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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겨운 미국 드라마, 일명 소프 오페라


BY 허무한 2006-09-19

첨에 미국에 왔을땐 운전도 할 줄 모르고 지리도 모르니 나갈데도 없었다.
주로 하는 일이 아이를 보면서 티비 보는 것이었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하마터면 미국사람들은 다 그렇게 사나보다 하고
생각하다가 그건 실제와는 전혀 다른 드라마란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예를 들어보자.
cbs에서 방영하는 소프오페라에 "bold and beaufiful" 라는 게 있다.
드라마의 구성은 먼저 브룩이라는 여자가 있고
테일러라는 여자가 있다. 그 둘이 사랑하는 남자가 리지다.
그 남자, 목소리에 힘 넣어서 얘기하는 스타일이고
이기적이고 지가 젤 잘난 줄 아는 말하자면 왕자병에 걸린, 뭐 별 매력없는 남자다. 그 남자의 아버지는 에릭이고 그 남자의 어머니는
스테파니다. 그러니까 리지를 좋아하던 브룩이 리지가 테일러랑 결혼한 상태이니까
그 아버지 에릭을 꼬셔서 결혼하고 애 둘을 낳는다.
그 후에 테일러가 사우디사람들에 납치되어 사라지자
브룩은 에릭과 이혼하고 리지를 꼬셔서 결혼한다.
그러니 리지는 계모와 결혼하게 되는 셈이다.
그 후에 테일러가 사우디(확실히 모르겠음, 아랍쪽인 것은 분명)왕비가 되는걸
마다하고 오직 한 사람뿐인 그녀의 사랑, 리지를 찾아 나타난다.
어케어케해서 옛감정을 회복한 테일러와 결혼하기 위해 리지는
브룩과 이혼한다. 그러자 브룩은 다시 리지의 동생, 스론을 꼬셔서 결혼한다.
스론을 사랑하지 않지만 리지의 곁을 맴돌기 위해서다.
그리고 브룩의 딸이 건달에게 넘어가서 결혼한다.
그녀의 이름은 브리짓, 스론과는 어찌해서 파토내 버린 브룩은
다시 브리짓의 남편을 꼬셔서 관계를 가지고 임신한다. 그러니까 딸의 남편을
꼬셔서 임신한 것이다. 그 아이는 모성이 너무나도 강한(?) 브룩에 의해 태어나고
브리짓과 그 남편의 결혼은 파토난다.
이맘때쯤 테일러가 몹쓸병에 걸려서 죽어버린다.
때를 노리던 브룩은 다시 리지랑 결혼한다.
그리고 몇년이 지난후 테일러가 기적처럼 나타난다.
그 상황이 설명되기를 사실 그녀가 시체실에 실려나갔을 때는 죽은게 아니고
어떤 사람이 납치하고 시체를 바꿔 놨다는...
전혀 설득력이 없지만 드라마는 그렇게 설명하고 테일러의 등장을
현실화 시킨다. 브리짓은 상처를 회복하고 다시 사랑에 빠진다.
나이는 리지랑 비슷한 릭이다. 사실 릭은 리지의 이복형제다. 동생인지 형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스테파니가 임신해서 에릭과 결혼했던 것이다. 그러니 에릭과 리지는 혈연관계는 아닌 셈이다.
그렇지만 여태까지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 릭은 브룩을 사모한다.
하지만 브룩은 리지랑 사랑에 빠져 있으므로 있었으므로 딸이 어머니의 대타가 된다.
스테파니의 강력한 개입으로 리지와 테일러가 다시 결합하게 되고 브룩은 다시
혼자가 된다.
스테파니의 노력으로 전 가족이 릭이 브룩의 대타로 브리짓을 선택했다는
걸 알게 되고 릭과 브룩은 어쩌다가 자기 둘은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느낀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을 보이려는 듯 브룩은 갑작스런 에릭과의 결혼을 감행한다.
브리짓은 이미 릭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이고 부룩과 릭은 다시 잠자리를 한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브리짓은 브룩을 원망하다가 결국 용서해주고 릭과 잘해 보라고 한다.

여기까지가 대충 소프오페라 줄거리다.
도대체 신빙성도 없고 도덕성도 없고 근거도 없는 이런 소프오페라가 왜 미국에서
몇 십년에 걸쳐 방영되는 것일까?
모르겠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 내용을 쫙 꿰고 있는 나는 뭔가?
시청자가 없다면 방영도 안되겠지. 그나마 시청율이 있으니까 광고 제공이 되고
이렇게 밑도 끝도 없는 드라마가 지속되는 것이겠지.
말하자면 이건 꾸준히 봐야 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몇년을 안보다가 봐도 똑같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상황이다.
이런 드라마에 한국 드라마를 비교한다면 한국 드라마가 백배 더 신빙성이
있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여기서 릭으로 나오는 남자가 옛날에 가시나무새에서
신부로 열연했던 잭 와그너 라는 남자다.
이제는 그 남자는 쭈그러져서 소프오페라 배우로 전락했다.
여기서 배우가 광고에 등장하기 시작하면 그 배우의 수명은 다 됐다고
보면 대충 맞다. 한국은 인기가 있으면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데
여기랑은 반대다. 유명 영화배우가 광고에 등장하는 건 케서린 제다 존 정도인거 같다.
나는 그 여자가 잘 이해가 안간다.
왜 쭈그렁 바가지 마이클 더글라스와 결혼했는지...
유명도가 없는 배우였다면 이해가 갈만도 하지만 그렇치 않던 배우여서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이야기가 잠깐 옆길로 샜다. 여기서 브룩은 패션회사의 시이오이고, 리지는 헤드 디자이너, 에릭과 스테파니는 창업주다. 그리고 브리짓은 유명 의대를 졸업한 의사다. 부유한 집안의 딸이 왜 건달과 사랑에 빠지고 또한 그 아버지뻘 되는 늙은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가? 그 어머니의 무도덕성 때문인가? 브리짓은 상당히 똑똑하고 이지적인 여성이여야 하는데 하는 짓은 전혀 그렇치 않다. 그리고 테일러가 다시 나타났을 때 리지가 두 여자를 두고 갈등한다. 브룩과 테일러는 리지의 선택을 기다린다. 임금의 선택을 기다리는 궁녀처럼.. 그런 걸 보면 여자의 지위가, 자존심이 한국에서 상상하는 만큼 그렇치도 않다. 물론 드라마랑 현실을 혼돈해서는 안되겠지만 드라마랑 어느정도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이런 추측도 과히 잘못됐다고 할 수 없겠다. 영화도 드라마도 내 나이 때가 되면 다 심드렁해진다. 그게 그거이고 봐봐야 다 뻔한 결론인데다가 말도 안되는 억지이기에 차라리 시트콤을 보는 편이다.
안 보면 그만인데 왜 이런 말을 하고 넘어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