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383

“애들은 애들이고 우린 우리죠.”


BY 휘발유 2006-12-03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말 그대로 무슨 일을 하는 데 있어
하늘의 별을 따는 일만큼이나 지극히
어려운 일을 두고 하는 말이죠.

근데 요즘 그렇게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제 때 연탄을 구입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더군다나 산업자원부의 어정쩡한
'연탄 가격 인상 검토'의 내음이 여전함으로 말미암아
지금 서민들과 극빈층은 너도나도
연탄 사재기 열풍에 휩싸여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든든한 '백'이 있어
별 걱정은 않고 있습니다.
저의 그 '백'이라는 것은 다름아니라
저희집에 연탄을 배달해주시는 아저씨가
유독 그렇게 저를 잘 봐 주시는 때문입니다.

일전 거실에 연탄난로를 설치하고
처음으로 연탄 300장을 들이던 날의 편린입니다.
트럭에 연탄을 싣고 와서 혼자 땀을 뻘뻘 흘리며
저희집 광에 연탄을 들이는 아저씨가
무척이나 안 돼 보이더군요.

그래서 우선 냉장고를 열어
시원한 캔 커피를 하나 따 드렸습니다.
이어 연탄을 모두 날랐다기에 셈을 치루면서
저는 그 아저씨께 가외로 '팁'을 드렸습니다.

그래봤자 겨우 5천원이었지만 그 아저씨는
무척이나 고맙다며 연신 허리를 굽히셨지요.
"연탄 떨어지면 또 연락하세요, 그럼 1순위로 달려올 게요."

그 말에 반가운 웃음을 참지 못 하며 물었지요.
"실례지만 한 가지 여쭤볼게요.
죄송한데 이렇게 힘든 일을 하시는데
돈은 어느 정도나 버세요?"

그러자 그 아저씨의 주저 없는
'촌철살인'이 반동(反動)으로 제 뇌리를 쳤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시커먼 연탄이나 날라다 주고
푼돈을 번다고 무시하는 경향도 없지 않지만
이래봬도 저는 이걸 해서 아이들을 모두 대학까지 졸업시켰습니다."

순간 저는 그 아저씨가 이 세상의
그 어떤 위인보다도 더 훌륭하고 존경스런
대상으로 각인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무튼 그 날 고작 5천원의 가욋돈이었으되
그 아저씨께는 그 돈이 무척이나 의미가 있었던 모양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연탄을 들이던 날, 그 아저씨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 아저씨는 기억을 잘 못 하시더라고요.
하여 "일전 저희집에 연탄을 들이실 때
5천원을 더 드린 사람인데요..." 하니까 금세 반가워하시더군요.

그리곤 냉큼 달려오시어 다시금
광에 연탄 300장을 들여주신 아저씨였기에
여간 고맙지 않았습니다.
"요즘엔 연탄 때는 집들이 늘어서
아저씨 수입도 덩달아 늘었겠네요?"라고 물으니
그렇지도 않다고 했습니다.

"연탄공장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데
반해 수효는 점차 늘고있어서 어느 땐
공장의 기계가 고장이 나는 일도 잦은 때문으로..."
벌이는 그저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값을 치루며 음료수를 하나 드렸습니다.
"그나저나 자제 분들을 모두 대학까지 졸업시키셨다니
이젠 마나님과 여행이나 다니시면서
여유자적하게 사셔도 되지 않으세요?"

하지만 연탄 아저씨는 이내 손사래를 치셨습니다.
"아닙니다! 애들은 애들이고 우린 우리죠.
요즘 자식들은 누가 부모를 봉양하려고나 합니까?
노후대책은 내 스스로가 세워야죠."

그렇게 말씀하시곤 씨익 웃으며 트럭의 운전석에 오르는
아저씨가 저는 또 다시 존경스러웠습니다.
아울러 뭐든지 그 연탄 아저씨와 같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방식과 함께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부지런함만 겸비한다면
누구라도 다음엔 반드시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천착까지도 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속담은
돌이 굴러가고 있으면 미처 이끼가 낄 틈조차 없다는
매우 교훈적인 경구(警句)임은 누구나 아는 상식일 것입니다.
이는 또한 부지런한 사람을 칭찬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과
부합되는 것으론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것도 있지요.

어제부터 날씨가 급작스레 더욱 칼칼해 졌습니다.
그래서 저희집 역시도 연탄을 때는
숫자가 늘었기에 조만간 또 연탄을 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비록 남이 보기엔 모양새도 입성도
온통 연탄처럼 까만 분이지만 그 마음씨는
그 어떤 선인(仙人)보다도 희고 투명한
학(鶴)과도 같은 분이 바로 연탄 아저씨란 것이 저의 '믿음'입니다.

아울러 저는 그 분에게서 부지런하면
가난도 도망가지만 게으른 사람에게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가난이 군사처럼 몰려온다는
사실을 또 다른 교훈으로 얻습니다.

오늘은 일요일이어서 쉰다지만 월요일인 내일은
저 역시도 아침 일찍부터 삶의 현장으로 부지런히 나갈 것입니다.
그리해야만 아직 대학생인 두 아이를
졸업시킬 수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끝으로 서민과 빈곤층의 난방과 취사에 있어서의
마지막 보루인 연탄만큼은
그 값을 올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굴뚝같습니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