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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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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는 이름은


BY 휘발유 2006-11-02

유유상종이라고 했던가. 늘 그렇게 빈한하게 살고 있는 때문으로 내가 알며 교유하는 사람들의 거개는 하나같이 빈궁한 서민들이다.

어제는 고작 한 평도 안 되는 시내버스 매표소의 부스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계시는 김 영감님이 문을 닫으셨다. 오후에 퇴근하면서도 살펴보았으나 역시도 폐문의 상태였다. 그제 시내버스 카드에 충전을 하는데 안색이 안 좋으시기에 여쭈니 건강이 안 좋다고 하신 분이셨다. 유추하건대 건강이 더욱 악화된 때문으로 생업마저 접고 결근하셨지 싶었다.

매우 협소한 공간인 시내버스 매표소 부스는 그야말로 감옥 아닌 감옥이다. 그렇지만 그처럼 비루한 공간이었으되 김 영감님께서는 그 곳을 생업의 발판으로 삼아 세 자녀 모두를 남보란 듯 잘 가르쳤노라 평소 자존심이 우쭐하셨던 분이시다.

그처럼 열악한 공간과 장소에서 입에 풀칠을 하는 지인들은 적지 않다. 죽마고우인 영식(가명)은 힘든 노동을 하여 두 아이를 가르치고 있다. 근데 최근엔 일을 하다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그 마저도 못 하고 두문불출하고 있다 하여 마음이 무겁다. 허름한 약국을 경영하는 어떤 어르신은 하루 종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지겨운' 생활이 올해로 어언 40년이란다.

서울로 유학 가 있는 딸의 몸이 안 좋다기에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하여 지어놓은 한약을 어제 찾았다. 택배로 부치고자 한약을 들고 나오던 중 충남경찰청 앞을 지나는 중이었다. 땅바닥에 장을 편 구두 행상이 목소리를 높였다.

"고급 수제화가 한 켤레에 고작 1만원입니다~."

순간 호기심이 발동하여 다가가 구두를 신어봤다. 마침 구두가 낡아서 한 켤레 사려던 참이었다. 내 발에도 딱 맞고 검은 빛이 때깔도 나기에 아예 두 켤레를 2만원 주고 샀다.

"사장님, 신어보고 좋으면 주변에 선전 좀 많이 해 주십쇼."

'사장은 무슨 얼어 죽을 사장…. 사장이 고작 1만원짜리 구두 사 신는 것 봤소?' 헐어서 버리기 일보 직전이었던 신고 있던 구두는 내팽개치고 그렇게 새로 산 구두를 신고 집으로 오자니 발목이 조금 아팠다.

하지만 10만원짜리 브랜드 구두가 아닌, 더러워지면 물걸레로 쓱쓱 닦아 신으면 된다는 1만원짜리 비닐 구두였으니 그만한 고통(?) 쯤은 감내해야 한다고 믿었다. 나는 그처럼 1만원짜리 구두로도 만족하였으되 그러나 내 아이들이 구두를 사 달라고 했다면 과연 나는 어제 내가 산 그 1만원짜리 구두를 어찌 감히 사 줄 수 있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최고급은 아닐지언정 최소한 얼추 10만원에 근접하는 수준의 브랜드 구두를 사 줬으리라. 헌데 그 같은 심정은 바로 이 땅 모든 아버지의 본능이 아닐까 싶다.

잠시 이야기의 물꼬를 바꾸겠다.

이 글의 위에서 예를 든 세 사람 모두의 '직업'은 나처럼 바로 아버지라는 사실이다. 이 땅의 아버지들, 그중에서도 나처럼 빈곤한 서민 아버지들은 요즘 고심이 더욱 깊다. 어제부터 시내버스와 우편료 등 공공요금이 또 올랐다.

버는 건 날로 줄어드는 데 반해 물가는 오르기만 하고 있으니 걱정이 태산이다. 아무튼 오늘도 아버지라는 숙명으로 말미암아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밥 한 술을 뜨고 생업의 현장으로 나왔다.

오늘도 여전히 경제적 허릅숭이일망정 언젠가는 부자, 아니 부자는 언감생심이되 아무튼 아이들만이라도 잘 가르쳐 녀석들만큼은 나처럼 고생하는 삶이 되지 않길 바라는 소망을 또 다시 마음 속 깊이에 저장하면서 말이다.

나와 동급의 '아버지'인 죽마고우 영식과 시내버스 매표소의 김 영감님, 그리고 허름한 약국주인장과 어제 나에게 구두를 판 50대 초반의 아저씨 모두에게 부디 건강과 행운만이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