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투명한 5월 화사하고 밝은 톤의 옷을 입고 싶다.
화장도 곱게 하고 머리도 정성껏 구리뿌를 말아 그 위에
드라이어의 더운 바람으로 모양을 잡아 무스를 발라 정리를 한다.
요즈음 유행하는 청바지차림에 칼라풀한 천으로 된 허리띠를 묶고
보라색 민소매셔츠에 밝은 연두색 7부길이의 허리가 다들어나는
나풀거리는 마이를 입고 거울 앞에 섰다.
안경을 벗고 새로산 선그라스를 끼고 집을 나선다.
연초록색 바탕에 진녹색 꽃무늬가 그려진 파라솔을 들었다.
얼굴의 주름이 눈에 띠게 늘고 피부의 탄력도 없고
거무스레 칙칙해진 얼굴이 싫어서인지
자꾸 화장을 하게 되고 산뜻하고 고운 옷이 입고 싶어진다.
체중이 46KG 정도라 뱃살이 없어 청바지에
색색깔의 꽃무늬가 그려진
천으로된 허리띠가 잘어울린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한여자의 모습이 오롯이 느껴진다.
남편의 아내, 자식의 엄마로서 살아왔기에 한여자로서의 모습은
감추어지고 잊혀지고 살아왔기에.......
자의든 타의든 사는게 바빠서 허둥대고 사느라고 못다한 멋부리기를
더 늙기전에 하고싶어 매달리게 된다.
젊음의 긑자락을 붙잡고 안놓칠려고 몸부림을, 안달을 부리는지도 모른다.
탱탱한 젊음은 없어도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마음이 여유롭고 느긋하고
따뜻하고 온화하고 우아한 모습에서 살아온 삶이 묻어 나오게 된다.
이보다 더 늙지는 말아야지.......
할수만 있다면 세월을 붙들어 두고 싶다.
곱게 늙고 싶다. 마음은 앞서지만 몸은 언제나 따로 논다.
부지런하고 게으러지만 않다면 세월을 멀리하고
늙음을 천천히 느끼며 살것 같은데.........
내 주위의 부모님과 형제들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보고 있다.
먼저 세월을 달려간 그분 들에게서 나의 늙음을 보고 있다.
부지런하게 열심히 사신 그분들의 모습에서 종착역에 도달한 평안하고
안락하고 욕심없고 밝고 환한 진솔한 모습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나도 저렇게 늙으려니 하면서..........
부지런하고 알뜰하고 절약하며 남편과 자식위해 헌신하며
사시는 어머니를 보며 나의 미래를 예견한다.
5남매 모두를 한자식도 기울어지지 않게 반듯이 길러내신 부모님.
나도 남매를 오롯이 반듯하게 길러야할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남편이 퇴직하시고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실 때
묵묵히 남편의 뜻을 받들어 주시던 어머니.
나도 남편이 하고자 하는일에 힘이 되어주고 훨훨 날개를 펴게
묵묵히 지켜봐주고 용기를 북돋우어 주어야 한다.
우리 부모님은 지금 5자식이 모두 편안하여 슬하에 걱정이 없으시고
두분이 건강하시고 근검절약하여 돈걱정이 없으시다.
지금의 이런 평안한 모습은 그동안 살아온 삶이 묻어난 자연스런 모습일것이다.
나도 부지런하고 근검절약하여 노후에 자식걱정 없고 돈걱정없이
평안한 삶을 누리도록 노력해야겠다.
부모님의 모습에서 보고 느끼며 배우고 살고 있다.
행복의 파랑새는 처마밑에 있듯이 멀리서 말고
가장 가까운데서 나의 늙음을 보고 예견하게 된다.
나의 자식들도 나의 모습을 보며 느끼며 배우며 살고 있다.
같이 뒹굴면서 .......
부모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 나의 모습에서
자식을 모습을 보며 예견하며 살아가고 있다.
늙음에 대하여, 생로병사하는 인생의 윤회에서 벗어날수 없는
세월의 순리이다.
2005.5.13
|||4