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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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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옹지마(塞翁之馬)


BY 진주담치 2006-10-06

새옹지마(塞翁之馬)!

 

옛날 중국 변방에 사는 늙은이가 말을 한마리 길렀는데  그 말이 아주 근사한 준마(駿馬)를 데리고 와서 좋아했는데  그 말을 어린 아들이 타고 놀다가  떨어져  다리를 다치게 되는 횡액을  겪게 되어서  슬퍼하였다.  그러나   얼마 안되어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 젊은이들이 모두 전쟁터에  나갔으나   노인의 아들은 다라를 다쳤으므로 전쟁에 나가지 않아 목숨을 유지할수 있었다는 고사성어이다.

이처럼 인간의 길흉화복은 알수없다는 이야기이다.

 

이제  이 나이쯤 살아오니  이 말이 절실히 깨달아진다.

살면서 경험해온 많은 일들을 한마디로 정리해볼수 있다면 바로  이 塞翁之馬 일것이다.

 

어린 시절 부자인 한 친구를 몹시도 부러워했었다.   그 시절 이층집에 넓은 마당, 일하는 아줌마,  먹을거리가 늘 풍부한 그 집. 70년대 자가용이 있는집이 어디 그리 흔했던가.

그 시골에.    지역 국회의원과  친분마저 두터워 한 권세 했었지.

자식들 고교, 대학을 모두 낙방인데도 불구하고 입학시킬수 있었던 그 재력과 권세.

그러나 아버지의 재력은 자식들에겐 독(毒)이 되어

돈으로  모든걸  해결하려하는 성향만 키우게되어 땀흘려 노력하지 않고 일만 벌이려하고

새로 들어오는 며느리, 사위들이 모두 돈만  보고 온터라  그 재산이 당대에 다 절단이 되어버리더군.     산더미같은 빚.    넓은 집 팔아서 늙은 노모와 변두리 빌라에서 이혼한채

힘겹게 살아가는 그녀를 보면서 난 이 말을 떠올리곤 했었다.

 

가족 구성원 모두 자살 아니면  이혼.

혹은 빚더미.

특별한 경우이긴하지만  세상은 그래서 돌고 돈다고 했나부다.

 

가난해서 엄마가 그 집에서 일해주면서  밥얻어 먹던 다른 친구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직장에    건실하게 다니며 자식들 교육 알뜰히 시켜  지금은 아주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 형제중에도 그런 예가 있다.

우리 언니.    지지리도 가난하던 그때,  아주 부자집이라고 소문난 곳으로 시집을 갔었지.

시집가면서 대학생이던 나에게 이제 용돈 걱정 하지 말라고, 자기가 다 준다고 했었지.

그러나 부자가 부자인 이유는 돈을 잘 벌어서이기도 했지만 헛되이 쓰지 않아서도일거란걸

몰랐던거지.   반찬하나, 옷 하나 버리는거 없이 알뜰하고 지독하게 했던거였다.

내가 결혼해서 여기 저기 집없이 떠돌아 다닐때,  난 또 언니집이 늘 부러웠다.

지방의 중소도시이긴해도  번듯한 가게와 이층집.  물려받은 수천평의 농토까지.

난, 나도 언제 저런곳에서 살아볼까 하고 늘 부러워했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난 그런 이층집을 그 도시에서  몇채나 살 수있는 가치(價値)에

버금가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맨손으로 기댈곳없는 시골 출신들이였지만 어찌어찌 도시에서 살다보니

조금씩 조금씩 생활이 나아진것이었다.

언니는 부자인 부모를 둔 형부의 무능력으로 그저 있는 재산 까먹으며 살았던거지.

조카들 역시 공부를 그리 절실히 해야한다는 의지도 없이 조부모만 바라보며 살더군.

할아버지가 나중에 한재산 물려줄거란 기대가 아이들로 하여금 나태함에 빠지게하는

지름길이 된다는걸 몰랐던거야.

 

우리야 자식들에게 물려줄 재산이 없다보니 애들 공부에라도 온 힘을 쏟을수밖에.

내 남편 역시 물려받을 땅덩이 하나 없는 가난한 집이었지만

 다행히 우수한 머리를 물려받은 덕에  아직까지 성실히 직장생활하며 열심히 산다.

남자지만  돈 하나 헛되게 일시적 기분으로 쓰지 않고,  그 흔한 카드 사고 한번 내지 않고

외모에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가족과 아이들을 소중히 생각하며 살지.

객지에서 가난하게 살던 젊은 날이 오히려 약(藥)이 된 경우이다.

 

그래.   불행함도 언젠간 끝이 날것이고 행복함도 언젠간 끝이 날테지.

영원히 지속되는것은 하늘의 저 별과 달,  태양뿐이라고 했지.

 

지금 내가 안도하는 이 상황이 언제 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게 될런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언젠가 신문에서 읽은 기사내용.

 이름있는 최고위 관료층이었지만  자식때문에 퇴직금을 연금으로 안하고 일시불로 타는 바람에  지금은 반지하 셋방에서 힘들게 살아간다는 소식.

 

변방 노인의 말(馬)의 경우에서처럼 인간들의  길흉화복은 돌고 도는것이다.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가 되는것처럼.

 

그래서 세상은 오래 살고 볼일이다.

그러면 내게도 새로운 희망이 생기는것인가?  아님  새로운 절망이 생기는 것일까?

 

ㅎㅎㅎ.      슬슬 두려워지는군.    이 생(生)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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