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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된 고식지계(姑息之計)는


BY 휘발유 2006-09-25

아들이 징집영장을 받고 군에 입대한 것은
지난 2003년 8월이었다.
하나뿐인 아들이자 집안의 장손인 터여서
필자 또한 아들의 입대일자가 저벅저벅 도래하자
그 노심초사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런 때문으로 아들을 논산훈련소에 들여 보내면서는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제어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입대한 아들은 무사히 군복무를 마치고
작년 말 전역했고 일전 9월초엔 복학(대학)까지
마쳐 명실상부한 복학생이 되었다.

한국의 남자라면 누구라도 숙명적으로 받아들이고
해결하여야만 하는 게 바로 대입수능과
다음으론 군 복무라는 관문이다.
물론 대학을 졸업한 뒤엔 취업이란 난관을 지나
결혼도 해야 하는 등 산적한 현안도 없진 않겠으나
여하간 대입수능과 군 복무와 같이
중차대한 것은 또 없으리라.

지난 여름에 입대한 조카가 일전 첫 휴가를 나왔기에
아들과 함께 만나서 술을 사 주었다.
필자보다는 아들이 절실하게 작금의 군을
더 잘 이해하는 ‘선배’였음에 통음을 하면서도
아들은 연신 조카를 다독이느라 바빴다.

근데 첫 휴가를 끝내고 귀대하는 조카가
아들에게 이렇게 하소연을 했단다.
첫 휴가를 나왔다 귀대하려니 마치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라고.

하여 아들은 다시금
“나도 너와 똑같은 심정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아무렇지도 않더라...”며
더욱 도타운 위로를 얹어 보냈다고 했다.

오늘 신문에서 젊은 시절 탈영하여
무려 18년 동안이나 도피생활을 하다
뒤늦게 자수하여 20년 만에 군 복무를 마친
어떤 사람의 기사를 보았다.

그러자 말이 좋아 20년 간의 도피행각이지
그에 비해 고작(?) 3년 여 동안만 군복무를 마치면
그 얼마나 떳떳하고 당당하게 이 세상을 살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에 느끼는 바 적지 않았다.

요즘엔 그러한 현상을 보기 힘들어 좋지만
얼마 전만 해도 의도적으로 군에 가지 않으려는
입영 대상 장정들과 그러한 징집 대상자의 부모들이 있었다.
한 술 더 떠 어떤 부모는 아들의 징집을 피할 목적으로
국적마저 포기하는 후안무치한
행태까지 서슴치 않고 보였음을 지금도 기억한다.

진부한 얘기겠으되 한국의 젊은이들이
우리나라를 지켜야 함은 불문가지이다.
‘근본 해결책이 아닌 임시로 편한 것을 취하는 계책’ 이란
뜻의 ‘고식지계’(姑息之計)란 고사성어가 있다.

하지만 징집에서 달아나고자 하는 고식지계는
분명 20년 간의 방랑자와도 같은
처절함의 험산준령을 점철해야 함을
또 하나의 교훈으로 남겨주고 있음이라고 보았다.

당사자의 증언처럼 군 복무를 앞두고 있거나
복무 중인 군인들이 현재의 군 생활을
너끈하게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 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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