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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보다는 여기에 투자하련다


BY 휘발유 2006-11-04

올 봄, 모 유명 건설회사가
분양중인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에 갔다.
여유가 있어 신규로 아파트를 분양받고자
간 건 아니었고 다만 어떤 흑심이 발동한 때문이었다.

아침에 배달돼 온 신문의 중간에 낀
이른바 '찌라시'에서 그 건설회사의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오는 손님에겐 응모권을 준다고 한
광고가 눈에 쏙 들어왔다.

운이 닿아 잘 만 하면 최고급형 세탁기에서
김치냉장고 외에도 다양한 경품을 주겠노라
했기에 거기에 눈독을 들이고 간 것이었다.
막상 그러한 못 된 심보를 지니고 가긴 했지만
모델하우스를 구경조차 않고
응모권만 덜컥 받아서 응모함에 넣는다는 건
너무도 속 보이는 짓이었다.

그래서 구경꾼들의 뒤를 따라 33평형과
40평이 넘는 대형아파트의 내부 구조까지를 두루 보았다.
하지만 이내 복장이 터져
더 이상은 구경을 할 아량이 없었다.

그건 바로 '나는 과연 이처럼 근사하고 좋은
아파트엔 언제나 돼야만 비로소 입주하여
살 수 있을 것인가?!'라는 자문자답 뒤에
하지만 너무도 굳게 매달린 <절대불가!>란
빨간 표지가 선연하게 보인 때문이었다.

십 여년 전엔 임대아파트에서 살았다.
당시엔 아이들이 어렸으므로 성실하고
꾸준히 저축을 하면 나도 이담엔
근사한 분양아파트를 구해
입주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그러한 바람은 뜬구름이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매년 날개를 단 전셋값과
두 아이의 교육비 부담은 두 해 건너
한 번 꼴로 예전보다 더 누추한 곳으로
이사를 하게 하는 단초가 되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약 4년 전에
이사를 온 집이다.
헌데 지은 지가 20년이 넘은 누옥(漏屋)이다.
단열재를 사용치 않고 지은 때문으로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작년 겨울과 올 초까지도
힘이 드센 동장군과 싸우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모른다.
그같이 겨울에 추위와의 전쟁을 치룬 연유는
서울로 유학 가 있는 딸의 바라지만으로도
충분히 힘에 겨운 때문이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서울로 취업 차
나갔던 아들이 지난 8월에 집으로 돌아왔다.
9월에 대학에 복학을 하고 학교를 다니는 때문으로
이제 올 겨울엔 작년처럼 인간의 한계로서
추위를 견디는 것에도 '한계'에 달하게 되었다.

기름값이 무서워 기름보일러는
올해도 무용지물로서 치부하고자 했다.
고로 미리부터 거실엔 연탄난로를
설치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어젯밤에 장 당 3백원인 연탄 3백장을 광에 들였다.
토요일인 오늘은 오후에 아들을 앞세우고
일전에 봐 두었던 시내의 철물점으로 나갔다.

주물로 만든 연탄난로와 연통, 번개탄 외
기타의 잡동사니 모두를 11만 6천원 주고
구입하여 배달해 달라고 했다.
두 시간 뒤 배달돼 온 연탄난로를
아들과 합세하여 어렵사리 거실에 설치했다.

이제 날씨가 추워지면 이 연탄난로에
물을 가득 담은 주전자를 올려놓으리라.
그럼 그 주전자는 가습기 역할을 할 게고
또한 그렇게 뜨거워진 물은 우리 가족의 몸을
씻게 해 주는 온수가 될 터이다.

엊저녁에 들인 연탄값과 오늘 설치비용을 모두 합쳐도
연탄난로의 총 비용은 겨우 20만원을 갓 넘는 것이니
이를 어찌 고가와 고비용의 기름과
전기보일러에 비길 손가!

아들의 꼼꼼한 손길에 의해 연탄난로를 모두
설치하고 나니 어느새 어둠이 사위를 잠식했다.
벽시계를 본 아들은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직장'으로 나가고자 부지런을 떨었다.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내 중심가인
은행동의 모 주점에 나가는
시간이 얼추 된 때문이었다.

"오늘 우리 아들 수고 많았다.
이제 여기에 연탄불을 넣게 되면
밤도 구워먹고 조그만 주전자엔 대추차도 끓여먹자꾸나."
배시시 웃으며 나가는 착한 아들의 얼굴이
고운 달님과도 같았다.

사는 형편이 지지리도 빈궁한 때문에
솔직히 말하건대 나는 내 집 마련의
꿈을 버린 지 이미 오래 되었다.
누군가는 내 집 마련이 최대의 관심사이자
화두라고 하지만 나와는 하등 상관없는 일이다.

왜냐면 오르지 못 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않는 게 상책인 때문이다.
가뜩이나 대학생인 두 아이를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에 겨운 즈음이다.
그러하거늘 그에 더하여 '내 집 마련'이라는
골치 아픈 문제까지 결부시켰다가는
아마도 나는 내 명에 못 죽을 거 같다는
편협된 생각 때문이다.

물론 나도 물욕이 앞서는 사람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며 아버지다.
고로 어찌 근사한 내 집을 갖고 싶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내 적은 급여로는 도저히(!)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먹고살기에도 버겁다.

하여 정부와 건설회사 차원에서 나처럼
빈곤한 서민을 위한 임대아파트를 많이
지어준다면 정말 고맙겠다.
그것도 화중지병(畵中之餠)의 고액이 아닌, 누구라도
접근이 용이한 염가의 임대아파트를 말이다.

예상컨대 나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여전히
못 살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러하기에 내가 누구처럼 부동산에
투자 내지는 투기를 하는 일도 없으리라.

그렇지만 나는 그러한 부동산으로의 투자는
못 할지언정 여기엔 반드시 '투자'하련다.
그건 바로 알토란처럼 실(實)하고
효심은 바다이며 주변에서 누구라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
내 아이들에게만큼은 내 있는 것과
가진 것 모두를 '올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끝으로 정부의 부동산 안정 대책이
하지만 실효를 거두기는커녕 늘 그렇게
국민의 놀림감이 되고
불신의 단초가 되는 현실이 실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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