇게 부르며
살아가겠지.
어느새 나의 마음은 따뜻한 봄날 되어 훈훈해져 온다
공원에 갈때 힘들었던 마음이
나무들과 친구하며
실개천에 어릴적 추억 돌아보며
아름다운 새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느새 나의 마음은 따뜻한  봄날 되어  훈훈해져 온다..
그리고 마음 가득 행복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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